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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내장산

2004년 10월 31일 (일)

메모를 하지 않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돈을 모으지 않고 부자가 되려는 사람과 같다. 창조적이지 않은 사람은 메모하지 않는 사람이다. 창의성은 기발한 것을 꿈꾸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 온 정성을 기울일 때 개발된다. 사소한 생각들을 메모하는 것이 창의성을 기르는 출발점이다.
--네티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당신도 이미 최고 경영자>중에서--


추계 40일 새벽기도회 기간이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가까운 「김밥나라」에서 어제 주문한 아침식사용 김밥을 찾아 버스에 오른다. 6시 정각 11명의 회원을 태운 버스는 세 분의 목회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다. 20분지나 유성톨게이트로 진입한 버스는 전조등으로 어두움을 밀어내며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하행선 도로에는 서울과 경기 번호판의 승용차들이 많이 눈에 띤다. 쉬지 않고 1시간을 달리고 정읍톨게이트(내장산톨게이트는 많은 운전자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정체가 심하다)로 빠져나가 곧바로 우회전하여 29번 국도를 타고 내장산으로 향한다.


정읍시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내장산은 순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해발 600∼700m의 기암괴석으로 된 봉우리들이 말발굽형의 능선을 그리고 있다.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기도 하는 내장산은 예로부터 조선 8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으며, 동국여지승람에는 남원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 능가산(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는다.


내장산은 원래 본사(本寺)인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리었으나 많은 굴곡의 계곡이 양(羊)의 창자와 비슷해서 많은 인파가 몰려와도 계곡 속에 들어가면 어디에 그 많은 인파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마치 양의 내장(內臟)속에 숨어 들어간 것 같다하여 내장(內藏)산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이곳 지명도 내장동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라고 한다.


내장산 저수지(호수)에서 길이 양쪽으로 나뉘고 밀려 든 차량들로 도로는 심한 정체를 보이며 몸살을 앓는다. 차량들이 진입도로 갓길에 주차되어 내장산 입구에서 시내쪽 수km 구간은 극심한 교통혼잡을 이룬다.


8시 30분 제 4무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친 후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도로는 차들과 관광객 그리고 노점상인들이 넘쳐난다. 각설이 복장을 하고 엿을 파는 젊은이의 품바타령과 입담에 잠시 시간을 빼앗긴다.



1시간 정도 걸어 집단시설지구를 지나 매표소에 도착하니 매표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인파에 떠밀려 입구로 들어서자 벌겋게 달아오른 가로수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울긋불긋한 단풍은 현란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하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단풍은 햇볕을 많이 받아야 색깔이 곱다. 단풍이 곱게 물 드는 것은 낙엽 활엽수가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수분공급이 여의치 않게 되자 나무는 일단 수분의 소비가 많은 잎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린다. 갑작스럽게 생긴 이 마개를 '떨켜'라 하는데 코르크 재질의 이 떨켜층이 잎을 떨구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더욱이 잎이 떨어진 상처를 보호하는 구실까지 맡게 되니 치밀한 자연의 섭리를 읽을 수 있다. 떨켜가 수분과 양분의 교환통로를 꽉 막을 때 까지 잎은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다. 남아있는 수분으로 열심히 광합성을 해 에너지를 만들어 줄기로 내려보내는데 잎맥 끝에서 줄기로 넘어가는 길이 막혀 영양분을 줄기로 실어내지 못한다. 결국 잎에 영양이 쌓이고 대신 광합성은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푸르던 잎은 엽록소를 서서히 잃어가고 양분이 남아있는 잎은 붉게 물들어간다. 나무가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하는 모습을 우리는 즐기고 있는 것이다.






7-8분 정도 포장도로를 따라 걸으면 커다란 두 개의 장승이 버티고 곧바로 오른쪽에 여의수(如意水)라는 약수터가 보인다. 조금 더 걸으면 호수 중앙에 우아한 자태를 맑은 물 속에 드리운 우화정(羽化亭)이라는 정자가 단풍과 어우러져 멎진 모습으로 반긴다. 정자에 날개가 돋쳐 승천하였다하여 우화정이라 부르며 거울같이 맑은 호수에 붉게 물들은 단풍이 비치는 경관은 한 장의 그림엽서를 연상케 한다.



갈림길이다. 오른쪽 일주문 방향으로 향해 5분 정도 걸으면 '내장산내장사' 현액이 걸린 일주문에 도착한다. 일주문은 산문(山門)이니 여기서부터는 절 안이다. 일주문을 넘어서는 바로 이 순간은 온갖 번뇌와 망상, 혼란한 생각을 버리고 깨달음의 일념으로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주문으로 들어서지 않고 바로 직전에서 오른쪽 백련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시멘트포장을 따라 오른다. 약간 오르막길이다.



2-3분 정도 지나 오른쪽으로 보이는 백년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물통을 채운다. 이 약수는 서래봉 계곡 줄기를 따라 지하로 흘러나온 물로서 옛날부터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길은 조금 더 가팔라지고 7-8분 정도 진행하면 매점이 있고 길은 평탄해진다. 10시 15분 나무의자가 있는 쉼터에서 간식을 나누며 15분간 휴식을 취한다.



곧바로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서래봉으로 왼쪽은 백련암과 원적암으로 가는 길이다. 화장실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등산로가 시작되고 조금씩 가팔라진다. 10분 정도 지나면 석란정지에 닿는다. 조선말기 유림들이 모여 명성황후를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고 원수를 갚을 것을 맹세했던 서보단(誓報壇)이 있던 곳으로 석란(石蘭)이 많이 있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정자나 석란은 없고 석란정이란 글씨만 남아 있다. 이 정지를 보존하기 위한 석란계원 36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가파른 오름길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른다. 11시 철계단을 올라서면 오른쪽은 빗재(1km)로 왼쪽은 서래봉(0.2km)으로 향하는 갈림길이고 이정표가 보인다. 5분 정도 지나서 가파른 오름길을 3-4분 정도 오르면 서래봉 안내판이 보이고 시야가 트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은 바람보다도 훨씬 더 상쾌하다. 계곡에 단풍물결이 장관이다. 발아래 내장사가 고즈넉한 모습으로 숲 속에 파묻혀 한 눈에 들어오고 산 전체가 오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오른쪽 안전한 우회길을 버리고 암릉을 기어오른다.



10분 정도 지나 서래봉(622m) 정상에 닿는다. 약 1km의 바위 절벽 아래로 단풍이 붉게 타는 경치는 내장산의 풍광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이 봉우리는 내장산의 대표적인 암봉으로 선종불교 창시자인 스님이 서역(西域)에서 이 봉우리를 넘어 내장산으로 들어와 입산수도 하였다하여 서래봉(西來峯)이라고 하고, 논·밭을 고르는 데 쓰는 농기구인 써레 발처럼 생겼다하여 써래봉이라고도 한다. 장군봉, 문필봉 그리고 신선봉(763m)을 주봉(主峰)으로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등이 내장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한 눈에 들어온다.



철계단을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내장호수 전체가 한 눈에 조망되고 주차장에 꽉 들어찬 모습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로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이 답답한 흐름을 보인다.




철계단을 올라섰다 다시 긴 철계단 내려선다. 좁은 계단은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심한 병목 현상을 보인다. 오른쪽으로 서래봉 매표소 하산길이 보이고 불출봉 가는 길은 직진에 가까운 왼쪽길이다. 물 마른 서래약수터 옆에서 간식을 먹으며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돌계단을 따라 오른다.



12시 20분 불출봉(619m)에 도착한다. 불출봉이란 이름은 '암자에서 부처님이 나온다'는 의미로  6.25때 불타버린 불출암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불출봉 정상에서의 조망이 장관이라고 하여 '불출운하'라고 불린다.



왼쪽으로 원적암을 거쳐 내장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망해봉은 직진길이다. 12시 45분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현미 찹쌀밥과 야채 쌈으로 배를 채우고 시원한 배 한 조각으로 입가심을 하고 40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친다.



20분 정도 진행하면 망해봉(해발650m)에 닿는다. 안내판 안내문에는 내장 9봉 중의 하나로 이 봉우리에 오르면 정읍시가 바로 발 아래에 보이며 청명한 날에는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고 한다고 적혀있다. 내장산저수지(호수)가 한 눈에 조망된다.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산길로 접어들어 철계단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서래봉과 불출봉의 깎아지른 단애가 암봉으로서의 위용을 드러내고 숲을 물들인 단풍과 어우러져 멎진 풍광을 빚는다.



5분 정도 진행하면 먹뱅이재에 다다른다. 연지봉 0.5km 내장사 2.7km 망해봉 0.2km 이정표가 서 있고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먹뱅이골로 내려선다. 매우 가파르고 험한 내림길을 10여분 정도 내려서면 경사는 완만해지지만 돌길이다. 내장사 1.7km 이정표를 지나면서 동화책에 나오는 환상적인 숲길이 나그네들을 반긴다. 자연휴식년제 구간이어서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한적하다. 오붓한 오솔길을 감싼 숲은 원시적인 야성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계곡에는 천연암반수보다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넉넉히 흐른다. 한여름 풍성했던 산림이 형형색색으로 화려한 옷을 갈아입은 아름다움은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름답다. 약 40여종의 단풍나무가 그려내는 다양한 색채의 하모니는 흡사 대자연이라는 거대한 화폭에 펼쳐놓은 파스텔 점묘화를 보는 듯하다.






먹뱅이골로 접어든지 1시간. 철조망을 빠져나와 원적암 입구에 도착한다. 자연휴식년제 구간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다.




휴게소(매점)를 지나고 내장사로 들어서면 화려한 단풍나무들이 갖가지 현란한 색상의 가을 옷을 입고 마음껏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들을 유혹한다. 내장산 단풍은 잎이 7갈래로 작고 섬세하며 다른 산에 비해 유난히 붉다. 내장사 주위에는 당단풍을 심어놨으며 8부 능선 위에는 굴참나무(갈색), 단풍나무(빨간색), 느티나무(노란색)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색깔이 울긋불긋하다. 특히 내장사 앞에 있는 50 2백년생 나무숲은 내장산 단풍의 백미다. 활활 타오르는 단풍 숲과 차디차게 푸르른 비자나무숲은 기묘한 대조를 이루며 내장산을 장식하고 있다. 이곳의 단풍을 '애기단풍'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풍잎 크기가 작게는 어른 엄지손톱부터 크게는 어린아이의 손바닥만 한 것까지 작고 귀엽기 때문이다. 20여분 동안 내장사 단풍에 취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천왕문을 나선다. 사천왕상은 모두 목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무섭게 쏘아보는 왕방울 눈에다 은근한 해학을 담은 듯하니 조선시대 장인들의 여유를 읽을 수 있다. 일주문까지 길다랗게 열린 단풍터널은 100여년 전 내장사 스님들이 염주알 숫자와 같게 108그루의 각종 단풍나무를 심어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아직 가을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16시경 일주문을 빠져나오면 멀리 산중턱에 백양사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인다.



16시 20분 출입구를 나와 집단시설지구를 지나 주차장을 향해 지루한 걸음을 걷는다. 개울에서 족탕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잠시 씻어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17시 10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17시 20분 대전으로 향한다. 도로는 넘치는 차량으로 심한 정체를 보이더니 내장저수지를 지나면서 정체가 풀린다. 그러나 정읍톨게이트로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보인다. 1시간 정도 지나 1번 국도를 타기 위해 전주톨게이트로 빠진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처럼 이왕 전주에 왔으니 전주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다. 이곳 전주에 직장이 있는 성현님의 안내로 백송가든(T. 063-222-5234)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1인분의 6천원인 전주 비빔밥은 양과 맛이 만족스럽고 육회가 서비스 반찬으로 제공되며 된장국 맛도 일품이다. 눌은밥에 수정과까지 후식으로 제공된다. 1번 국도를 탄다. 시원하게 뚫린 국도는 고속도로보다  훨씬 훌륭하다. 중간에 아직 완성되지 않아 조금 아쉽다. 다시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논산톨게이트로 진입한다. 유성요금소를 빠져나와 21시 20분 교회 앞에 도착하면서 무르익은 가을 정취를 만끽한 10월 마지막날 sda산악회 가을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Mon Mec a Moi - Patricia Ka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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