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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그 섬에 가고싶다. 제주도 1편

여행은 늘 나를 다시 깨어나게 만든다. 어느 때는 부족함에 대하여 채찍을 가하기도 하고, 넘치는 부분은 나눔의 지혜를 얻게 하고, 그리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눈을 뜨게 한다. 내가 항상 보고 느끼는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 탈출하여 좀더 큰 날갯짓으로 좀더 큰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 같다.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일기예보에서는 겨울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내린다고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구질구질하다. 택시를 타고 대전 톨게이트앞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잠시 후 달빛님의 모습이 보인다. 

 

플러스님과 투덜이님을 태운 새벽안개님의 애마가 도착하고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오창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청주공항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시원스럽게 뻗은 왕복 6차선 도로를 달린 후 청주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 자기 일처럼 우리 일행을 청주공항까지 데려다 준 새벽안개님의 호의는 등사대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 때문일 게다. 커피 한잔으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랜다.

 

공항은 비교적 한산하다. 발권을 하고 짐을 부치고 2층 승강장으로 이동하여 탑승수속을 밟는다. 등산화까지 벗어야 하는 보안검사가 약간 번거롭지만 여행의 설렘은 이것마저도 즐겁게 한다.

 

청주공항의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20여분 지연하여 이륙한 대한항공 제주행 비행기는 고도 6100m 시속690km의 속력으로 한반도 상공을 1시간 비행하여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한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처로님이 보낸 분이 반갑게 맞이한다. 자가용에 몸을 싣고 숙소로 향하면서 마치 무슨 드라마 속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든다. 다시 한 번 등사대모인들의 끈끈한 정이 느껴진다. 물항식당에서 점심식사까지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고등어조림은 잘 조려진 무의 시원한 맛과 싱싱한 고등어의 쫄깃한 육질이 양념 맛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용두암 바로 옆에 위치한 처로님 숙소에 여장을 푼다. 중년의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는 숙소는 처로님의 성실함을 짐작케 한다.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1100도로를 따라 중문단지까지 운행되는 시외버스에는 전세버스처럼 우리 일행밖에 없다.

 

1100고지 오르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가 환상적이다. 안개속을 뚫고 1100고지에 도착하자 햇살이 드러나며 눈 덮인 한라산이 한 눈에 빨려 들어온다.

 

 

 

폭설 때문에 세상은 아우성인데, 겨울산은 고요하기만 하다. 겨울산은 하얀 눈이 포옹을 하자 숨을 죽인 채 꼼짝하지 않는다.

 

폭설의 흔적 언저리에도 꿈틀거리는 생명들이 있었다. 키 작은 생명들은 이미 눈 속에 잠겨 버렸지만 눈 속에서도 생명을 잉태한다.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아픔을 인내하는 진통. 겨울산은 눈보라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자연의 몸부림으로 가득하다.

 

킹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숙소에 돌아오니 처로님이 밖에 나와 반갑게 맞아주신다. 인사를 나누니 금새 따뜻함이 전해온다.

 

술 한 잔을 나누며 저녁식사 후 산책을 나선다.

 

숙소 가까이에 용두암 있다. 용왕의 부름을 받고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한라산을 향하던 용이 산신의 노여움을 사 화살을 맞고 해변으로 떨어져 바위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바닷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힘찬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화산 기암이다. 조명을 받은 용두암은 바위에 파도가 부딪쳐 산산이 조각나는 모습과 어우러져 마치 한 마리의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
 

 

 

용두암을 지나 용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용연(龍淵)은 용담동 동한드기와 서한드기 사이의 소(沼)를 말하며 용두암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 거리에 있는 호수로 용이 놀던 자리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취병담 또는 용추라고도 불려졌으며 조선시대에는 선인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고 한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제주도의 첫째날 여정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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