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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치악산

2004년 10월 13일(수)

치악산.
많고 많은 산중에 그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10개가 넘지 않는 몇몇 산 중 하나가 치악산이다. 바위가 많고 험하기에 이름에 '악'이 들어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종가(宗家)나 종손처럼 산중에서 제일 어른의 산(즉, 큰 산)인 산종(山宗)에 '악'자가 사용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는 길....
9시 10분 빈 좌석 없이 등산객을 가득 태운 소월산악회 버스는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오창 넓은 들판에서는 농부들의 가을걷이 손길이 분주하다. 9시 55분 음성휴게소에 도착하여 15분간 정차하고 15분 정도 더 진행하여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다. 황금색 들판에 눈부신 가을 햇살이 퍼진다. 11시가 막 지나면서 원주요금소를 빠져나와 좌회전하여 5번 국도를 타고 춘천방향으로 1분 정도 진행한 다음 육교직전(호텔치악산 등 여러 개의 간판이 붙어있다)에서 우회전한다. 7분 정도 진행하여 장양경로당에서 우회전 비포장도로를 따라 3분 정도 진행하다 치악산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한다. 11시 20분 Y자형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은 곧은치 가는 길이다. 100m 정도 진행하여 하차한다. 버스는 치악산의 너른 품안에 산꾼들을 내려놓고 휑하니 돌아간다.


산행...
11시 25분 등산화 끈을 조이고 잠깐의 산행 준비를 하는 사이에 일행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매표소로 향한다.



'주주산방' 간판을 걸은 민박겸 찻집을 지나면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약간 경사진 오르막길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황골매표소에 다다른다. 산행 들머리에 세워진 치악산 안내도를 보고 산행코스를 확인한 다음 등산로로 들어선다. 황골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토굴을 짖고 수도한 곳으로 전해진다.



폐도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곳곳이 파손된 시멘트 포장도로는 입석사까지 이어진다. 5분 정도 지나면 입석사 1.2km 비로봉 3.7km 이정표가 보이고 다시 10분 정도 더 진행하면 잘 지어진 화장실이 보인다. 길은 점점 가파른 오르막길이고 오른쪽으로 좁은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른다. 11시 50분 입석사 0.6km 비로봉 3.1km 황골매표소 1.0km 이정표를 지나고 입석사가 가까워지면서 매우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른다. 11시 57분 입석사에 도착한다. 고려 때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입석사는 대웅전과 요사채만 있는 작은 사찰이다.



대웅전 왼쪽 절벽에 높이 20m, 너비 5m 의 네모난 입석이 눈길을 끈다.



대웅전 왼쪽으로 입석대 오르는 계단길을 따라 오른다.



1분 정도면 오른다. 입석대 앞에는 입석사 석탑이 있다. 이 탑은, 조선 태종이 즉위한 후 스승이었던 운곡 원천석을 불렀으나 응하지 않자 그를 생각하고 세운 탑이라 전한다. 원래 입석사 석탑은 청석탑(靑石塔)이라고 하나, 현재의 탑은 입석사 주변에 있던 석탑 조각을 모아 놓은 것으로 파손되어 잘 알아 볼 수 없다. 원주 시가지가 시원스럽게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입석대를 보고 다시 대웅전 앞으로 돌아가는데 5분 정도면 충분한데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대로 지나친다. 입석대 왼쪽으로 등산로가 보이지만 일행들과 함께 산행하기 위해 다시 대웅전으로 내려선다.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고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차례로 오른다. 가파른 산길은 점점 호흡을 거칠게 만든다. 12시 30분 비로봉 2.0km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에 도착하여 잠시 거치러진 숨을 고르고 왼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계속 오름길을 오른다. 길이 약간 순탄해지고 3분 정도 진행하면 비로봉 1.7km 이정표가 보인다. 5분 정도 진행하여 통나무계단을 오른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낙엽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는 벌써 겨울 채비를 서두른다. 12시 45분 가던 길을 멈추고 간식으로 준비한 떡 한 조각씩 나누며 허기를 달래고 휴식을 취한다. 7분 정도의 휴식을 마치고 잘 만들어진 나무계단을 오른다. 12시 55분 삼거리 갈림길에 닿으면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은 상원사(9.2km)가는 길이고 왼쪽은 입석대에서 직접 오르는 길이다. 비로봉(1.3km)은 그대로 직진한다.



돌 박아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완만한 오름길을 3-4분 정도 오르면 순탄한 흙길로 바뀐다. 13시 5분 쥐넘이재에 도착한다. 치악산 경관 안내판이 보이고 원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5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인 듯한 넓은 공터에 닿는다.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서고 정상으로 향하는 긴 철계단에는 많은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2분 정도 내려서면 산불 감시초소가 보이고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계단길은 세렴폭포로 내려가는 계곡길이고  정상은 직진하여 긴 나무계단을 오른다. 7-8분 정도 올라서 치악산 주봉인 비로봉 정상( 해발 1288m)에 도착하면 원주제과업자 용창중이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10여년에 걸쳐 쌓았다는 미륵탑(중앙의 신선탑, 남쪽의 용왕탑, 북쪽의 칠성탑)이 반긴다.



용왕탑 아래에 치악산 경관 해설판이 있고 향로봉에서 남대봉(南臺峰 1182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치악산은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쪽의 남대봉에서 북쪽의 삼봉(三峰 1072m)에 이르기까지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병풍처럼 남북으로 걸쳐 있다. 치악산의 옛이름은 '단풍이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인데, 뱀에게 먹히려던 꿩을 구해준 나그네가 그 꿩의 보은으로 위기에서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 따라 꿩을 의미하는 치(雉)자를 써서 치악산이라 부른다고 한다. 꿩이 머리로 쳤다는 종이 있던 절이 상원사로 산성각에 이 전설을 담은 벽화가 있다. 13시 40분 신선탑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칠성탑 왼쪽 아래 나무계단으로 내려선다.



치악산의 가을 색은 유난히 색조가 다양하며, 수많은 지능선 양면이 저마다 다른 색조로 물들어 아름답다.



10분 정도 내려서 빈 공터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치니 진수성찬이다. 30분간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내림길을 재촉한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세렴폭포 2.0km 이정표가 보이고 5분 정도 진행하면 길은 약간 순탄해 진 듯 하다가 가파른 내림길로 변한다. 계단길이다. 4분 정도 내려서면 비로봉 1.1km 세렴폭포 1.6km 구룡사 3.7km 이정표가 서 있는 넓은 쉼터에 도착한다. 밧줄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몇 걸음 올라서면 조망이 좋은 전망대이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친다. 온갖 활엽수가 저마다 다른 색조로 물들어 어울리며, 수채화 같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14시 55분 비로봉 1.6km 세렴폭포 1.1km 구룡사 3.2km 이정표를 지난다. 이곳까지는 가파른 내림길로 돌계단과 나무계단 계속된다. 15시 갈림길에서 왼쪽 사다리병창길로 접어든다. 쇠줄이 설치되어 있는 암릉길이다.



해발 700m 사다리병창 표지판이 보인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비로봉 2.2km 세렴폭포 0.5km 구룡사 2.6km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 쉼터에 닿는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숨을 고르고 철난간이 설치된 돌계단 내림길을 내려선다. 100개의 나무계단을 내려서고 곧바로 156개의 나무계단을 내려오면 갈림길과 만난다.



왼쪽은 비로봉에서 내려오는 계곡길이다. 아치형나무계단을 건너면 해발 500m 표지판에 구룡사 2.2km 매표소 3.6km 비로봉 2.7km 라고 적힌 이정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50m정도 진행하면 세렴폭포가 초라한 모습으로 물줄기를 흘려 내린다.



세렴통제소를 지나면서 길은 좋아진다. 15시 45분 세렴폭포 0.5km 비로봉 3. 5km 구룡사 1.6km 매표소 2.5km 이정표를 지나고 왼쪽으로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유난히 빨간 옷을 입은 단풍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끌고 돌 박아 잘 정비해 놓은 길이 이어진다.



5분 정도 내려서면 비로봉 3.6km 세렴폭포 0.9km 구룡사 1.1km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5분 정도 더 내려오면 화장실과 식수장 시설이 있는 넓은 대곡야영장(해발 400m)에 다다른다. 매표소 1.5km 세렴폭포 1.5km 비로봉 4.1km 이정표가 있다. 화장실에 들렸다가 돌다리를 건넌다. 16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노란색과 붉은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계곡에서 족탕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가을빛에 취한다. 16시 20분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한다. 나무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구룡폭포와 용소가 보인다. 기암의 차별침식에 따라 낙석들이 층층으로 쌓여 만들어진 폭포이며 의상대사가 구룡사 창건 당시 쫓겨나던 아홉 마리의 용중 눈이 멀어 달아나지 못한 한 마리가 연못 속에 살다가 승천하였다고 하여 용소라고 부른다.



가녀린 단풍잎이 마지막 잎새처럼 가지 끝에서 바르르 떨다 솔향 머금은 가을바람을 타고 한잎 두잎 낙엽 되어 원을 그린다. 푸른 물빛은 금새 단풍색으로 물든다. 하얀 암벽과 단풍나무, 그리고 푸른 하늘 흰 구름은 수면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팔레트로 변한 구룡소는 형형색색 치악산의 풍경을 담아내느라 가을이 깊어가는줄도 모른다. 암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소를 이루고, 푸른 이끼로 뒤덮인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단풍나무 몇 그루가 수면에 제모습을 비추며 서 있는 모습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한 폭의 그림이다. 곧바로 구룡사에 닿는다. 구룡사의 출입은 사천왕문을 통과하여 보광루 아래 트여있는 가운데 길로 들어서는 누하진입방식이다.



구룡사는 신라 문무왕 6년(66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온다. 전설에 의하면, 지금의 대웅전 터에 큰 연못이 있어 그곳에 청룡 아홉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의상대사가 불도의 힘으로 용을 쫓아내고 연못을 메워 절을 지었으며,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하여 구룡사(九龍寺)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들어 퇴락 하는 사찰을 번창시키기 위해 절 입구의 거북이 혈맥을 이으면서 거북 구(龜)자를 써서 구룡사(龜龍寺사)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구룡사 대웅전이 작년 9월 30일 밤 9시 4분 경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로 전소했다. 조선 후기인 1807년에 건축된 팔작지붕에 다포형태를 하고 있는 단아한 목조의 대웅전뿐만 아니라 그 안에 불상도 완전 전소되었고, 그 외에도 탱화와 소종 그리고 법상과 법고 등은 물론 다수의 불기와 시설들이 타버렸다. 불에 탄 대웅전은 한창 복원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에서 매표소까지는 0.8km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국사단을 통과한다. 마침 시화전시회 기간이어서 나무 가지에 걸린 시화가 하산길에 즐거움을 더한다.



16시 45분 원통문을 통과하고 곧바로 구룡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돌 거북 약수가 보인다.




구룡매표소 입구의 황장금표는 대부분의 산행객이 눈앞에 두고도 못 보는 귀한 문화재. 황장금표란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벌채를 금지하는 표시로 설치된 것으로 대개 돌에 새겨 표시한다. 치악산에는 궁궐에서만 사용하던 질 좋은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지금도 무성하다. 강원자연학습림이 설악산 등 수많은 명산을 제쳐두고 이곳에 둥지를 틀만큼 치악산은 식물의 종도 다양하다. 청량한 물소리의 계곡과 등산로를 따라 들메나무 졸참나무 물푸레나무 신나무 층층나무 검팽나무 야광나무 등 이름조차 생소한 나무들이 코흘리개 초등학생처럼 이름표를 달고 있고, 다람쥐와 청설모는 낙엽더미를 헤쳐 도토리 줍기에 바쁘다.



16시 50분 돌밭상회, 오성상회, 치악식장 등 상점이 늘어선 시설집단지구 소형주차장을 지나면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특이하게 인도에 나무판을 깔아 놓아 걷기가 좋다. 10분 정도 걸어 내려와 구룡3교 목재 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향한다. 17시 2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오는 길...
17시 18분 대전으로 향한다. 4분 정도 진행하면 42번 국도와 만난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다리를 건너 원주방향으로 달린다. 10분 정도 진행하여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영동고속도로 원주요금소 방향으로 진행한다. 3분 정도 진행하면 장양경로당이 보이고 오던 길로 진행한다. (좌회전이 안되므로 불법 좌회전을 하지 않으려면 장양경로당에서 우회전하여야 한다) 17시 40분 원주요금소로 진입하고 18시 17분 호법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탄다. 18시 33분 음성휴게소에서 12분간 정차하고 19시 35분 대전요금소를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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