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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8. 진고개-구룡령

2004년 8월 22일(일)

제28회 아테네 올림픽이 한창 진행중이다. 전날 여자 양궁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 소식에 이어 오늘(8월 21일 토요일) 방금 끝난 남자 양궁의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우승하는 모습을 시청하면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겨를도 없이 들뜬 마음으로 백두대간 조각 맞추기를 위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오늘도 아내가 산악회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을 한다. 백두대간은 단순히 우리 선인들이 사용하던 산맥 이름이나 지리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한민족의 공간적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이다.


0시 35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한 버스는 전조등으로 어두움을 가르고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오늘 산행구간에는 조금 힘이 들 것이라는 산행대장 그리매님의 안내 방송이 간단하게 이어지고 차안에 불이 꺼진다. 차안은 정적이 흐르고 금방 잠이 들어 버린다. 중부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여 오창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마지막으로 얼떨결님이 승차한다. 2시 25분 영동고속도로 횡성(소사)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고 해머님과 커피 한잔을 마신다. 올림픽축구 8강전 우리나라와 파라과이전을 시청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있다. 승리를 염원하면서 버스에 오른다. 3시 5분 진부요금소를 빠져나가 곧바로 좌회전하여 2분간 진행하고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6번 국도를 타고 주문진방면으로 향한다. 3시 20분 버스는 진고개를 힘겹게 오른다. 안개가 자욱하여 주변이 뿌옇다. 3시 25분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하고 모두들 단잠에서 깨어나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다. 여러 대의 산악회 버스가 보인다. 대부분 오대산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으로 하산하는 안내산악회 버스들이다.


3시 50분 어제 구룡령-진고개구간을 남진한 한솔님이 합류하고 곧바로 도로를 가로질러 나무계단을 오른다. 나무계단길을 올라서는 초입에는 "백두대간의 심장부 평창입니다" 라고 쓰여진 커다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은 가파르고 첫 이정표에는 진고개 0.5km 동대산 1.2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숨도 고를 수 없는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다가 겨우 거치러진 숨을 고를 수 있는 부드러운 길이 아주 잠깐 이어지고 다시 허리까지 자란 산죽밭 사이로 가파르게 올라간다. 등산로 주변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 관리사무소의 "자연휴식년제 모니터링과 훼손지 모니터링" 안내판이 자주 눈에 띤다. 밤이슬에 흠뻑 젖은 풀숲을 헤치고 오른다. 된비알이다. 경사가 좀 줄어들고 진고개 1.0km 동대산 0.7km 이정표와 진고개 1.5km 동대산 0.2km 이정표를 차례로 지난다. 4시 40분 출입금지의 밧줄을 넘어 동피골야영장 4km 진고개 1.7km 동대산 30m 이정표가 보인다. 이 지점은 구곡동을 거쳐 오대산장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실제 동대산정상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50m 정도 더 진행해야 한다. 4시 45분 동대산 정상에 도착한다. 헬기장이 조성된 정상에는 표지석은 없고 조그만 돌무더기만 보인다. 밤이어서 그런지 아주 가파르고 힘든 구간이라는 선답자의 산행기 내용과는 달리 큰 어려움 없이 올라온 느낌이다. 누군가 핸드폰으로 친구와 통화를 한다. 우리나라가 파라과이에 3: 2로 패했다는 소식에 모두들 안타까워한다. 10분간의 휴식을 끝내고 3-4분 정도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진행하면 커다란 고사목이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누워있다. 5시 8분 1421봉 헬기장에 도착한다. 주변에 각종 야생화가 지천이다. 간식을 먹으면서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날씨가 쌀쌀하고 안개비가 내린다. 간밤에 야영을 했던 부부가 텐트를 걷으며 산행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부부는 8일째 산에서 야영을 했다고 한다. 부부의 배낭을 보고 그 크기에 주눅이 든다. 부드러운 길을 따라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며 진행한다. 동대산 0.7km 두로봉 6.0km 이정표를 지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에 내려앉았던 빗방울이 후드득 소리를 내면서 머리 위로 떨어진다. 5시 23분 내림길이 시작된다. 7분 동안 천천히 내려서 해발 1,300m 동대산 2.0km 두로봉 5.0km 이정표를 지나면서 랜턴을 끄고 진행한다. 5시 35분 안부를 지나고 조금씩 고도를 낮추면서 5분 정도 진행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휴식을 취한다. 짙은 안개로 조망을 없다.



6시 길을 나선다. 고도를 낮추어 3분 정도 진행하면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무명봉을 우회하여 주능선에 올라서면 방향이 다시 또 왼쪽으로 크게 꺾인다. 6시 7분 차돌부스러기가 눈에 띠기 시작하고 하얀 암석 세 덩이가 힘차게 솟아오른 차돌배기에 도착한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이정표에는 동대산 2.7km 두로봉 3.9km라고 적혀있다.



오르내림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부드러운 흙 길이 계속되며 6시 24분 헬기장 표식이 조금 남아있는 공터를 지나 3분 뒤, 표식이 또렷한 헬기장을 지난다. 동대산 4.0km 두로봉 3.0km의 이정표가 있으며 이정표의 기둥에는 해발 1,260m라고 표시되어 있다.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6시 37분 고사목이 쓰러져 길을 막고 내리막길을 3분 정도 내려서면 완만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턱밑까지 숨이 차 오르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25분 정도 천천히 오르막길을 오르고 5분 정도 순탄한 길을 걸으면 헬기장(해발 1383m)에 다다른다. 7시 25분 두로봉 직전의 북대사 갈림길에 도착한다. 해발 1,422m임을 알리는 이정표에는 동대산 7.0km 북대사 4km라고 적혀있다. 북대사방향으로 향한다.



●이곳 두로봉~신배령구간은 비 탐방구간으로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매우 위험하며 동.식물 등 자연자원보호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무단으로 입산할 경우 자연공원법 제84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처분을 받게되오니 출입을 금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입금지 경고판이 세워진 곳이 대간길이다. 조금 지나면 곧바로 두로봉 정상에 도착한다. 안타깝게도 안개로 조망은 없다.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25분간 휴식을 취한다. 땀이 식으니 춥다.



가파르게 내려가던 길은 왼쪽으로 비스듬히 방향을 튼다. 우거진 숲을 헤치며나간다. 잡목을 헤쳐 나오면 부드러운 산길이 이어지고 발걸음을 한결 가볍다. 커다란 거목이 누워 길을 막는다. 완만한 오르막이 3-4분 정도 이어지고 지도상의 1,121m봉을 지난다. 8시 40분 북부관리청에서 세운 허름한 신배령이정표에는 응복산 4.8km(2시간30분 소요) / 두로봉 2.5km(1시간30분 소요)로 적혀있다. 위치가 령이란 지명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신배령은 강릉시 연곡면 삼산 3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넘나드는 고개이며 신배령에서 구룡령까지는 1,000m 이상의 고도를 유지하며 구름과 함께 걷는 하늘길이다. 이 고개는 예부터 맛이 신 돌배가 많이 자생하여 신배령이라 불리며 지금도 돌배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5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3-4분 정도 잡목지대를 지나고 제법 넓은 공터에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조개골 안부를 지난다. 왼쪽으로 희미한 소로가 보인다. 길 양쪽으로 야생화 금강초롱이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며 지천으로 널려있다.



복룡산 갈림길이 있는 1210.1m봉은 정상을 피해 비스듬히 왼쪽으로 우회하면서 대간 마루금과 합쳐져 생각보다 쉽게 1210.1m봉을 지난다. 능선 곳곳에는 멧돼지들이 파헤쳐 초토화된 흔적이 눈에 띤다. 9시 35분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고 천천히 5분 간 오르면 만월봉에 도착한다. 만월봉은 뚜렷한 Y자형의 갈림길이 있으며 지능선이 있는 왼쪽으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도 보이지만 대간길은 직진에 가까운 오른쪽 길이며 많은 표지기가 걸려있다. 약200년 전 어느 시인이 이 봉을 바라보고 시를 읊었는데 시중에 바다에 솟은 달이 온산에 비침으로 만월이 가득하다 하여 만월봉이라 한다. 평탄한 능선이 계속 이어지다가 완만하게 고도를 높인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약간 고도를 높였다가 다시 평탄한 능선을 따르면 통마람 갈림길이다. 9시 50분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10시 후미가 도착하고 빙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안개비가 계속 내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떨어진다. 추운 날씨 탓에 술 한잔이 그리워지는 모양이다. 캔님이 준비한 소주 한 병이 금새 바닥을 드러낸다. 30분 동안 즐거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출발한다. 10시 45분 고도를 높이면서 응복산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10시 57분 삼각점과 허름한 이정표가 있는 응복산에 도착한다. 산의 모양이 매가 엎드린 형국이라 하여 매복산 또는 응복산이라고 부른다.



낮은 잡목에 가려 조망이 막혀 있고 10여명 가량이 쉴 만한 공간이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이정표<구룡령 6.7km 3시간40분 소요>를 주워 삼각점에 세워놓고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직진 길은 1,052m봉으로 가는 길이며 대간길은 왼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응복산을 출발하여 4분 정도 완만하게 내려서면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표지기가 많은 1,281m봉을 지나고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다가 가파른 내리막이 나타난다. 11시 25분 가파르게 2분 정도 내려서면 제법 넓은 공터이다.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계곡물이 흐른다. 편안함님이 준비한 수박 화채를 나눠 먹으면서 1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안부에서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6분 정도 힘겹게 오르면 이름이 특이한 마늘봉을 지나게 된다. 11시 50분 서서히 고도를 떨어뜨린 다음 1,261m봉의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상당히 가파르면서도 긴 오르막길을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13분 정도 꾸준히 치고 오른다. 1,261m봉에 오르니 작은 바위조망대에서 다른 대간 종주팀이 점심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비워준다. 짙은 안개로 조망이 막혀 매우 아쉽다. 물 한 모금으로 호흡을 달래고 길을 재촉한다. 비록 짧기는 하지만 가파른 돌밭 내리막길이다. 서서히 고도를 낮추다 12시 10분 1,280m봉 오르막이 나타난다. 7분 동안 치고 올라 1,280m봉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90도 정도 방향을 틀어 조금씩 고도를 낮춘다. 12시 33분 완경사의 내리막으로 바뀐 길은 또 한번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고 안부에 내려선다. 약수산 오르막이 시작된다. 힘들게 첫 봉우리를 지난다. 경사가 좀 둔해지면서 두 번째 봉우리 세 번째 봉우리를 지나고 바위가 듬성듬성 박힌 네 번째 봉우리에 도착한다. 12시 53분 오른쪽에 구룡령이 내려다보인다는 조망바위에 가보지만 짙은 안개로 한치 아래도 보이지 않는다. 고사목과 구상나무만 보인다.



잠시 간식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약수산으로 향한다. 3분 정도 진행하여 약수산에 도착한다. 약수산이란 이름은 흔히 명개리 약수라 불리는 이 산 남쪽 골짜기의 약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삼각점 옆에 각목과 나무판에 "약수산"이라 쓴 초라한 표지목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하산길로 향한다.



내림길이다. 13시 20분 1,218m봉을 넘고 4분 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매우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간다.



키 작은 산죽이 나타나면 가파른 내리막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바뀐다. 산불이 났던 곳으로 아직까지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이곳은 키 작은 산죽이 군락을 이룬다. 구룡령의 생태터널이 희미하게 바라다 보이면서 가파른 내리막이 산죽사이로 이어진다. 생태터널은 야생동물 이동 및 보호를 위해 설치된 시설물이다.



13시 35분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보이는 곳에서 동물이동통로를 건너지 않기 위해 도로로 내려서는 길을 찾아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절개지가 나타나고 구룡령정상 표지석 이 세워진 도로에 내려선다. 속담에 9마리의 용이 지나갔다 하여 구룡령이라 한다.



해발 1,013m에 달하는 구룡령(九龍嶺)은 홍천과 양양을 잇는 56번 국도가 지나가는 고개로 백두대간의 산줄기를 절개해서 만든 기존의 도로에 맨 처음으로 "야생동물 이동통로"(Eco Bridge)가 설치되어 있다.



생태터널을 지나 왼쪽에는 구룡령 휴게소가 보인다. 나무로 외부치장을 한 멎진 휴게소에는 "구룡령 산림전시 홍보관" 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산림청에서 지은 건물이지만 지금은 농협에서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휴게소 뒤편에 등산객을 위한 수도 시설을 마련해 놓은 휴게소 주인의 따듯한 배려가 고맙다. 엉망진창이 된 등산화의 흙을 털어 내고 찬물에 샤워를 한 후 여벌옷으로 갈아입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구룡령을 출발한다. 굽이굽이 험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구룡령도로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절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홍천군 내면 창촌리 만나산장가든(T. 033-432-9090, 011-373-9070)에서 송어회를 안주삼아 뒤풀이를 하고 매운탕으로 저녁식사까지 마친다. 술에 취한 산꾼들로 차내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영동고속도로는 몰려 든 귀경 차들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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