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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현성산-금원산-기백산

2004년 12월 26일 (일)

영하의 추운 날씨임에도 보조의자로 통로까지 산꾼들을 태운 산악회 버스는 8시 남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대진고속도로를 30분 정도 질주하고 덕유산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육십령터널을 지난 뒤 서상요금소를 빠져나와 우회전하여 26번 국도를 타고 함양·안의방면으로 20분 정도 진행하고 교복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거창방면으로 향한다. 10분 정도 진행하여 마리면 삼거리(마리파출소앞)에서 좌회전 37번 국도로 갈아타고 3-4분 정도 진행하다 위천면 삼거리에서 금원산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 다시 좌회전하여 37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위천면소재지를 거쳐 강남불 마을을 지나면 미폭을 만난다. 미폭포는 옛날 폭포 위쪽 동암사(東菴寺)라는 절에서 공양을 할 때마다 폭포를 뿌옇게 변하게 할 만큼의 많은 양의 쌀뜨물을 흘렸다 하여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얘기로는 폭포수가 위쪽에서 아래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암벽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며 흰 물결무늬를 일으키므로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마치 흰 쌀뜨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아 '쌀폭포'라는 뜻의 미폭포라 부른다고도 한다.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9시 45분 미폭에서 산꾼들을 내려놓고 버스는 주차장으로 떠난다. 곧바로 입산통제 철조망을 넘어 산길을 정신 없이 치고 오른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로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좁은 오솔길을 숨가쁘게 10분 정도 오르면 순흥안씨묘를 지나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다시 10분 정도 오르면 경주정씨묘를 지난다. 3-4분 정도 더 오르면 쉬기 좋은 암반에 도착한다. 산아래 조망이 시원하다. 거창벌 뒤로 보이는 가야산 줄기는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맨 뒤의 가야산 영봉, 그 앞으로 두리봉-남산깃대봉-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또 그 앞으로 단지봉-수도산-양각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 눈에 조망된다. 왼쪽으로 암반을 기어오르는 선두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위천저수지엔 아침 햇살이 반짝인다.



잠시 물 한 모금으로 거침 숨을 고르고 슬랩을 오른다. 45도 경사에 20m 길이의 슬랩으로 경사가 크게 심하지 않으므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너럭바위를 뒤로하고 10분쯤 올라가면 분재와 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연꽃바위에 이른다.



계속해서 세모바위와 네모바위를 지난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 웅장한 바위봉인 현성산 정상(해발 955m)에 도착한다. 검은 바위로 이뤄진 산이라 하여 이곳에선 "거무시"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정상은 등로 왼쪽에 위치한 암봉으로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성산 정상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지나친다. 정상 표지석은 없고 수많은 표지리본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고 금원산과 기백산의 우람한 자태가 시야에 들어온다. 볼을 할퀴는 겨울 바람에 등 떠밀려 현성산 정상 암봉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금원산 자연휴양림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서문가바위와 현성산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진행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암릉길이다. 우회길이 있으나 웬만한 곳은 그냥 릿지를 타고 넘어간다.


11시 5분 서문가 바위에 도착한다. 고려 말 충신 서문기가 태조 이성계의 부름을 거절하고 이 바위에 은둔해 살았다고 전해지는 서문가바위는 또 다른 전설로 임진왜란 때 이 바위 아래 석굴에서 서씨와 문씨 성을 가진 두 남자와 여자 한 명이 함께 피난살이를 하다가 여자가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의 성이 두 남자의 성을 따서 서문가(西門哥)가 되었다고 전한다. 마치 연꽃이 피어난 형상이라 하여 연화봉이라 부른다.




10여분 더 암릉길을 따르면 970봉이다. 공룡능과 같은 바위암릉길이 끝나고 편안한 육산길로 이어지는 눈앞에 덕유산의 거대한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 덮인 남덕유-삿갓봉-무룡산-백암봉-향적봉까지 모두 다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른쪽이 밀목재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조그만 이정표에서 왼쪽 길을 택하여 가파른 내리막길을 2분 정도 내려오면 평탄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진다.


11시 40분 지재미골 하산로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문바위(2.5km)를 거쳐 금원산 휴양림(3.2km)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금원산정상(2.7km)은 직진이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수많은 표지리본이 매달려 바람에 나부낀다. 10여분 진행하면 다시 갈림길이다. 금원산 정상(2.2km)이정표가 반기고 10분 정도 진행하면 또 갈림길을 만난다. 금원산정상(1코스) 1.6km, 금원산휴양림(1코스) 3.4km, 지재미 2.8km, 휴양림 4.3km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지재미골 하산로를 4번 만난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친 숨을 달래고 직진한다.


12시 45분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 금원산 정상(해발 1352.5m)에 도착한다. 금원산 정상은 둥그스름하고 돌덩이들이 쌓여 있을 뿐 별다른 특색이 없지만 이제까지 안 보이던 지리산 주능선이 그 전모를 드러낸다. 남덕유에서 월봉-거망-황석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깃대-영취-백운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줄기가 시원하게 드러난다.



금원산 중턱에는 납바위라는 큰 바위가 하나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금빛 나는 원숭이 한 마리가 이 바위 속에 살고 있었는데, 원숭이가 바위 밖으로 나오면 천둥이 치고 큰비가 내려 농사에 피해를 주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한 도사가 이곳을 지나다 원숭이의 이야기를 듣고 주문을 외워 바위구멍을 막아버렸다. 그 후 금빛 나는 윈숭이로 인한 피해는 없어졌다고 한다. 금원산 이름은 여기서 유래한다.


살 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에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만 남기고 곧바로 동봉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4분 정도 진행하면 넓은 헬기장이 있고 그곳에서 1분 더 진행하면 정상과 높이가 엇비슷한 동봉에 다다른다. 조그마한 바위지대에 돌탑이 있으며 이곳에서의 조망 또한 정상과 같다. 동봉에서 동쪽(왼쪽) 능선길은 유안청폭포쪽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기백산은 남쪽(오른쪽) 능선길이다.




5분 정도 내려서면 안부 갈림길이다. 왼쪽이 유안청 폭포(3km)를 거쳐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기백산(4.3km)은 직진한다. 2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이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13시 25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기백산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기백산 가는 길은 부드러운 능선길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15분쯤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능선마루까지 임도가 올라온 안부에 닿는다. 기백산 2.4km 임도는 수망령으로 이어진다는 이정표가 있다. 임도 안부를 뒤로하면 다시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약 5분 후 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을 지나고 5-6분 더 오르면 금원산과 기백산의 중간지점쯤 되는 1285봉이다. 내림길로 접어드니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린다. 5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우측으로 하산로가 있는 시흥골입구 안부 3거리이다. 지도상에는 시영골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정표에 시흥골로 되어 있다. 계속 직진한다.
이제까지 시종 육산 형태를 이루다가 암봉이 하나 능선을 차지하고 있다. 일명 책바위다. 등산로는 암봉을 우회하지만 암봉쪽으로도 희미하게 길이 이어진다. 14시 15분 암봉을 오른다.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암봉을 차지하면 이제까지의 조망을 색다른 각도에서 즐길 수 있다. 암봉을 내려설 때 잡을 곳이 마땅치 않아 내려서기가 만만치 않다. 나뭇가지를 의지하며 간신히 내려선다. 등로를 따라 2-3분 정도 진행하면 기백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누룩덤이다. 마치 시루떡 같은 바위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형상이다. 우회하는 등산로를 따라  누룩덤을 뒤로하면 곧바로 기백산 정상이다.



14시 30분 기백산(해발1331m) 정상에 도착한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이고 커다란 돌무더기 속에 정상푯말과 그 옆에 새로 설치한 표지판이 있다. 황석산과 거망산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하고 이제껏 지나온 현성산-금원산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가야산과 덕유산 주능선이 아직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금원산과 기백산은 3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한 줄기의 산등성이에 솟아 잇는 봉우리다. 높이도 비슷하고 산의 모습도 비슷하다. 기백산의 옛이름이 지우산이다. 안의 지역 또는 거창 지역에 날씨 변화를 제일 먼저 알려주는 것이 기백산이기 때문에 비 올 것을 미리 안다는 뜻에서 붙여진 지우산이란 이름이 바람을 맡은 신의 이름인 기백으로 바뀌어 기백산으로 되었다고 전한다.


14시 40분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200m 정도 진행하면 왼쪽으로 유안청폭포(5.75km) 금원산휴양림(4.65km)으로 향하는 하산길과 만난다. 험하고 가파른 내리막길로 눈이 쌓여 매우 미끄러운 길이다. 잠시 부드러워졌다가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15시 35분 소나무 계단을 내려오면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가로질러 휴양림(2.5km)으로 향한다.



눈이 녹아 미끄러운 내리막길이다. 20여분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휴양림(1.5km)방향으로 5분 정도 내려서면 복합산막이 보이고 길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바뀐다.


휴양림관리사무소 조금 못 미친 곳에 이르면 반대쪽 산중턱에 커다란 바위가 눈길을 끈다. 지재미골 가섭사터 앞의 문바위로 높이 50m쯤 되는 큰 바위다. 봉우리 등 산의 일부가 아닌 골짜기 바닥에 있는 하나의 바위로는 우라 나라에서 가장 큰 바위이다. 이 문바위에는  괴물이 금원산 허리에서 엿보기 때문에 이곳을 가리려고 어느 신승이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16시 10분 휴양림관리사무소에 도착한다. 왼쪽은 문바위와 가섭사지 마애삼존불을 지나 금원산으로 오르는 지재미골이고, 오른쪽은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주차장을 향해 조금 내려가면 왼쪽 계곡에 선녀담이 보인다.


16시 20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낸다. 권사장님이 준비하신 김치찌개에 밥 한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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