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30일 (일)
지난 수요일(석가탄신일) 대충산사 회원들과 함께 한 충북알프스 산행기를 보고 경화님이 속리산에 가자고 한다. 지난 주 금오산 정기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던 오원장님과 희규님도 특별 산행을 하자고 한다. sda둔산산악회 첫 산행지였던 속리산. 아침 7시 10분 광주에 결혼식이 있어 함께 산행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재경님의 배웅을 받으며 종찬님부부, 오원장님, 희규님, 경화님, 혜숙님과 함께 속리산으로 향한다. 운전을 맡은 희규님이 북대전요금소에서 호남선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계룡요금소까지 갔다가 다시 진입하여 판암을 지나 옥천으로 향한다. 시작부터 고속도로 알바를 한다. 7시 55분 옥천요금소를 빠져나가 좌회전하여 37번 국도를 타고 속리산으로 향한다. 8시 45분 속리산에 도착한다.
속리산은 바위가 많은 산으로써, 멀리서 이 산을 보면 온통 울퉁불퉁한 바위로 하늘금이 그어진다. 그러나 속리산은 바위산이되 그들 암봉 사이로 교묘히 사람이 드나들 틈새를, 그것도 넉넉히 남겨두고 있다. 속리산은 그 이름처럼 누구든 풍진 세상의 일을 잠시나마 잊고 선경에 취해 '속리(俗離)'할 수 있게 하는 너그러운 산이다. 신라 때 고운 최치원은 이 속리산을 찾아보고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상을 멀리하지 않는데 세상이 산을 멀리 하는구나(道不遠人 人遠道山非俗離 俗離山)'라고 읊었다고 한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조각공원을 지나 매표소로 향한다.
TV프로그램 VJ특공대에 소개된 2003인분 세계 최대 비빔밥 그릇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지난해 속리산 가을 한마당 축제때 속리산의 대표적 음식인 산채 비빔밥을 홍보하기 위해 ‘2003 산채 비빔밥 시연’ 행사를 열고 속리산에서 채취한 각종 나물로 2003인분 비빔밥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제공했다. 물론 이 부문 국내 최대의 비빔밥으로 기록됐다.
9시 정각 속리산 국립공원 매표소를 통과한다. 국립공원 입장료 1600원에 문화재관람료 2200원을 합쳐 1인당 3800원의 입장료를 징수한다. 어느 분 표현을 빌리자면 날강도짓이라 한다. 수 십개의 붓다벌스데이 플랑카드가 법주사까지 걸려있다. 포장도로를 따라 오리 숲을 걷는다. 거리가 약 1.8km로 약 5리쯤 되어 붙어진 이름이다. 9시 7분 호서제일가람 법주사 일주문을 통과하고 법주사 입구에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들어선다.
나무 그림자를 드리운 물은 녹색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다. 이른 아침이어서 더욱 더 주변 공기가 깨끗하고, 싱그러운 산의 모습은 더욱 진녹색으로 물들어 간다.
오원장님은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가더니 어느 덧 시야에서 사라진다. 왼쪽 산 중턱에 황금소나무가 보인다. 지난 봄 폭설로 가지 한쪽이 심하게 부러졌던 속리산 황금소나무를 원래 모습으로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9시 25분 태평휴게소를 지나며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고 계곡도 오른쪽으로 위치를 바꾼다.
9시 40분 세심정 휴게소에 도착하여 5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갈림길이다. 왼쪽은 문장대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경업대(2km)와 천황봉(3.1km)오르는 길이다. 순조대왕 태실 입구라는 안내표지가 보인다. 오늘은 혼자 산행이 아니어서 다음 기회에 찾아보기로 한다.
인조목 으로 만든 다리는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과 잘 어우러진다.
9시 50분 갈림길에서 오른쪽 상환암 방면으로 향하여 5분 정도 오르면 상환암 0.4km 이정표가 서 있다.
10시 철계단을 오르고 돌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상환암(0.1km) 왼쪽으로 천황봉(2.2km)에 도착한다. 상환암을 보기 위하여 빠르게 치고 오른다. 오를수록 물 흐르는 시원한 소리가 세속에 찌른 마음과 귀를 맑게 해 준다. 지도에 표기된 은폭동폭포는 찾을 수 없고 눈썹바위 위에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를 렌즈에 담고 석간수로 목을 축인다. 물맛이 좋다.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왼쪽 천황봉을 향해 오른다. 점점 가파라지고 돌계단이 더욱 숨가쁘게 한다. 10시 20분 안부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는 일행을 뒤로하고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철계단과 돌계단이 이어진다. 10시 25분 상환석문에 도착한다.
천황봉까지 2km. 물 한 모금 마시고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위장이 안 좋은 경화님이 오는 길에 말티고개를 넘으며 차멀미도 하고 아침에 먹은 것이 체한 것 같아 산행이 힘들다며 내려가겠다고 한다. 종찬님이 비상용으로 준비한 우황청심환을 먹고 채혈침으로 손가락을 따면서 얼굴에 화색이 돌아온다. 자기 때문에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산행에 속도가 붙는다. 10시 55분 배석대(拜石坮)에 도착한다. 둥근 바위가 평평한 암반 위에 놓여 있고, 노송이 늘어 서 있는 쉼터이다. 평평한 암반에 拜石坮라는 희미한 글씨가 보인다.
잠깐동안 휴식을 취하고 걸음을 옮긴다. 30m쯤 오르면 갈림길이다. 왼쪽은 상고암(0.3km) 오른쪽은 천황봉(1.2km)가는 길이다. 나무계단을 두 번 오르면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은 상고암(0.2km) 오른쪽은 천황봉(1.1km)가는 길이다. 부드러운 산죽나무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함박꽃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11시 15분 능선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왼쪽은 경업대(1.9km) 오른쪽은 천황봉(0.6km)이다. 문장대로 가기 위해서는 천황봉에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와야 한다. 참나무 숲이 우거진 부드러운 산길을 지나 통나무 가로질러 박아 만든 계단을 숨가쁘게 오른다. 11시 22분 해발 1015m 헬기장을 지나 11시 30분 천황봉에 도착한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오원장님이 미소지으며 반긴다. 11시 45분 일행들이 하나 둘 씩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종찬님 부부가 도착한다. 속리산 천황봉은 해발 1,057.7m로 조선 시대 3대 명수인 삼파수, 달천수, 우통수 중 삼파수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삼파수(三波水)란 동으로 낙동강, 남으로 금강, 서로 남한강으로 흐르는 물을 말하며, 이 곳 천황봉에서 나누어진다. 또한 한남금북정맥이 시작되며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모두들 천황봉은 처음 오른다고 한다.
11시 55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백두대간 길을 따라 문장대로 향한다.
12시 3분 헬기장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을 감상하고 내림길로 내려선다.
경업대 갈림길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하산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빠르게 내려선다. 앗! 알바다.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숨 헐떡이며 오른다. 12시 20분 경업대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오원장님과 종찬님부부는 길을 제대로 들어서 다행이다. 바쁜 마음에 속도를 낸다. 뒤따르던 경화님이 힘들어한다. 12시 28분 석문을 통과하고 문장대 2.5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원장님과 통화가 된다.
기암봉들이 어우러진 곳에 왼쪽으로 물개가 고개를 쳐진 형상의 비로봉이 보인다.
11시 35분 문장대 2.7km 이정표가 보인다. 7분전에 문장대 2.5km 이정표를 지나왔는데 문장대 2.7km 라니 둘 중 하나는 잘못된 이정표 같다. 12시 40분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일행을 만난다. 길 옆 공터에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13시 30분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발걸음를 재촉한다. 입석대 0.7km 이정표를 통과하고 원숭이 모양의 바위를 지나면 키 높이 자란 산죽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오솔길이 이어진다.
13시 45분 나무 계단을 내려와 입석대에 도착한다. 우뚝 솟구친 입석대가 장관이다. 임경업 장군이 7년 간이나 수도한 끝에 세운 것이라는 입석대는 속리산 능선 줄기에서 빛나는 자랑거리이다.
좁은 바위 틈 사이로 입석대 오르는 길이 있다. 절경에 감탄하며 1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14시 15분 암봉을 조심스럽게 기어오른다. 암봉 정상에 앉아 지나 온 능선을 바라본다. 한 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이 지나간다.
14시 20분 법주사 내려가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지난 겨울 산행에 문장대로 올라 이곳에서 경업대를 거쳐 법주사로 내려가며 속리산의 절경에 매료되었던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오른쪽 문장대로 향한다. 종찬님 부부도 이곳에서 하산하려던 계획을 바꿔 문장대로 가시겠다고 한다. 14시 25분 신선대(해발 1026m)에 도착한다. 주변 조망을 감상하며 15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가파른 돌계단을 올랐다가 내려서면 부드러운 산길이 이어진다.
14시 50분 돌계단을 오른다.
종찬님 부부가 걱정이 되어 자꾸만 되돌아보지만 잘 따라오신다. 요즈음은 부부가 정겹게 산행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가장 부럽다.
천연 암벽을 다듬어 만든 돌계단을 숨차게 5분 정도 올라 문수봉에 도착한다. 문장대가 눈앞에 나타난다.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한 폭의 아름다운 하얀 실크를 휘감아 놓은 듯하다. 간식을 나누며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15시 10분 정상휴게소에 도착한다. 구름이 짙게 깔린 산 아래를 바라보며 바위 절벽 기슭에서 오묘하게 자라나 용트림하는 소나무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는다.
문장대에 오른다. 문장대는 해발 1,054m로 원래는 구름 속에 묻혀 있다고 해서 운장대(雲藏臺)라 했으나 세조 임금이 이 곳에서 시를 읊었다하여 문장대라 칭하게 되었는데 이 곳을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문장대 표석 뒤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道는 사람을 떠나지 않았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 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세속이 산을 떠났네.
하여 이름 붙여진 속리산 문장대 1,054m 구름 속에 갈무리 져 운장대라 하다가 세조가 이 곳에 올라 시를 지었다하여 문장대라 했으니 우러러 우주의 장대함을 보고 구부려 品類의 번성함을 살핀다는 기묘의 극치로다.
정상에는 알이 부화한 둥글게 파인 곳이 있으니 태초 생명 탄생의 신비를 일러 주도다.
동쪽으로 칠형제봉,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이 이어졌고, 서쪽으로 관음봉, 묘봉이 솟았으며 비껴서 낙영산과 도명산이 다가선다.
남쪽 아늑한 곳에 법주사를 앉혀 法脈을 잇게 했으니 빼어난 기품 浩然의 氣槪여!
造物主의 조화여! 오! 仙界의 아름다움이여!”
- 박찬선 글 -
15시 30분 빗방울이 날린다. 하산을 서두른다.
16시 냉천골휴게소를 지난다. 16시 10분 나무계단에서 10분 동안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16시 30분 혼자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철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서면 곧바로 내림길이 이어진다. 16시 35분 보현재 휴게소를 지나고 5분 정도 내려서면 용바위골 휴게소(043-543-4783)에 도착한다. 10분 정도 기다리자 후미가 도착한다.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17시 이뭣고 다리를 지나 세심정휴게소 뒤편 흐르는 계곡 물에 땀을 씻어내고 탁족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풀고 가벼워진 발걸음을 빠르게 옮긴다.
17시 45분 법주사 갈림길이다. 18시 일주문을 통과하면서 다시 굵어진 빗줄기가 시원하다. 버스에 오르고 9시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면서 모두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를 뚫고 버스는 대전으로 향한다. 모두들 피곤함도 잊은 채 즐거운 표정들이다. 북대전요금소를 빠져나오니 비가 그친다. 산밑할머니 묵집에서 보리밥 한 그릇씩 뚝딱 해치우고 5월 sda둔산산악회 특별산행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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