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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5. 백복령-삽당령

2004년 7월 11일 (일)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겸허해야 한다. 산(백두대간)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산(백두대간)은 다만 준비된 자에게만 길을 열어줄 뿐이다.


백두대간은 5천년 민족사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과서는 여전히 일본인 고토분지로가 만들어놓은 산맥을 외우라고 강요한다. 일본인이 식민지 침탈을 목적으로 정한 산맥으로 민족문화를 공부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무다.


0시 정각 백두대간 한 조각을 맞추기 위해 등사대모산악회 버스에 몸을 싣는다. 0시 30분 25명의 대간꾼을 태운 버스는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전조등으로 어두움을 가르며 30분을 질주하고 오창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대부분 잠에 취해 차내는 고요한 정적이 흐른다. 2시 30분 횡성(소사)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짙은 안개 속을 헤치며 달리던 버스는 4시 정각 동해2터널을 통과하고 4분 후 옥계요금소로 빠져나가 동해를 향해 달린다. 짙은 새벽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일행은 모두 깊은 잠에 취해있다. 4시 50분 굽이굽이 힘겹게 올라 백복령에 도착한다. 해발 780m 백봉령은 한약재로 쓰이는 복령(소나무뿌리에 수액이 응고되어 생성된 것) 중에 백복이 많이 자생한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두움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다. 간이매점 앞에서 하차하여 산행준비를 마치고 백봉령 표지판을 배경 삼아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5시 5분 자병산을 향한 들머리는 "어서 오십시오 아리랑의 고장 정선입니다"라고 새긴 대형 표석과 간이매점 사이 통나무 울타리 안으로 들어선다.



공터 잡풀사이 조그만 소로길로 들어서니 SKT 중계탑 울타리 왼쪽으로 산길 오름이 시작된다. 7분 정도 천천히 오르자 지도상의 42번 철탑과 만나고 철탑 아래로 통과하여 곧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선다.



자병산 안내판이 보이고 이 안내판에서 곧바로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원래 백두대간길은 자병산을 오른 후 다시 내려서야 하지만 석회석 채광으로 인해 자병산 정상부는 잘려나간 채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얼마 못 가 흔적이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



솜다리꽃과 중나리가 아침 일찍 나그네를 반긴다. 굉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직도 자병산을 없애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임도에 내려서니 요란한 중장비 소리와 함께 만신창이가 된 자병산이 초라한 모습을 드러낸다.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1-2분 정도 이동하다 표지기를 보고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수시발파"이라는 팻말이 눈에 거슬린다.



잡초가 무성한 등로를 헤치며 오른다. 백두대간 생태 숲 조성운동 안내판이 눈에 띤다. 등산화와 바지가랑이가 엉망진창이다.



5시 40분 가던 길을 멈추고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영화장면 같은 숲길이 펼쳐진다.



5시 50분 45번 철탑을 지나고 내림길을 2-3분 정도 내려선다. 곳곳에서 땅이 푹 꺼진 돌리네(일명 쇠곳)가 눈에 띤다. 돌리네(Doline)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용해되거나 지반의 함몰로 생간 우묵한 타원형의 지형이다. 이곳의 토양은 붉은 색을 띄는데 이는 석회암에서 탄산칼슘이 용해된 후 철 등 불순물이 남아 산화된 것으로 이러한 토양을 테라로사라 한다.



묘 1기를 지나고 새벽이슬이 촉촉이 내려앉은 풀숲을 헤치고 가파른 내림길을 1분 정도 내려서면 임도와 만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산행의 상쾌함을 더해 준다.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숲 속으로 들어선다. 6시 8분 가파른 오름길이다. 숨가쁘게 4분 정도 오르고 이어지는 평탄한 길을 걸으면서 거치러진 숨을 고른다. 한차례 내림길과 오름길을 반복하고 묘1기를 지나 험한 길을 1분 정도 내려서면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6시 45분 생계령에 도착한다.



생계령은 주위에 도토리 나무가 많아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도토리 열매를 채취하던 곳에서 따온 이름이라 한다. 옥계면 산계리 사람들이 정선 임계장을 보기 위해 넘나들었던 고개로 산계령이라고도 한다. 왼쪽길은 정선군 임계면 방향의 큰피원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 희미한 소로는 강릉시 옥계면 성황뎅이로 가는 길이다. 예전에는 고개 정상에 주막집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다. 2-3 팀의 다른 대간꾼들이 인사를 건네며 지나간다.



7시 10분 서서히 경사를 더하면서 가파라지는 오름길로 길을 재촉한다. 10분 정도 오르고 부드러운 길을 5분 정도 걸으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3분 정도 오른다. 자욱한 안개로 주변을 조망할 수 없어 아쉽다. 7시 30분 829봉에 도착한다. 노송지대를 지난다. 쓰러진 고사목이 길을 막아서고 곧이어 멎진 몇 그루의 아름드리 노송과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렌즈를 들이대지만 너무 커서 제대로 포커스를 맞추기 어렵다.




7시 40분 약간 내림길을 내려서 산책로 같은 부드러운 산길을 5분 정도 걸으면 조금씩 경사를 더하는 오름길이 숨가쁘게 한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다.



8시 5분 922봉을 지나고 작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931봉을 지나 뒤쳐진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간식을 나누고 정겨운 이야기가 오고간다. 8시 35분 후미가 모습을 보이자 길을 서두른다. 잡목지대를 통과한다. 등로 양쪽에서 잡목들이 사정없이 할퀴고 배낭을 잡아채며 진행을 방해한다. 8시 45분 푸석푸석한 부엽토 길을 내려선다. 8시 54분 900.2봉에 도착한다. 1977년 건설부에서 재설한 434번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다.



곧바로 낙엽 쌓인 푹신푹신한 내림길을 따라 내려선다. 산죽나무 사이로 등로가 계속 이어진다. 9시 5분 고병이재에 도착한다. 이정표(헬기장 15분 능선쉽터 50분)와 백두대간과 석병산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9시 12분 왼편으로 멎진 노송 한 그루가 자태를 뽐내고 5분 정도 지나서 헬기장이 있는 908봉에 도착한다. 이정표( 일월봉 1시간 15분 골뱅이재 10분)가 서 있다.



내림길을 1분 정도 내려서면 산죽나무 군락이다. 뿌리를 먹기 위해 멧돼지가 파헤쳐 난장판이 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9시 35분 가던 길을 멈추고 뒤쳐진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편안함님이 준비한 얼린 수박화채에 황태자의 얼린 파인애플통조림을 섞어 만든 간식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랜다. 20분이 지나서 후미 일행이 도착한다. 5분 정도 더 휴식을 취하고 길을 재촉한다. 곧바로 묘1기를 지나고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된다. 10시 10분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에는 석병산(일월봉) 15분, 상황지미골 2시간 30분으로 적혀있다. 오른쪽은 강릉시 옥계면 성황뎅이로 하산하는 길이다.



까치수영이 군락을 이루고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오름길이 계속 이어진다. 3분 정도 오르면 헬기장이 나타나고 2분 정도 더 지나면 두리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석병산쪽으로 조금 더 올라간 지점에는 조금전의 팻말과는 달리 '석병산 일월봉' 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고 상황지미골로 내려가는 길을 알리고 있다. 동굴 입구를 돌로 쌓아 막아놓고 누군가 치성을 드린 흔적이 남아 있는 천연동굴이 보인다.



10시 17분 석병산 정상에 도착한다. 두리봉 동남쪽을 시작으로 산 전체가 바위로 둘러싸여 마치 병풍을 두른 것 같다하여 유래한 이름이다. 사방으로 막힌 곳이 없다. 흐린 날씨 탓에 멀리 조망이 되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운해로 덮인 산들이 멎진 장관을 연출하여 잠시 넋을 잃는다.




암봉의 일월봉 정상에는 석병산 표지석(1055.3m)이 세워져 있고 뒤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며 암괴들이 불쑥 솟았고 두리봉이 지척이지만 운해에 감춰져 있다. 정상이 좁아 오래 동안 머무르지 못하고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고 뒤따르던 일행에게 자리를 내준다.



오른쪽 아래로 둥근 원형의 일월문이 보인다.



10시 30분 삼각점이 박혀있는 곳에서 석병산을 바라본다. 약 1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떨어진 두 개의 암봉과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 암릉이 운해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10시 30분 두리봉으로 향하는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왼쪽 사면으로 향한다. 10시 43분 헬기장을 지나고 능선을 따라 20분 정도 진행하면 두리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산죽나무 사이로 조금씩 경사를 더하면서 가파라진다. 11시 땀이 비 오듯하고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두리봉 정상(1033m)에 도착한다. 두리봉 또는 두위봉(斗圍峯)으로 두리뭉실해서 두리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표지석은 없고 목원대학교 표언복 교수님의 빛 바랜 표지만 나무에 매달려있다.



간식을 나누며 15분 동안 휴식을 취하고 11시 정각 길을 재촉한다. 매우 빠른 걸음으로 치고 나간다.



11시 55분 866.4봉에 도착한다. 삼각점은 등로에서 오른쪽은 3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숨을 고른다. 두리봉을 지나면서 완연한 내리막길이다. 12시 15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왕산38호지" 팻말이 보인다.




5분 정도 진행하면 갈림길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90°꺾어 험한 내림길을 3-4분 동안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12시 30분 옥계면 옥계리로 향하는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러서니 차 소리가 들린다. 12시 33분 삽당령에 도착하면 백두대간 안내간판이 보이고, 길 건너 삽당령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이 반긴다.



해발 680m 삽당령은 생김새가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되어 있다하여 삽당령으로 불려지며 강릉과 정선을 잇는 국도 35번이 지나간다.



흐르는 계곡물에 아쉬운 대로 땀을 씻어내고 등산화와 바지가랑이의 흙을 털어 내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행중 눈길을 끈 야생화들
1번-하늘말나리 2번은 달맞이꽃 3번-동자꽃 4번은 잔대 또는 모싯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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