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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10. 육십령-동엽령

2004년 9월 26일 (일)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문득 가는 여름이 아쉬워진다. 지난 1월 허리까지 쌓인 눈 때문에 산행 속도를 낼 수 없어 결국 하산 시간에 쫓겨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하산했던 남덕유산을 이번에는 산악회에 묻어 백두대간 조각 맞추기로 나선다.


배낭을 꾸린다. 눈앞에 보이는 삶을 지배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새로운 짐을 진다.


가는 길...
7시 20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한 버스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하고 다시 질주하여 8시 30분 장수요금소로 빠져나가 우회전한다. 19번 국도를 타고 전주·장계방면으로 8분 정도 진행하고 모정가든에서 우회전하여 굽이굽이 육십령고개를 힘겹게 오른다. 8시 48분 육십령에 도착한다. 백두대간의 육십령(734m)은 영남과 호남 지방을 연결하는 주요 고개로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과 전라북도 장수군 장계면을 이어준다. 전주-대구간 26번 국도가 지나가지만 2001년 12월말 대진고속도로가 개통  되면서 고개 밑으로 육십령터널이 뚫려있어 요즘은 가끔 트럭과 하루에 서너 차례 직행버스가 다닐 정도로 한적하다.


육십령이라는 이름의 사연에는 세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첫 번째는 전라도 장수감영과 경상도 안의감영에서 이 고개까지 각각 육십리(24km) 길이며, 두 번째는 육십여 개의 산굽이를 돌아야 고개를 넘었다고 해서. 세 번째 전하는 말로는, 특히 고갯마루의 산적과 호랑이 등을 피해 아랫마을 주막에서 며칠씩 묵으며 육십명을 모아 몽둥이와 죽창을 들고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상도 쪽으로 고개를 내려서면 피적래(避賊來)란 곳이 있는데, 다름 아닌 산적들을 피해서 피난을 와서 살다가 여러 집이 모여 생긴 마을이라고 한다.


육십령에는 장수 방면에 새로 지은 휴게소와 팔각정이 있으나, 대간꾼들이 즐겨 찾는 명소는 고갯마루에서 함양 방면으로 조금 내려간 곳에 자리잡은 허름한 육십령 휴게소(T. 055-963-0610)다. 육십령 토박이인 조정자氏가 주인인 이 집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대간꾼들이 한번씩은 반드시 들리는 소문난 쉼터다. 


산행....
8시 50분 육십령휴게소 건너의 백두대간 나무 안내판 아래에서 남덕유산의 품속으로 빠져든다.



20분 정도 숨가쁘게 치고 올라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면 풍요로운 가을 늘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5분을 더 능선을 따라 진행하면 헬기장에 닿는다. 눈앞에 할미봉이 조망된다. 두 개의 바위가 여의주를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있고, 그 주변의 바위들은 촛불이 타오르는 것 같다. 할미봉 자락의 모습이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거친 숨을 고른다. 완만하던 오르막길이 점점 경사를 더하면서 가팔라진다. 9시 30분 가파르고 험한 암봉인 할미봉(1,026m)에 올라서 광활하게 펼쳐지는 전망을 즐기느라 매서운 바람과 맞선다. 조망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남덕유산과 서봉을 바라보니 두 봉우리가 웅장하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이 조망되고 백운산과 영취산이 좌우로 호위하고 있는 깃대봉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우며 대간의 능선은 장쾌하게 이어진 첩첩산중의 진경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할미봉 아래에는 성터가 있다. 할미봉의 이름은 이 할미성에서 연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할머니가 치마폭에 돌을 날라 성을 쌓았기 때문에 할미성이라 했고 자연스럽게 할미성이 있는 산봉우리를 할미봉이라 했다는 것이다. 삼각점이 박혀있고 조망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으며 경관이 아름다운데다 널찍한 암반이 다리 쉼을 하기에 그만이다. 할미봉은 백두대간의 한 송이 꽃이다. 세찬 바람에 등떠밀려 할미봉을 떠난다. 30m 정도를 진행하면 대포바위 안내문을 만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0.4km 아래에 있는 대포바위는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함락시킨 왜군이 전주성을 치기 위하여 육십령을 넘다가 고갯마루에서 할미봉 중턱을 바라보니 엄청나게 큰 대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혼비백산하여 남원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바위다. 이로써 장계지역은 왜군의 화를 면하였다고 한다. 가까이서보면 남자의 성기를 닮아 남근석으로도 부른다.



오른쪽 남덕유산 방향으로 향하면 멀리 산 중턱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교육원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험한 내리막길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9시 50분 오른쪽으로 우회등로를 버리고 약간 험하지만 조망이 좋은 바위 능선으로 오른다. 20분 정도 지나면 백두대간꾼들의 표지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능선 안부를 지나 걷기 좋은 평탄하고 오붓한 숲 속 길로 들어선다. 10시 25분 소나무 숲 아래 쉬기 좋은 넓은 안부를 지나고 곧이어 교육원삼거리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교육원으로 하산하는 길이 보이고 서봉 2.13km 남덕유산 4.64km 이정표가 서 있다.



5분 정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턱 밑까지 차 오르는 가쁜 숨을 토해내며 5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에 닿는다. 뒤돌아보니 할미봉을 비롯하여 지나온 능선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5분간 휴식을 취하며 숨을 고른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11시 정각 암봉에 오르면 동봉(東峰)과 서봉(西峰) 두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그 중 동봉이 정상이 되는 봉우리이며 서봉은 장수 덕유산으로 불린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11시 20분 해발 1300m 육십령 6.8km 남덕유산 2km 이정표를 지나면서 길은 허리까지 자란 산죽나무 사이로 겨우 한 사람이 통행 가능한 좁고 호젓한 오솔길로 변한다. 어느 정도 지나면 걷기 좋은 길은 발걸음 무거운 오르막길로 바뀐다. 11시 40분 약수터 0.1km 남덕유산 1.5km 이정표가 서 있는 서봉 바로 밑 안부에 도착한다.



1분지나 서봉(1510m)에 올라선다. 장수덕유로도 불리는 서봉 정상은 쉬었다 가기 좋은 바위봉으로 사방의 전망이 아주 좋다. 덕유산 주봉인 향적봉과 철탑이 저 멀리 아득하게만 보인다. 덕유산(德裕山)은 옛날에는 광려산, 려산 등의 이름으로 불렸지만 덕유산으로 이름이 바뀐 이유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고려 장군으로 있을 때 이 산에서 수도를 했었는데 수많은 사나운 짐승들이 우글거렸으나 한 번도 해를 입지 않아 '덕이 많은 산'이라고 말한 데 기인한다. 전북 무주와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에 걸쳐있는 큰산으로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주봉인 향적봉을 비롯하여 중봉(1,574m)과 동엽령, 무룡산(1,492m)에 이어 삿갓봉, 남덕유산(1,507m) 등 해발 1,5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30여㎞에 달하는 장대한 능선을 이루며 남서 방향으로 뻗어있다.





갈천 임훈 선생이 쓴 <향적봉기>에 따르면 옛날 덕유산 최상봉에 향나무가 숲을 이루어 향적봉이라 했으며 덕유산 속에 구천 사람이 부처가 되겠다고 모여 살았던 곳이 구천둔곡으로 오늘날 '무주구천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옆 헬기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짙은 운해가 밀려들며 조망이 모두 죽는다. 11시 45분 나무계단과 145개의 철계단을 내려서고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을 조금 더 내려서면 평탄한 길이 길게 이어진다. 12시 5분 갈림길이다. 왼쪽은 월성재로 가는 대간길이고 오른쪽은 남덕유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남덕유산을 향해 10분 정도 오르면 거창군 극서점에 닿는다. 남덕유산 0.1km 이정표가 서 있고 가파른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12시 17분 남덕유산(해발 1507m)정상에 도착한다.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전북 장수군 계북면과 경계하며 솟아있는 산으로 덕유산과 맥락을 같이 한다. 즉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에서 남쪽으로 약 17km 지점에 위치한 덕유산의 제2의 고봉인데, 향적봉이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켜 나 있는 반면 남덕유산은 백두대간의 분수령을 이루므로 백두대간 종주팀들에게는 오히려 향적봉보다 더 의미 있는 산이 된다.


남덕유산은 3대강의 발원샘을 갖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왜구들과 싸운 덕유산 의병들이 넘나들던 육십령은 금강(錦江)의 발원샘이며 정상 남쪽 기슭 참샘은 거룩한 논개의 충정을 담고 있는 진주 남강(南江)의 첫물길이 되고 북쪽 바른 골과 삿갓골샘은 낙동강(洛東江)의 지류 황강(黃江)의 첫물길이다. 남덕유산의 옛 이름은 봉황이 산다는 뜻으로 황봉 또는 봉황산 이었다고 한다.


정상 부근은 이미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이정표에는 향적봉 15km라고 적혀있다. 짙은 운해로 서봉만이 조망된다.



12시 30분 거창군 극서점으로 다시 내려와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20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른쪽 삿갓골재(4.1km) 이정표를 따라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5분 정도 내려서면 남덕유밑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육십령 8.5km 오른쪽 월성재 1.1km 삿갓골재 4km 이정표가 서 있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고도를 점점 낮추며 완만한 내림길이 이어진다.



13시 18분 월성재(1240m)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월성계곡으로 하산하는길과 왼쪽으로 토옥동계곡으로 하산길이 보인다. 겨울에 오른쪽 월성계곡을 거쳐 황점으로 내려갔던 추억이 떠오른다. 샘터 0.1km 안내판이 보인다.



직진하여 삿갓골재(2.9km)를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1분 정도 올라서면 삿갓봉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13시 45분 삿갓골재 2km 이정표 아래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거치러진 숨을 고른다. 14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5분 정도 오르고 다시 5분 정도 지나 삿갓골재 1km 향적봉 11.5km 이정표를 지난다. 14시 15분 갈림길에서 왼쪽 우회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삿갓봉 오르막길을 4분 정도 오르면 삿갓봉(1418.6m)에 도착한다. 삿갓봉은 남덕유의 경관을 집약하는 장소로 무룡산이 지척에 보이고 다른 능선의 산들도 더욱 가까이 보여 가장 아름다운 조망이 있는 곳이지만 짙은 운해로 사방이 덮여 아쉬움을 남긴다. 누군가 삿갓봉을 보고 나그네의 발길을 기다리는 외로운 표석만이 쓸쓸하고 그 언저리에는 잊혀진 세월의 미련이 묻어난다고 했다.



곧바로 내림길로 들어서 3-4분 내려서면 우회도로와 만난다. 14시 30분 삿갓골재 0.5km 이정표를 지나고 5분 후 돌계단을 내려서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3분 더 내려서면 삿갓골재대피소에 닿는다.



나무의자에 배낭을 벗어놓고 오른쪽 황점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을 따라 60m(150계단)을 내려서면 샘터가 있다. 물통에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대피소로 올라와 나무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대피소 앞에는 무룡산 2.1km 동엽령 6.3km 칠연폭포 9.6km 라고 적혀있는 커다란 이정표가 보인다. 14시 50분 길을 나선다. 15시 헬기장을 지난다. 15시 5분 해발 1400m 삿갓골재 0.8km 향적봉 9.7km 이정표를 지나면서 길은 산죽나무 사이로 부드럽고 평탄한 길로 변한다. 2-3분 정도 지나 오르막길로 바뀌고 5분 정도 오르면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15시 20분 향적봉 9.1km 이정표 통과하고 5분 후 헬기장을 지난다. 육십령부터 장수덕유산∼월성재∼삿갓봉∼무룡산∼동엽령까지 백두대간이 지나는 덕유산 등줄기는 길이 뚜렷한 만큼 발길에 무너진 상처도 많다. 훼손지 복원을 위해 나무계단으로 지정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짙은 안개로 조망은 없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준다.



15시 30분 다시 헬기장이 나타난다. 15시 40분 완만한 오르막길을 끝에 무룡산(1491.9m)에 도착한다.



무룡산의 옛 이름이 불영산인데 부처님 그림자가 비친다는 의미라고 한다. 삼각점이 박혀있고 정상 표지석과 동엽령 4.1km 칠연폭포 8.6km 이정표가 서 있다.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달려도 좋을 만큼 평지에 가까운 부드러운 길을 따라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굳이 백두대간 종주가 아니더라도 다시 찾고 싶다. 도중에 쥬니리님과 그래가자님 부자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삿갓골재대피소에서 1박하고 다음날 황점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16시 20분 향적봉 6.2km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돌탑이 쌓인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으며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5분 정도 진행하여 해발 1380m 남덕유산 9.1km 향적봉 5.7km 이정표를 지난다. 17시 정각 동엽령(1320m)에 도착한다. 동엽령은 무주군 안성면과 거창군 북상면을 잇는 고개로 서쪽 계곡을 '안성계곡', '칠연계곡', '용추계곡'등 여러 가지로 부른다. 오른쪽은 병곡내림길이고  왼쪽은 칠연계곡(4.4km)으로 내려가는 길이며 직진하면 향적봉(4.1km)으로 이어진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림길로 들어서 긴 나무계단을 내려선다.



17시 17분 안성매표소 3.6km 이정표를 지나고 오른쪽으로 계류가 힘차게 흘러내린다. 20분간 내려서면 칠연폭포 1.65km 이정표를 지나고 꾸준하게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17시 45분 나무다리를 건너고 조금 지나 칠연폭포 1.2km 안성매표소 2km 이정표를 통과한다. 내리막길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왼쪽으로 바뀐 계곡에는 더욱 계류가 힘차게 흐른다.



18시 5분 나무다리를 건너면 화장실과 강우량 자동경보 시스템이 보이는 갈림길이다. 왼쪽은 칠연폭포(0.3km)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안성매표소(1.2km)가는 길이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어두움이 점점 내려앉는다. 칠연폭포와의 대면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안성매표소로 향한다. 18시 10분 문덕소에서 잠시 떨어지는 물줄기를 감상하며 마지막 여유를 부린다.



18시 20분 안성매표소앞 주차장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19시 15분 후미가 도착하고 버스는 대전으로 향한다.


오는 길....
19시 25분 19번 국도와 만나고 좌회전하여 1분간 진행하고 덕유산요금소로 진입한다. 19시 50분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하고 20시 20분 대전요금소를 빠져나온다. 21시 집에 들어선다.


산행에서 만난 들꽃과 열매...








1.산구절초, 2. 3.쑥부쟁이, 4. 꽃향유, 5. 지장보살(풀솜대), 6. 용담, 7. 천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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