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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일출산행-거제 망산

2005년 1월 1일 (토)

2005년 을유년 새해 첫 번째 떠오르는 해맞이를 위해 거제도 망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남해 바닷가 곳곳에는 볼 망(望) 자를 쓴 망산이 여러 군데 있다. 망산의 한자 표기는 '望山', 곧 바다를 바라보는 산이란 뜻이다. 거제 망산은 섬인 거제도에서도 남쪽 끝에 위치한다. 그래서 바다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풍광 또한 기막히게 뛰어난 곳이다.


남대전요금소로 들어선 버스는 전조등 불빛으로 어두움을 가르며 대진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려간다. 자정이 지나면서 불 꺼진 차 안은 고요하다. 등을 기대고 토막 잠을 청한다.


3시 15분 14번 국도를 타고 달리던 버스는 바다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다시 1시간 정도를 더 진행하여 다포 마을과 명사 마을을 넘나드는 고갯마루의 SK남부주유소 앞에서 정차하여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주유소 앞에서는 길이 V자로 나뉘는데, 북쪽 길은 저구 마을, 남쪽은 무지개 마을로 가는 길이다. 길목에 망산 등산안내판이 서 있다.


4시 45분 초입으로 들어서 랜턴 불빛으로 앞을 밝히고 비교적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른다. 15분 정도 오르자 경사가 한풀 꺾이고 길은 평탄해진다. 숨을 고르며 평탄한 길을 10분 정도 걸으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4-5분 정도 내려서면 평탄한길이 이어지는 듯하다가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5분 정도 더 내려서면 넓은 안부에 닿는다. 안부를 지나자마자 오르막길이다. 천천히 10분 정도 오르면 잠깐 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 완만한 오르막길로 바뀐다.


5시 40분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정도 지나서 여차등에 도착한다. 앞바다에 작은 섬들을 거느린 대·소병대도가 점점이 떠있어 이 섬들을 바라보고 지키는 곳이라 하여 여차(汝次)라 한다. 여차몽돌해변은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여기서 왼쪽은 여차(0.5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은 직진(2.2km)한다. 산행 들머리 저구에서 2.7km 이정표가 보이고 많은 표지리본이 나부낀다. 10분 정도 진행하면 359봉(내봉산)에 도착한다. 359봉 동쪽은 깎아지른 절벽지대다. 북동쪽 여차 몽돌해안과 그 뒤의 천장산(天長山․275.8m) 해안절벽, 거기에 부딪치는 흰 파도가 어울린 풍치가 압권인 곳이지만 아직은 어두움에 쌓여있다. 359m봉 정상 직후 315m봉쪽 능선으로 내려서는 지점이 망산 산행로 중 가장 위험한 곳이다. 동쪽으로 급경사의 10m 절벽이다. 일반적으로 암벽은 올라가는 것보다 거꾸로 내려가는 것이 한결 더 까다롭다. 잠시 숨을 고르고 절벽을 조심스레 내려선다.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10분 진행하면 바위틈에 뿌리박은 아름드리 노송이 선 곳에 닿는다. 어둠 속에서 남해 바다가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고기잡이하는 배들의 불빛이 남해바다를 더욱 아름답게 수놓고 오른쪽으로 망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5분 정도 지나자 거제지맥 1-2번째 POST 이정표에는 내봉산 0.8km 정상 1.1km라고 적혀있다. 랜턴 불빛으로 확인하고 통과한다. 약간 험한 바위를 타고 올라섰다 다시 내려서면 해미장골등에 닿는다. 왼쪽은 거제군 남부면 다포리 그 이름이 동화적인 무지개 마을(홍포, 0.6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은 계속 직진(0.5km)한다. 무지개 마을은 조선시대 도선 스님의 예언에 따르면 ‘저멀리 가도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이 무지개 같이 아름다운 곳이며, 나아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갈 수 있는 곳’이라 한다.


한려수도라 하면 경남 통영시 한산도 인근에서 사천시와 남해군을 거쳐 전남 여수시 앞바다에 이르는 물길을 말한다. 거제도 사람들은 한려수도와 구분해 거제도 남단의 절경 물길을 붉을 혁 자를 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 부른다. 이는 노을 질 때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여 유래한 것으로, 망산 남쪽 기슭의 마을 이름 홍포(紅浦)도 여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정상으로 향하면서 왼쪽으로 툭 트이는 적파수도의 조망에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안부에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 15분 남짓 걸어 6시 50분 망산에 도착한다. 망산 정상은 남쪽이 깎아지른 절벽이며 넓적한 암봉으로 조망이 매우 좋다.



해발 높이는 373m로 낮지만, 바닷가에 연한 산이라 체감되는 높이는 내륙의 1,000m급 산에 못지않다. 정상 표지석과 거제지맥 1-1번째 POST 이정표 그리고 산불감시초소가 눈에 띤다. 앞바다에는 대.소병대도와 대불도 대덕도 소덕도 비진도 등 작은 바위섬들이 제각각의 크기와 모양으로 떠올라 망망대해에 점점이 수를 놓는다.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은 기운에 감싸이더니 7시 37분 드디어 2005년도 첫 번째 태양이 솟아오른다.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환호한다. 잠자던 세상이 그 빛을 맞아 일제히 깨어난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도 샛노랗게 물든다.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스런 장면이다.







새해 인사를 나누며 덕담을 건넨다. 정상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8시 하산길로 들어선다.



일행과 정담을 나누며 40분 정도 내려와 명사초등학교에 도착한다. 떡국을 끓여 놓고 권사장님이 일행을 반긴다.



11시 통영 어시장에서 삼삼오오 짝지어 모둠회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씩을 나누며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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