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다. 그리매님과 통화한다. 백두대간 종주는 예정대로 떠난다고 한다. 약간 심난한 마음으로 배낭을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0시 5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한 버스는 경부와 중부고속도로를 30분 정도 달려 오창휴게소에서 얼떨결님을 태우기 위해 잠깐 정차하고 어둠을 가르며 질주한다. 2시 17분 평창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하고 5분 정도 더 진행한 다음 평창요금소를 빠져나가 좌회전하여 속사방면으로 향한다. 이승복기념관을 지나 운두령고개를 넘고 창촌(내면)을 통과해서 구룡령고개를 오른다. 구룡령길은 홍천군 내면 창촌리부터 양양군 서면 논화리까지 50여㎞에 이르는 구간으로 길을 따라 절경과 명소가 즐비하다. 한계령과 미시령이 아기자기한 설악산 기암과 벗한다면 구룡령은 장엄한 연봉과 함께 한다. 백두대간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고개. 아리랑 가락처럼 늘어졌다 다시 잡아채듯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고개 중에 가장 풍경이 아름답다는 구룡령(해발 1,048m). 고개 정상에 오르려면, 용트림하듯 가파른 아흔 아홉 굽이를 돌고 돌아야 고갯마루에 올라설 수 있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지난 구간 하산하면서 본 구룡령 포장도로는 용의 몸짓이 아니다.
3시 40분 구룡령휴게소에 도착한다. 휴게소에는 불이 꺼져 캄캄하다. 밖에는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대간꾼들은 단잠에 빠져있다. 4시 30분 산악대장 그리매님의 기상 소리에 하나 둘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다. 차내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우중 산행 준비를 한다. 5시 5분 구룡령 터널을 지나 좌측 절개지를 통해 생태터널 위로 올라선다. 처음부터 가파르게 10분간 오른다. 아침식사 후 곧바로 출발하고 몸이 풀리지 않아 숨이 차고 힘이 든다.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서 한숨을 돌린다. 5시 25분 백두대간 생태조림 안내판을 지나고 약간 내려선 후 평탄한 길을 따라 걷는다.
5시 32분 백두대간 생태조림 안내판이 서 있는 1100.3m봉 안부를 지나면서 가파른 오름길이다. 3분 동안 숨가쁘게 치고 올라 10분간 휴식한다. 험한 내림길을 1분 정도 내려서면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이슬 머금은 산죽 나무 사이로 오솔길이 희미하게 열리기 시작한다. 헤드랜턴을 끄고 평탄하여 걷기 좋은 길을 따라간다. 6시 완만한 내림길을 3-4분 내려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책로 같은 길을 15분 정도 진행한 다음 가던 길을 멈추고 10분간 휴식한다. 눈치채지 못하게 완만한 내림길은 3분 정도 올라가 무명봉을 지나고 다시 한번 내려섰다 밋밋한 오르막의 무명봉을 지나 좀 더 고도를 높이면 치밭골령이다. 앙증맞은 표지목이 있으며 대간길은 왼쪽으로 90도 꺾여 내려간다. 6시 45분 곧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고 갈전곡봉에 도착한다. 갈전곡봉은 Y자형의 널찍한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가는 길은 가칠봉(3km)가는 길이며 대간 길은 직진에 가까운 오른쪽 길이다. 쇠나들이 12.7km (6시간 30분) 구룡령 3.4km (2시간) 이정표가 서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후미가 도착하여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6시 55분 출발한다. 7시 10분까지 완만하게 때로는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진다. 평탄한 길을 걸어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안부에 도착한다. 7시 25분부터 5분 동안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선다. 이어지는 평탄한 길 양쪽으로 멧돼지가 파헤친 흔적은 마치 농부가 땅을 개간해 놓은 듯 하다. 7시 35분 3-4분 정도 내림길을 내려선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뿐이고 잦은 오르내림에 지겨운 느낌이 든다. 7시 45분 안부에서 12분간 휴식한다. 8시 10분 가파른 내림길을 5분 정도 내려서 왕승골 삼거리 도착한다. 이정표에 따르면 갈전곡봉에서 3.2km를 진행해 왔으며 연가리 샘터까지는 968.1봉과 헬기장을 거쳐 3.0km 남아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968.1m으로 오르는 첫 무명봉은 왼쪽 비탈로 우회하여 주능선에 닿으면 완만하게 5-6분을 더 오른다. 오른쪽으로 묘 1기가 보인다. 8시 40분 잠시 내려섰다 서서히 오르던 길이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산죽나무 오솔길을 헤치고 1분 가량 더 진행하면 968.1봉에 도착한다. 20여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고도를 낮춘다. 항암작용은 물론 치매, 당뇨 등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루궁뎅이버섯이 눈에 띤다. 5~10㎝ 크기의 백색 반구형으로 조직은 스펀지 처럼 유연하다.
9시 25분 가파르게 2분 정도 치고 오르면 표지기가 많이 매달린 안부에 도착한다. 선답자 청록님 표지기가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한다.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되고 이어지는 밋밋한 내리막길은 산죽지대가 길게 펼쳐지며 가벼운 발걸음은 연가리골 샘터 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9시 45분 연가리골 샘터에 도착한다. 연가리골 샘터 넓은 공터 양쪽으로 뚜렷한 길이 보이며 단풍나무군락지 4.2kn 쇠나들이 1.9km 조침령 8.2km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특이한 것은 이정표에 쇠나드리 갈림길을 바람불이 삼거리로 그리고 지도에는 없는 옛 조침령이 표기되어 있다.
왼쪽으로 나 있는 완만한 길을 따라 약 200m 정도 내려가면 많은 수량은 아니나 목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다고 한다. 나뭇가지에 대간꾼들의 표지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바람에 나부낀다.
10시 정각 956봉으로 생각되는 지점에 도착한다. 이 구간이 진드기의 천국이라고 하여 앉지도 못하고 서서 행동식으로 허기를 속이고 길을 재촉한다. 바람이 불고 비로 온몸이 젖어 추위가 느껴진다. 10시 35분 등산로 옆으로 작은 짐승을 잡기 위한 함정(작은 드럼통)을 땅에 묻어 놓아 짐승이 빠지면 쉽게 올라오지 못할 것 같다.
숲으로 드니 마음이 푸근하다.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 길. 운해에 갇힌 사방은 안타깝게도 깨어날 줄을 모른다. 신록의 싱그러움에 취해 향긋한 풀내음까지 맡아가며 여유롭게 걷지만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할 수 없는 길을 걷다보니 주변을 쳐다볼 가치도 없이 앞으로 나아갈 작은 공간만을 응시한 채 걷는다. 야생화지대가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1,061봉으로 이어진다. 10여명 가량이 둘러앉아도 충분할 공터를 지나 곧바로 단풍나무 군락지로 들어간다. 10시 55분 단풍나무 군락지 안부에 도착하여 5분간 휴식하고 추위에 밀려 걸음을 재촉한다.
11시 20분 955봉에 도착한다. 나무에 매달린 아크릴 이정표에는 '1,061봉 25분 쇠나드리 2시간 현 955봉' 으로 표기되어 있고 매직으로 덧칠해 고친 흔적이 있다. 955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2분 정도 진행하면 곧 바로 가파른 내리막길이고 4분 정도 지나 완만한 내리막으로 바뀌어 762봉을 오르기 전 안부까지 길게 이어진다. 762봉을 오르기 전 안부는 넓은 공터다. 2분 정도 약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고 다시 3분 정도 밋밋하게 올라 762봉에 다다르며 이곳에서 왼쪽으로 휘어진다. 가파르게 길을 잠깐 내려서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면 큰 나무와 넓은 공터가 있는 쇠나드리 갈림길이다. 쇠나드리라는 지명은 소가 날아갈 만큼 센바람이 불어서 생긴 이름이란다.
11시 37분 3-4분 정도 내림길을 내려서면 나무에 '대야영장 조침령 3km 1시간 10분'이라고 표기된 아크릴 안내판이 보이고, 길 양쪽으로 탈출로가 있다. 이곳부터 조침령까지 등산로를 파헤치고 목재로 빗물배수로와 계단을 만드는 등산로 보수작업이 진행중이다. 12시 25분 가파른 내림길을 1분 정도 내려선다. 왼쪽에 밧줄을 설치하기 위한 지지목 공사중이고 10여분 지나 2-3분 정도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길에도 역시 지지목 공사중이다. 그다지 필요한 구간이 아닌데...
12시 57분 조침령 도로가 이어지는 절개지 등산로 위에 깔아놓은 50m 정도의 나무통로를 지나 비포장 도로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향하면 조침령이다. 조침령(鳥寢嶺)은 높아서 새도 하루에 넘지 못하여 자고 넘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비포장 도로 따라 걷는다.
자욱한 운해 사이로 언뜻 언뜻 드러나는 산봉우리들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13시 15분 진동계곡에 도착하여 산행은 끝을 맺는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 어려움 없이 산행을 할 수 있었으나 시야가 가려 산행의 재미는 없다. 다만 대간의 한 조각을 맞추기 했다는데 의미를 둔다.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계류에 알탕을 하고 여별 옷으로 갈아입으니 날아갈 것만 같다. 1시간 정도 지나 후미가 도착하고 버스는 뒤풀이 장소로 향한다.
강원도다운 풍광이 숨어 있는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파른 암벽과 푸른 물줄기가 멋들어진 조화를 이루는 경관이 이어진다. 짙은 숲과 맑고 시원한 계류, 깨끗한 공기가 폐 속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계곡은 풍부한 물이 흐른다.
기린면 현리 산악군단 앞 대성횟집에서 뒤풀이를 겸해 저녁식사를 마치고 대전으로 향한다.
31번 국도를 타고 약 15분 정도 달리고 상남에서 451번 지방도로를 갈아탄다.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상남리 451번 도로는 지방도 이긴 하지만, 왕복 2차선으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어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18시 정각 속칭 '아홉사리 고개' 통과하여 철정교라는 다리를 건너고 철정검문소에서 좌회전 홍천 쪽으로 44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피곤이 엄습해 오며 잠이 든다. 국도를 따라 대전으로 향하던 버스는 증평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오창휴게소에서 얼떨결님을 내려놓고 대전으로 향한다.
Cranes - Losif Kob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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