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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6. 삽당령-대관령

2004년 7월 25일 (일)


우리의 산은 저만치 홀로 있는 산이 아니다. 늘 사람과 같이 더불어 살고 살아오고 있다. 눈을 뜨면 산이 보여야 안심하고 안식할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는 산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백두대간 한 조각을 맞추기 위해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0시 5분 대간꾼들을 태운 버스는 대전요금소를 빠져나간다. 0시 35분 오창휴게소에서 기다리던 2명의 대간꾼을 태우고 10분간 정차한다. 차내는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전조등 불빛으로 어두움을 가르며 힘차게 달리던 버스는 2시 50분 강릉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대부분의 대간꾼들은 잠에 취해 있고 몇 명만 화장실에 다녀온다. 3시 5분 강릉요금소를 빠져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임계방면으로 향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힘겹게 돌아 오른다. 3시 35분 드디어 삽당령에 도착한다. 주위는 어둠 속에 묻혀있고 대간꾼을 태우고 온 또 다른 버스 한 대만이 덩그러니 주차해 있다.



차내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등산화 끈을 조이며 산행준비를 한다.


4시 정각 출발에 앞서 산행 들머리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아뿔싸 랜턴 불이 켜지지 않는다. 건전지가 다 된 모양이다. 미리 점검했어야 했는데... 하는 수없이 앞사람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조심조심 뒤따른다. 산림청에서 지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곧바로 표지기가 붙은 숲으로 들어선다. 이 숲길은 왼쪽 아래로 용수동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바짝 끼고 오른다.



10여분 후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타난다. 임도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이다.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오른다. 4시 25분 숲을 벗어나면서 갑자기 거대한 철탑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동통신 기지국이다. 철조망 울타리를 돌아 내려서니 곧바로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건너 다시 답답한 숲 속으로 들어선다. 산길은 산죽으로 뒤덮여 있다. 4시 40분 862봉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은 들미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5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평지 같은 능선길이 이어지고 서서히 어두움이 물러간다. 5시 랜턴을 끄고 산행 속도가 빨라진다. 조금씩 경사를 더하면서 가팔라지는 오름 길이다. 5시 10분 이정표가 있는 대용수골 갈림길에 도착한다. 몇 걸음 더 진행하고 노송 세 그루가 먼진 자태를 뽐내는 안부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전망이 탁 트이면서 석두봉과 그 너머의 989.7봉까지 조망된다. 방향을 오른쪽으로 90°꺾여 북으로 진행한다. 넓게 조성된 방화선에는 잡풀들이 무성하고 능선 곳곳에 아름드리 노송이 눈에 띤다. 방화선은 978.7봉 직전까지 이어진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백두대간 쉼터"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는 들미재에 도착한다.



평지 같은 능선길을 걷는다. 잡초 가 무성한 방화선 오른쪽에 붙어 978.7봉을 오른다. 이어지는 완만하고 긴 내리막길은 산죽밭이다. 눈앞에 석두봉이 보이고 가파른 오름길을 숨가쁘게 5분 정도 올라선다. 삐죽삐죽 날카로운 몇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뾰족한 봉우리에 소나무 한 그루와 고사목이 자리하고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표지판이 없다. 가짜 석두봉이다. 오른쪽 조망이 시원스럽다. 곧바로 가파른 너덜을 따라 내려선다. 6시 15분 대용수동 갈림길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던 선두 일행과 만나 10분 동안 쉬어간다.



석두봉은 오른쪽으로 꺾어야 한다. 안부 하나를 지나 빽빽한 조릿대 숲을 따라 내려서니 초라한 헬기장 한 쪽에 석두봉(982m)을 표시한 표지판이 보인다. 지형도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평지 같은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고 아름드리 노송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다.




6시 50분 조금씩 경사를 더하면서 가파른 오름길을 5분 정도 오르면 989.7봉이다.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내리막길과 평탄한 길이 번갈아 이어진다. 7시 10분 미미한 오름길 오른쪽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을 벗어놓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30m정도 내려서자 비교적 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식수를 보충하고 얼굴의 땀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15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3분 정도 올라서자 무명봉 안부에 도착하고 많은 표지기가 매달린 나무가 대간길을 안내한다.



잠시 내려섰다 서서히 오름길을 오른다. 7시 55분 돌길 내림길을 2-3분 내려서고 계속 이어지는 흙길 내림길을 2-3분 내려선다. 8시 5분 가파른 오름길을 숨 헐떡이며 10분 정도 오르면 1006봉에 도착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숨을 고른다. 8시 30분 화란봉(1069m)에 도착한다. 화란봉은 이름 그대로 꽃 모양을 하고 있는 산으로 부챗살처럼 펼쳐진 화관이 화란봉을 중심으로 겹겹이 에워싼 형상이라고 한다. 잡목에 가려 조망은 없다.



가파른 내림길을 2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바위전망대가 보인다. 고랭지 채소밭과 펼쳐지는 산줄기를 감상하면서 잠시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순하게 고도를 낮추던 길이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란 노송지대부터 험한 내림길로 변하고 2분 정도 내려서면 다시 순하게 내림길이 7-8분 정도 이어진다.



조금 더 진행하면 왼쪽으로 시야가 탁 트이면서 대기리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농촌 냄새가 코 끝을 진도한다.



9시 시야가 닫히면서 답답한 산죽밭 오솔길을 따라 내린다. 화강암 묘대 위에 봉분이 없는 강릉김씨 가묘 뒤로 지난다.



9시 10분 빽빽한 노송지대를 지나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서면 시멘트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건넌다. 9시 15분 파란지붕의 조립식 건물이 보이고  닭목령에 도착한다. 닭목재(해발706m)는 닭의 목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능경봉 10.2km 이정표와 두 개의 목장승이 지친 나그네를 반긴다.




닭목령은 평창군 진부면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137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포장도로다. 고갯마루에는 큰 바위에 1999년 9월 9일 "계항동 번영회"에서 세운 "닭목령" 표석이 자리하고 있다.



시원한 수도꼬지를 통해 나오는 시워한 지하수로 목도 축이고 바닥 드러낸 물병도 채우니 든든하다. 내친 김에 세수까지 한다. 닭목령 표석에서 사진도 찍고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다리 쉼을 한다. 도로를 건너 산림감시초소를 지나 농도를 따라 걷는다.



좌우로 채소밭에는 케일이 재배되고 있다. 9시 30분 표지기가 붙어있는 오른쪽 산 속으로 접어들어 주능선 상으로 오른다. 9시 40분 능선에 올라서니 저 멀리 고루포기산이 보이고 그 아래로 고랭지 채소밭단지가 보인다. 왼쪽 아래로는 고루포기산까지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능선길은 평탄하게 이어지고 왼쪽 아래로 임도가 간간이 보이게 되는데 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9시 55분 임도가 나타난다. 닭목재에서 한우목장으로 이어지는 임도다. 3분 정도 임도를 따르다 보니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이르게 되고 왼쪽으로 능경봉으로 올라서는 길이 보인다. 임도 끝 지점에 고사목을 이용한 장승이 서 있고 그 사이에 철조망 문이 있다.



임도에서 숲길로 들어서 무너진 철조망을 넘어서자 오른쪽으로 넓은 초지가 형성된 "맹덕 한우목장"이 평온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목장 중앙에는 분재처럼 멎진 모습의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10시 때 이른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7-8명씩 빙둘러 앉아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배낭에 기대어 푸르게 전개되는 목장지대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한다. 잠시 눈을 붙인다. 바람이 시원하게 살갗을 스치니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갑자기 안개가 산을 뒤덮는다.




10시 50분 길을 재촉한다. 식사 후 오름길이어서 더욱 숨가쁘다. 3-4분 오르면 955봉이고 목장을 오른쪽에 두고 5분 정도 내려서는 길을 따른다. 11시 목장 철조망 뒷문을 지난다. 수 많은 노송들이 안개와 어우러져 멎진 절경을 연출한다.



백두대간 등산로 표시가 보이고 넓은 대간 길을 따라 걷는다.



11시 10분 두 그루의 멎진 소나무가 보이고 곧바로 왕산 제1쉼터(855m)에 도착한다. 닭목령 2km 왕산 제 2쉼터 2km 이정표와 알루미늄 의자가 지친 나그네들을 쉬어가게 한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곧바로 길을 재촉한다.



매우 가파른 오름길이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숨을 토해내며 한 발 한 발 무거운 걸음을 내딛어 4분 정도 오르자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11시 35분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10분 정도 꾸준하게 오름길을 올라 왕산 제 2쉼터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친 숨을 달래고 가파른 오름길을 천천히 오른다.



11시 55분 숲을 빠져 나오게 되고 오르막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 커다란 철탑이 나타난다. 지나온 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트이는 곳인데 안개로 시야가 닫혀 아쉬움을 더한다. 12시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널찍한 임도를 만나게 되고 이 임도는 고루포기산까지 이어진다. 3분 정도 임도를 따르다 우측 능선으로 접어드는 데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진다. 12시 15분 또 다시 임도로 내려서고 임도에서 다시 커다란 철탑 하나를 만난다. 곧바로 이름조차  특이한 고루포기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왕산고루포기쉼터(해발 1,238m) 강릉시내와 경포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대관령과 멀리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목초지대가 그림 같이 조망되는 곳인데 쏟아지는 빗줄기가 원망스럽다. 지난 겨울에 눈꽃 산행으로 다녀간 곳이다.



임도처럼 넓은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면 왼쪽으로 철탑이 보이고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능경봉 4.7km 이정표가 보인다.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진다. 등산화 속에 물이 차서 걷기가 불편하다. 12시 30분 대관령전망대에 도착하니 비가 그친다. "대관령 전망대"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있고 나무를 잘라놓아 대관령일대와 고랭지 채소밭이 조망된다.




12시 40분 가파른 내림길을 3-4분 내려서고 평탄해진 길을 잠시 걷다 다시 가파른 내림길을 7-8분 정도 내려서 왕산골갈림길에 도착한다. 왼쪽은 왕산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능경봉(3.7km)은 직진하여 부드러운 길을 따라 걷는다.



13시 왼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고도를 서서히 낮추며 5분 정도 내려서면 "제1쉼터"에 이른다. 이정표에는 "샘터 100m, 왕산골 700m, 전망대 1.4km, 능경봉 2.6km"로 표기되어 있다.



13시 10분 오름길을 천천히 2분 정도 오른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부드러운 길이 이어지고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영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보인다.



13시 20분 "제2쉼터/깨끗하게..."라고 적힌 표지판이 눈에 띤다.



13시 45분 가파른 오름길을 거친 숨 토해내며 5분 정도 오른다. 능경봉이 가까워지면서 길은 돌밭길로 바뀌게 되고 왼편으로 보이는 행운의 돌탑을 지나 계속 오름길이다.



14시 돌길로 변하고 천근만근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긴다. 14시 5분 드디어 능경봉정상(1123m) 도착한다. 능경봉에서는 강릉시내가 조망되고 대관령휴게소가 지척이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정상 안내판과 강릉영림서 평창관리소에서 세운 조그마한 표석이 자리하고 있다. 강릉시와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한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기념 사진을 찍고 내림길을 재촉한다.



50m 정도 내려서면 헬기장이다. 가파르고 험한 돌길을 2-3분 정도 내려서면 길이 넓어지며 조금씩 고도를 낮춘다. 14시 25분 산불감시초소가 보이고 포장 된 큰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은 대관령 동쪽에 있는 제왕산(840.7m)까지 이어진다. 임도 왼쪽에 시원한 물이 흘러나오는 약수터가 있고 기념비도 설치되어 있다.



돌 거북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를 한 사발 들이키니 얼마나 차고 시원하던지 다시 힘이 솟아난다. 도로를 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으로 대관령으로 내려서는 길 입구에 "대관령 500m"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보인다. 14시 35분 거북 등에 세운 거대한 기념비(영동 동해 고속도로 준공기념비)가 먼저 반기고 숲길 옆으로는 능경봉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다.



기념비를 카메라에 담고 등을 돌리면 주차장에 커다란 풍차가 카메라를 유혹한다. 동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예쁜 구름들이 새파란 하늘에 조각조각 박혀있다.




14시 40분 기념비가 있는 곳에서 돌계단을 따라 대관령휴게소로 내려서 백두대간 조각 맞추기 또 한 조각을 끼운다. 주차장 한 쪽에서 커다란 호스를 타고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비에 젖은 온 몸을 씻어내고 흙투성이 된 등산화를 빨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날아갈 것이 상쾌하다. 삶은 옥수수와 계란을 안주 삼아 막걸리로 간단하게 하산주를 즐긴다. 16시 45분 통나무집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한 시간 동안의 뒤풀이를 끝내고 버스에 오른다.



곧바로 횡계요금소로 진입한 버스는 거침없이 대전을 향해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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