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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조각맞추기

7. 대관령-진고개

2004년 8월 8일 (일)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든 산은, 그것이 자신의 전부이자 본모습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그대로 '있을 뿐’이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설레임을 가슴에 담고서 다시 백두대간조각맞추기에 나선다. 고맙게도 아내가 산악회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다 배웅해 준다.



0시 28분 대간꾼들을 태운 버스는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전조등 불빛으로 어둠을 가르며 30분 정도를 달려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대여섯명만이 화장실을 다녀오고 모두들 잠에 빠져 차내는 정적이 흐른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2시 35분 영동고속도로 횡성(소사)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3시 25분 횡계요금소를 빠져나와 2분 정도 진행한 다음 좌회전하여 5분 정도 가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456번 지방도로로 들어서 옛영동고속도로 하행선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 시간 정도 차내에서 취침을 하고 4시 30분 그리매님의 기상 소리에 모두들 부스스 눈을 뜬다. 차안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차에서 내린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상행선 휴게소에 풍차가 한가롭게 돌아간다.



대관령(832m)은 험준한 고개다. 영서와 영동이라는 지역 이름도 이 고개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고, ‘관동’이라는 말도 이 고개의 동쪽이라는 말이다. 5시 정각 간단하게 산행준비를 마치고 날씨만 받쳐준다면  더없이 좋은 산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산행들머리로 향한다. 이미 날이 밝아 랜턴없이 진행한다. 대공산성등산로 이정표에는 선자령 4.9km 곤신봉 7.1km 대관령기상대 400m 라고 적혀있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5시 7분 대관령국사성황당 표지석이 보이고 산불감시초소에서 오른쪽 임도로 접어든다. 왼쪽으로 대관령기상대 사택으로 보이는 건물을 둘러친 철제 울타리를 왼쪽에 두고 숲을 따라 오른다. 5시 18분 시멘트 포장길과 다시 만나고 KT 통신탑이 보인다.



5시 23분 KT기지국 정문을 지나고 3분 정도 더 가면 왼쪽으로 국사성황당 1.3km 대관령 1.4km 선자령 3.8km으로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5분 정도 더 진행하여 시멘트 포장길을 버리고 선자령 2.8km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의 잡목사이로 난 산길로 들어선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9.2km 떨어진 매봉부터는 오대산국립공원 비 탐방로 구간으로 안전사고 예방 및 자연보호를 위하여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무단으로 입산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안전사고 예방과 자연보호 모두 중요하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을 모두 범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하여 무슨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5시 40분 뉴밀레니엄기념 천년수 주목식재 표석을 지나면서 서서히 오르막길이다. 2분 정도 오르면 산불무인감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봉우리에 닿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짙은 안개로 조망이 없다. 5시 50분 구름사이로 붉은 해가 얼굴을 내민다.



6시 5분 완만하게 이어지던 평탄한 길 왼쪽으로 삼양목장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6시 20분 이국적인 정취에 젖어 걷다보니 어느새 선자령정상(1100m)에 도착한다.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주능선에 위치한다. 산 이름을 '산'이나 '봉'이 아닌 선자령(仙者嶺)으로 부르게 된 연유는 계곡이 너무 아름다워 선녀들이 자식들과 함께 내려와 목욕을 하며 노닐던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옛날 기록에 의하면 여러 가지 이름으로 표기하고 있다. 〈산경표(山經表)〉에는 '대관산(大關山)'이라 하고. 〈동국여지지도(東國輿地之圖)〉 와 〈사탑고적고(寺塔古蹟攷)〉에는 그 아래 보현사의 이름에 따라 '보현산(普賢山)'이라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정상이정표에는 선자령 나즈목 1.2km 대관령 5.2km 초막교 2.5km 로 적혀있는데, 대관령 5.2km는 좀 길게 측정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편안함님이 준비한 수박화채를 나누며 10분간 쉬어간다. 6시 30분 선자령 정상을 떠나 5분 정도 진행하자 왼쪽으로 산 정상부가 펑퍼짐한 조망 좋은 곳을 만나게 된다. 곤신봉이다. 곤신봉(坤申峰)이란 산봉우리 이름은 대공산성에서 바라볼 때 곤신(24방위의 하나로 서남쪽)방향이라는데서 유래했다고 하며 대공산성은 옛고구려 유민들이 세운 나라인 발해의 왕대조영이 쌓았다고 한다. 봉우리 중앙에 仙者嶺 이라고 적힌 멎진 표지판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한다.



푸른 초원에 산들산들 부는 바람으로 물결처럼 일렁이는 목초지에서 이국적인 분위기에 빠져 오래도록 머물며 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가슴속에 가득 담고 싶은 아쉬움을 남기고 내림길로 내려선다. 가파른 돌밭길을 따라 3-4분 정도 내려오면 넓은 임도를 만나며 아름다운 목가적 풍경이 펼쳐진다.



6시 55분 선자령 나즈목 0.5km전 이정표를 지나고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어서 조금 진행하고 다시 임도로 따라간다. 7시 대공산성 2.6km 곤신봉 1.6km 보현사 2.5km 이정표를 지나 약 30m가량 진행하다 넓은 산판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숲 속으로 접어들어서 잠시 올라간다. 목장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200m를 가면 또 보현사갈림길이 나타나고 대공산성등산로 곤신봉 1.4km 대공산성 2.4km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왼쪽으로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가면 드라마 ‘가을동화’로 유명해진 ‘은서나무’와 ‘준서나무’가 보인다.



7시 20분 대공산성 갈림길 곤신봉 300m 대공산성 1.2km 이정표를 지난다. 곤신봉을 뒤로하자 앞에 탁 트인 초원과 멋진 목장길이 펼쳐진다.



7시 40분 낭만의 초원길을 걷다보면 갑자기 넓은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목장 정문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대간길은 우측으로 크게 휘어져간다. 이곳은 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고'의 촬영지로 이정표에는 동해전망대 400m 선자령 4km 정문 3.6km라고 적혀있다.



초원에는 목초는 우유와 고기입니다(들어가지 마세요). 해발 1,165m라는 표지판이 띄엄띄엄 서 있고, 한가롭게 돌아가고 있는 4기의 풍력발전기와 목장건물 그리고 아파트처럼 보이는 큰 건물이 눈에 띤다.




대관령 삼양목장은 모두 6백만평.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목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금껏 목장의 풀만 보아 왔지 정작 소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7시 50분 공상영화에 나오는 예쁜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전망대쉼터가 보이고 카다란 표지석이 서 있는 동해전망대에 도착한다.




영동과 영서의 분수령을 이루는 동해전망대(해발 1140m)는 동으로 강릉 경포대와 주문진 등을 볼 수 있고, 왼쪽 아래로 대관령 목장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뵈는 지점이다. 간식을 나누며 20분간 휴식을 취하고 단체 사진을 촬영한다. 동해전망대에서부터는 더욱 더 넓은 길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대간표지리본을 따라 오른쪽 능선 쪽으로 올라서고 잠시 산허리를 감아 돌아 다시 넓은 길과 만난다. 8시 25분 바위를 좌대 삼은 듯 서있는 소나무가 있는 지점을 10여m 정도 진행하여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8시 30분 서서히 오르막길을 오른다. 8-9분 정도 성가신 잡목을 헤치며 오르면 매봉정상부에 도착한다. 오대산국립공원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으며 이곳부터 국립공원 오대산구간이 시작된다. 오른쪽에 수염며느리밥풀이 군락을 이루고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면길에서 넓은 길로 내려선다. 8시 45분 십자로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초원을 향해 조금 내려서고 철조망 안쪽의 목장길을 따라 진행한다. 멧돼지들이 파헤친 흔적이 여기저기 심하다. 8시 50분 가던 길을 멈추고 나무 그늘 아래에서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배낭에서 과일과 간식거리가 나온다. 간식을 나누며 정겨운 이야기들이 오가고 웃음꽃이 핀다.



손질한 것처럼 멎진 소나무들이 등로를 따라 늘어서 눈길을 사로잡고 왼쪽으로도 드넓은 초원 위에 목동들의 쉼터인 듯 띄엄띄엄 자리한 소나무가 낭만을 더해주고 있다.





9시 27분 초원에서 멀어지며 답답한 숲길로 들어선다. 다행히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함을 선사한다. 9시 50분 학소대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비교적 수량이 풍부한 좁은 계곡을 끼고 3분 정도 오르면 공터에 닿는다. 계곡에 흐르는 물로 이마에 맺힌 땀을 씻어내고 15분 동안 쉬어간다.



오른쪽의 넓은 길은 물을 건너는 대간길이다. 왼쪽 길로 접어든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숨가쁘게 오른다. 8시 20분 물을 건너 오르는 대간길과 합쳐지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4분 정도 진행하면 갑자기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녹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조망은 바람보다도 훨씬 더 상쾌하다.



듬성듬성 모여있고 바위들과 건너편 황병산의 돔형 군사시설물이 눈길을 끈다. 소황병산 정상은 대간길에서 왼쪽으로 5분 정도의 거리에 비켜나 있고 황병산 역시 소황병산 뒤쪽에 위치하며 군사시설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배낭을 벗어놓고 바람에 살랑이는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바람을 가슴에 안고 영화속의 주인공 흉내를 내며 소황병산을 향해 달려간다. 10시 35분 소황병산 정상 직전에 설치된 [小黃柄山 1430m]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소황병산으로 향한다.



황병산의 돔형 군사시설물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서고, 오늘 걸어온 대간길 평원위로 펼쳐지는 드넓은 초원과 굽이도는 길이 어우러져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아름답다. 대관령 목초지가 너무나 이국적이다. 알프스의 낭만을 압도하고도 남을 듯 대관령까지 목가적 풍광의 푸른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펼쳐진 시원스런 풍광은 거센 바람마저 시원스럽게 느껴지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순식간에 씻어준다. 그저 탄성이 절로 난다.



10시 50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배낭 벗어 놓은 곳으로 되돌아와 빙둘러 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11시 25분 즐거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노인봉방향으로 향하는 중요 표식물인 오른쪽의 쌍전봇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선다. 11시 40분 길은 순해지고 12시 서서히 오르막길이다. 3-4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고, 이어지는 부드러운 길을 2분 정도 걸으면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3-4분 정도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른다. 진고개휴게소 4.3km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고 12시 10분 노인봉이 건너다 보이는 바위전망대에 올라선다. 노인봉 산장과 노인봉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에는 1999년 고인이 된 한국산악회 우종선님의 진혼판이 붙어있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잠시 쉬어간다. 내림길이 시작되고 안부를 지난다. 12시 20분 노인봉 산장에 도착한다.



무릉계9.1km 노인봉300m 진고개4.2km이정표도 있고, 산장 오른쪽은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길 입구다.



산장 대피소 왼쪽의 오름 길로 들어선다. 곧이어 해발1,321m임을 알리며 노인봉대피소50m 노인봉0.25km 무릉계9.13km 진고개3.9km 이정표가 세워진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 직진길은 노인봉을 오르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다.



노인봉으로 향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4분 정도 오르면 노인봉정상 1338m 노인봉대피소0.3km 무릉계 진고개 3.9km 라고 적힌 이정표가 서 있고 오른쪽 암봉이 노인봉 정상이다. 갑자기 가슴이 탁 트이고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듯하다. 정상에서면 하늘을 날 듯한 상쾌함이 맨 먼저 느껴진다. 눈앞에는 짙푸른 녹음이 펼쳐진다. 굵디굵은 백두대간의 준봉들이 일궈놓은 숲의 바다다. 정상은 老人峰 해발1338m라고 새겨진 정상석이 굳건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고 사방을 둘러싼 기암절벽과 계곡 가운데 바위 위에 자라난 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은 동양화 같은 풍광을 연출한
다.



지나온 소황병산은 물론 다음에 가야할 동대산의 거대한 몸짓은 백두산을 향해 조용히 꿈틀거린다. 형언할 수 없이 장쾌하고도 호방한 대자연 앞에서 내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하다.



노인봉은 황병산과 오대산의 중간지점에 위치하며 청학동 소금강 등산로의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생긴 화강암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사계절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심마니가 꿈에 나타난 노인의 말에 따라 이곳에서 산삼을 캐서 노인봉이라 전해지기도 한다. 안내산행을 온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암봉을 내려와 곧바로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잠깐 올라섰다 7-8분 내려서면 진고개 3.7km 이정표가 서 있고 우회도로와 합쳐진다. 산허리에 비단을 두른 듯 자연스럽고 평탄한 길이다.



산사태 복구공사 중이다. 13시 노인봉대피소 1.1km의 이정표를 지난다. 완만하면서도 평탄한 숲길은 계속 이어지면서 진고개 1.8km 노인봉 2.1km 이정표를 지나고 동대산 3.2km  진고개 1.5km 노인봉 2.4km 이정표 아래에서 1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11시 25분 드디어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13시 33분 급 비탈이 끝나갈 즈음 진고개 0.9km 노인봉 2.9km 이정표가 또 나타나고 숲길을 다 빠져나오니 앞이 훤히 트이는 채소밭지대가 내려 보인다. 밭을 왼쪽에 두고 크게 돌아 농로를 타고 내려온다. 고랭지 배추가 탐스럽다.



13시 45분 오대산 국립공원 진고개 매표소에 도착한다.



매표소 옆으로 오대산 국립공원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계단을 따라 동대산으로 올라서는 길 초입에 자연휴식년제(2003. 1. 1 - 2005. 12. 31) 출입금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진고개는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과 강릉시를 나누는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오대산 줄기인 동대산과 노인봉 사이를 넘는 준령이다. 진고개는 고개가 길고, 또는 비만 오면 발이 빠질 만큼 질퍽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고개정상쉼터 간판이 걸린 휴게소 넓은 주차장에는 차들이 그득하다.



버스에 배낭을 벗어놓고 휴게소 지하에 있는 화장실에서 지하수로 샤워를 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해머님이 준비한 포도주로 하산주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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