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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내연산

2004년 12월 12일 (일)

6시 정각 아직도 주위는 캄캄하다. 배낭을 맨다. 다른 식구들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집을 나서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7시 5분 대전톨게이트로 진입하여 동트기 전 경부고속도로를 힘차게 1시간 정도 질주하여 칠곡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20분간 정차한다.



북대구나들목에서 약 7km를 지나 도동분기점에서 새로 개통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20번)로 갈아탄다. 급커브나 급경사 등 힘든 길 없이 말 그대로 고속도로라는 시원스레 뚫린 도로를 50분 동안 맘껏 달린다. 9시 30분 포항톨게이트를 빠져나간다.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포항시가지 도로가 미흡해 시가지로 진입하는 데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린다. 7번 국도를 타지 않고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20번 지방도를 이용하여 동해안을 끼고 드라이브하면서 영덕방면으로 향한다. 칠포해수욕장과 월포해수욕장을 지나 조사리에서 7번 국도로 접어들어 송라에서 안내판을 따라 보경사로 진행한다.


10시 35분 보경사 주차장에서 하차하여 곧바로 식당과 여관이 늘어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보경사로 향한다. 보경사로 오르는 길옆의 상가 곳곳에는‘우리 밀 손칼국수’집이 많다. 할머니들이 평상 위에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고 반죽된 것을 늘려 칼국수를 만드는 광경이 정겹다.



시보호수와 단정하게 가지치기한 능소화를 비롯하여 수백 년은 족히 자란 느티나무들이 길가에 늘비하게 서서 나그네들의 눈길을 끈다.



서쪽으로 주왕산을 지척에 두고 동해와 가까운 내연산(710m)은 아름다운 계곡 청하골과 고찰 보경사로 잘 알려진 곳이다. 문수산(622m), 내연산(삼지봉·710m), 향로봉(930m), 매봉, 삿갓봉(716m), 천령산(우척봉·775m) 등 여섯 개의 주봉들이 둘러쳐 바깥에서 보면 그저 밋밋한 육산이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그 속에 안긴 청하골엔 상생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  은폭포 등 12폭포와 크고 작은 소(沼), 그리고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같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매우 화려하다. 12폭포는 세계적으로 드문 것으로 기암 절벽과 빼어난 산세가 한데 어우러져 신비한 계곡미를 뽐낸다.


50m 정도 진행하자 보경사 매표소가 나온다. 10시 45분 불이문(不二門)이라는 현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자 아치형으로 가지를 늘어뜨린 노송이 터널을 이루고 대나무 숲이 푸르름을 자랑한다.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만고풍상을 겪으면서 형성된 고고하면서도 단아한 모습의 소나무들이 내연산의 품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연산이 자리잡고 있는 포항시 송라면(松羅面)이라는 지명이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천왕문을 지나 보경사 경내로 들어선다.



보경사는 602년(신라 진평왕 25년)에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 온 지명법사가 창건한 신라 고찰이다. 지명법사가 진나라에서 유학할 때 어떤 도인으로부터 받은 팔면경을 내연산 아래 큰 연못에 묻고 못을 메워 그 위에 불당을 건립한 뒤 보경사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지금 보경사 적광전 앞의 오층금당탑이 서 있는 자리가 연못이 있었던 자리라 한다. 그 거울로 인하여 보경사는 폐사된 일이 한번도 없이 지금까지 잘 이어온 것이다. 적광전, 팔상전, 원진각, 영산각, 대웅전 등 수 많은 건물로 채워진 경내는 노송과 벚꽃나무, 탱자나무 등과 어우러져 고찰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대웅전에서 천도제를 올리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응시하고 있다. '삶과 죽음'이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친다.



대웅전 오른쪽 위에 보물 252호인 원진국사비가 있다. 이 비는 고려 고종 11년(1224년)에 만들어진 원진국사 승형의 탑비로 비문은 단정한 해서체로 쓰여져 있다. 원진국사는 지눌로부터 불법을 배웠고, 세상을 떠난 뒤에 국사로 추증되었다고 한다.



경내를 휑하니 한바퀴 돌아보고 절 왼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로 들어서자 곧바로 갈림길이다.



관음폭포 2.2km 이정표를 따라서 직진한다. 왼쪽으로 속살 드러낸 바위가 아름다운 청하골 계곡이 이어진다.





10분 정도 진행하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문수암가는 길이 보이고 직진하여 5분 정도 진행하면 상생폭포와 만난다. 바위가 폭포수를 두 갈래로 갈라놓은 상생폭포는 높이가 2m 정도이지만 절벽과 적송이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는 청하골 비경의 시작에 불과하다.



11시 10분 상생폭포 오른쪽 철계단을 오른다. 계곡 왼쪽으로 보현폭, 삼보폭, 잠룡폭, 무풍폭을 감상하며 10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으로 보현암이 보인다.



잠시 암자에 들른다. 당우 1채가 고작인 암자에 스님은 볼 수 없고 나그네들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길을 재촉한다. 어느덧 청하골 제일의 비경인 관음폭에 다다른다. 두 갈래 물줄기를 쏟아내는 관음폭포는 영화 ‘남부군’에서 대원들이 목욕을 하며 빨치산 대장 이현상을 만나는 장면을 찍은 곳으로 유명하다. 비하대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 손으로 후벼 파 놓은 것 같은 바위굴이 둥그런 모양으로 세 개나 입을 벌리고 있다. 관음굴이다. 관음굴 앞으로 두 가닥의 물줄기가 부드럽게 쏟아져 관음폭포를 만들어낸다.



폭포 위로 걸린 연산적교(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20m의 연산폭이 학소대 암벽을 타고 엄청난 양의 폭포수가 굉음을 내며 힘찬 물줄기를 쏟아 내린다. 동적(動的)이면서 장쾌한 연산폭포와 정적(靜的)이면서 아기자기한 관음폭포가 조화를 이루면서 비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보경사에서 연산폭까지는 약 3km, 1시간 남짓 걸리는 산책로이다. 내연산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11시 30분 향로봉으로 향한다. 계곡 물소리 벗삼아 혼자 가는 길이다. 3-4분 정도 올라서면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지나면 천령산(우척봉)가는 길과 만난다. 은폭 이정표를 따라 직진한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계곡의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 준다. 계곡을 횡단하면 은폭포 0.2km 이정표가 서 있고 1-2분 정도 계곡길을 따르면 곧바로 은폭포(해발 270m)를 만난다. 10m 정도의 높이에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진다. 바위에 앉아서 폭포를 바라본다. 어떤 느낌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무심히 바라만 본다.



관음암에서 은폭까지는 약 1km. 향로봉 3.65km 이정표가 있다. 은폭에서 500m 정도 올라 큰 소에 다다르면 오른쪽의 내연산 삼지봉으로 오르는 길과 왼쪽의 주계곡 길과의 갈림길과 만난다. 직진하면 시명리 거쳐 향로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12시 10분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4분 정도 지나서 다시 또 너덜지대를 지난다. 10여분 후 시명폭포를 지나면서 길은 가팔라진다. 3분 정도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를 즈음 잘피고개에 도착하면서 길은 순해진다. 12시 40분 오른쪽 밤나무등코스와 왼쪽 향로봉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곧바로 시명리(時鳴里 표고 400m)이다. 시명리에서 왼쪽 계곡길을 따르면 삼거리로 가는 길. 협곡 기암은 없지만 고즈넉한 산골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데, 세 개의 물길이 모여드는 펑퍼짐한 곳이 삼거리다.



오른쪽의 고메이등을 따라 향로봉(1.7km 1시간 20분)으로 향한다. 매우 가파른 오름 길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고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15분 정도 오르면 안동권씨묘가 나타난다. 지금은 파묘인 듯 하다. 허기가 밀려온다. 15분 동안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가파른 오름 길을 이어간다.


13시 30분 고메이등에 도착하여 5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숨을 고르고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오름 길을 계속한다. 왼쪽 매봉(5.8km)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곧바로 내연산 향로봉(해발 930m)에 닿는다. 정상은 헬기장이 조성되어 있고  돌탑과 묘 1기가 자리하고 있다. 향로봉은 내연산의 주봉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내연산 최고의 전망대로 영일만과 장기곶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 삼지봉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깊은 밤 자시(子時)가 되면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을 간직한 계명봉(일명 時鳴峯)이 있고 그 아래쪽이 시명리이다. 14시 5분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삼지봉으로 향한다.



부드럽고 평탄한 조용한 산길을 홀로 걷는다. 7분 정도 지나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내연산(삼지봉)가는 길이다. 14시 40분 삼지봉 1.2km 이정표가 보이고 10여분 더 진행하면 정씨 묘3기가 등로 왼쪽으로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15시 정각 내연산삼지봉(三枝峯 해발 710m)에 도착한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조그만 표지석과 이정표가 있다. 삼지봉 정상에서 향로봉까지는 3.7km, 보경사까지는 5.4km다.



조금 내려서 만난 삼지봉 유래비에는 내연산은 원래 당나라의 종남산(終南山)과 산세가 닮아서 종남산으로 불리다가,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이 이 산에서 견훤(甄萱)의 난을 피한 뒤에 내연산이라 개칭하였다. 삼지봉은 문수봉, 향로봉, 북동대산 등 3곳으로 갈라지는 위치에 있는 봉우리여서 삼지봉으로 부른다고 적혀있다.



갈림길이다. 왼쪽은 동대산(3km 1시간 30분)가는 길이고 보경사는 직진한다. 문수봉 2.2km 이정표가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동해바다의 푸른 물결도 내연산의 품위를 더욱 높여 준다.  상수리나무, 갈참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활엽수와 소나무들이 사이 좋게 어울려 있다. 15시 35분 문수봉(해발 622m)에 도착한다. 역시 헬기장이 조성 되어 있고 나무에 가려 주변 조망은 없다. 광장산악회에서 세운 앙증맞은 표지석이 반긴다.



15시 50분 완만한 내림길은 문수암 근처에서 가파른 내리막길로 바뀐다. 7-8분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문수암에 닿는다. 나무로 만든 너와지붕 정자가 이채롭다. 얼굴에 땀을 씻어내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아직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너와 지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16시 5분 보경사 1.4km 이정표를 지나고 10여분 내려서면 오름길에 보았던 전망대 바위에 도착한다. 보경사까지는 0.7km이다.



16시 35분 흐르는 계곡물에 10분간 족탕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푼다. 물이 너무 차서 오래 발을 담글 수 없다.
보경사 담장이 시작되고 오름길에 지나쳤던 흑구(黑鷗) 한세광 시비가 오른쪽 숲 사이에 서 있다.
‘보리 너는 항상 순박 / 하고 억세고 참을성 / 많은 농부들과 함께 /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 않을 것이다.’ 극락교를 건너 서운암까지 다녀온다.




17시 5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Pour toutes ces raison je taime - Enrico ma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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