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길...
23시 30분 버스는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산행 리더인 그리매님이 오늘 구간 개념도 설명과 산행시 주의 사항을 전달한다. 20분지나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 갈아탄다. 24시 정각 오창휴게소에서 얼떨결님을 태우기 위해 잠시 정차한다. 모두들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1시 40분 경부-중부-영동-중앙 고속도로를 질주한 버스는 홍천요금소를 빠져나와 삼거리 갈림길에서 좌회전하여 44번 국도를 타고 속초방향으로 향한다. 2시 42분 금강산과 설악산의 길목에 위치한 관광민예단지 휴게소에 정차한다. 차에서 내리니 추위가 느껴진다. 미쳐 재킷을 준비하지 못해 약간 걱정이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출발하기로 한다. 솔솔님과 길 건너 내설악광장 휴게소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차로 돌아와 산행준비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다.
3시 50분 한계령을 향해 출발한다. 4시 5분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힘겹게 한계령을 오른다. 한계령은 양양과 인제를 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꾸불꾸불한 도로 중의 하나이다. 조선영조때의 인문지리학자이며 여행가였던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백두대간 중 강원도 지역의 이름난 영(嶺) 여섯 개를 꼽았는데, 함경도와 강원도 접경 '철령', 그 아래 '추지령', 금강산의 '연수령', 설악산의 '오색령'(한계령)과 '대관령', '백봉령'이다. 이중에서 으뜸으로 알려진 한계령은 원래 이름은 오색령이었는데 1968년 44번 국도 공사를 시작하며 한계령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덕규가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던 한계령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 지금은 교회 집사로 찬양 선교를 하는 하덕규는 <시인과 촌장>듀엣으로 데뷔했으며 1984년을 전후하여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던 젊은 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설악산 여행을 자주 하였다. 그때 산 속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설악산이 하덕규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젠 돌아가라, 더 이상 산에 오지 말아라. 어서 돌아가서 치열한 삶을 살아라"
그 순간 하덕규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조성모가 리메이크하여 히트한 가시나무라는 노래도 하덕규가 작사 작곡하여 부른 노래이다.
4시 12분 한계령휴게소에서 한솔님을 태우고 내리막길을 1분 정도 내려가 오른쪽 필례약수로 갈라지는 451번 포장도로로 접어든다. 필례약수는 주변의 지형이 베 짜는 여자인 필녀(匹女)의 형국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행...
4시 15분 입산통제소 앞에서 하차한다.
보석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사방은 적막감이 감돈다. 자연 휴식년제 구간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양심이 다 망가지는 순간이다. 지체 없이 가드레일을 넘어서 입산통제소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빠르게 치고 오른다. 칠흑처럼 어둠 속을 랜턴 불빛에 의지하여 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5분 정도 오르면 땅속에 파놓은 참호가 보이는 능선안부에 닿는다. 후미가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왼쪽 대간길로 오른다. 5분 정도 오르면 평탄한길이 이어지고 5분 정도 진행하면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4시 40분 만물상 바위 구간이다. 험한 암릉길을 따라 오른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멀리 속초 시가지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4시 55분 가파른 내리막길을 잠깐 내려서고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5시 조망 좋은 1158봉 바위에 올라선다. 한계령휴게소에 정차된 차들의 전조등 불빛이 능선을 배경으로 멎진 야경을 연출한다.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면서 기존에 있던 로프가 제거돼 있어 손과 발로 몸을 지탱하고 기암들을 넘는다. 두 세군데 밧줄이 매어있지만 내려서기에 매우 험하고 위험한 구간이다.
5시 17분 안부에 도착해서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넓은 산죽나무 사이를 지난다. 대간길 주변 곳곳에는 "자연휴식년제구간 식생조사구"라는 작은 표찰이 보인다. 5시 42분 필례골삼거리에 도착한다. 왼쪽 길은 망대암산 2km 오른쪽 길은 필례골 3.5km 한계령 4km 이정표가 보인다. 망대암산으로 향한다. 길은 평탄하고 부드러워진다. 동녘 하늘의 옅은 홍조는 그 농도를 더하면서 해돋이를 준비하고 있다.
서서히 어둠이 물러간다. 5시 50분 랜턴을 끄고 진행한다. 넓은 산죽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점점 고도를 낮추며 내려간다. 6시 5분 공터 안부에 닿는다. 망대암산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낸다. 6시 15분 출입금지 안내판이 보이는 안부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십이담계곡을 거쳐 십이폭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5분 거리에 샘터가 있는 곳이다.
10분 정도 오르고 안부에서 휴식을 취한다. 암대암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서고 붉은 해가 불쑥 나타난다. 간식을 즐기며 5분간 휴식을 취한다. 5분간 평탄한길을 걷고 가파른 길 5분간 오른 다음 평탄한길 3-4분 걷고 가파른 길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면 망대암산(1236m)에 도착한다. 점봉산이 모습을 나타낸다. 그 옛날 점봉산 도적들이 망을 보았다는 망대암산은 정상부만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멋진 바위전망대다. 뾰족하게 솟은 바위봉에 올라서니 환상적인 운해가 펼쳐진다.
만물상 바위 능선의 기암괴석들이 한계령과 설악산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남성미를 자랑하고 있다. 대청봉에서 중청을 거쳐 귀떼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능의 거대한 능선이 마치 병풍을 펼친 것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오대산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성에 비유된다면 설악은 남성적인 웅장함을 지녔다. 5분간 조망을 감상하며 절경을 디카에 담는다.
뒤따라 올라온 일행에게 자리를 내주고 암봉을 내려서 점봉산으로 향한다. 평탄한 길을 따라 10분 정도 진행하면 완만한 오름길이 시작된다. 고사목과 구상나무(주목)가 어우러져 멎진 모습으로 나그네의 눈길을 끈다.
7시 35분 점봉산에 도착한다. 점봉산은 검봉산이라고도 하는데 흰머리의 노인이 이산에 들어오면 다시 머리가 검어져서 나간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신령스러운 산이라고 한다. 넓은 공터에 나비 모양의 정상표지석이 웃으며 나그네들을 반긴다. 표지석과 뒤쪽에 점봉산은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숲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2000년 11월 23일 산림청 인제 국유림 관리소라 적혀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사방팔방 어느 한곳 막히는 곳이 없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법을 어겨가면서 어렵게 올라선 점봉산은 설악산 최고의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망대암산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운해가 더 가깝게 펼쳐진다.
작은점봉산과 곰배령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주름잡힌 산줄기들이 꿈틀대며 다가온다. 점봉산에 올라야만 설악의 진수를 볼 수가 있다.
정상에는 돌 판에 새긴 고 임주영의 추모비가 있다. 비문이 간결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다.
점봉에서
넌
산이 되는구나.
[단기 4329.6.23. 우리는혼자간다회]
표지석과 운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간식으로 허기를 속이며 휴식을 취한다. 후미 일행이 도착하고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7시 55분 바람에 등떠밀려 내림길로 향한다. 오른쪽은 곰배령가는 길이고 왼쪽길이 대간길이다. 8시 10분 홍포수가 살았다는 홍포수막터가 나타난다. 천연보호림안내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50m 내려가면 샘터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적혀있다. 조금 지나 순탄하던 길은 내리막길로 바뀌고 5분 정도 지나서 평탄한길로 들어선다. 8시 30분 넓은 안부 공터에 도착하여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왼쪽으로 오색약수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900능선은 고운 빛깔의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숲이 아니다. 하나의 거대한 화폭이다. 자연의 섬세한 붓질에 나그네들은 속수무책으로 감탄사를 터뜨린다.
8시 55분 안부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보이지만 대간길은 직진한다. 잠깐씩 오르막길이 나타나며 고도를 높이지만 전반적으로 순탄한 길이다. 9시 38분 대간길 한폭판에 855.5봉 삼각점이 튀어나와 있어 위험하다. 곧이어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9시 42분 단목령(박달나무고개)에 도착한다. 오색과 진동리를 잇는 백두대간의 고갯마루이며 국내에서 원시림이 잘 보존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개의 목장승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이 두 눈을 부릅뜨고 서서 나그네들을 노려보고 있고 나무에 단목령(檀木嶺)이라 새겨진 멎진 이정표가 매달려있다.
왼쪽길은 오색리(3km 1시간)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진동리 설피밭(1.3km)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30m 정도 내려가면 계곡수를 식수로 구할 수 있다. 자리를 잡고 때 이른 점심식사를 위해 도시락을 펼친다.
10시 30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대간길을 이어간다. 대간길은 직진하여 조침령 양수발전소 (4.8km)로 향한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만한 오름길이다. 11시 고도를 높이면서 경사가 더해지고 가팔라진다. 12분간 치고 오르고 7-8분 동안 평탄한 길을 걸으면서 거치러진 숨을 고른다. 11시 20분 1020봉에 닿는다. 왼쪽으로 동해바다가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되고 정면으로 우뚝 솟은 1136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내림길로 내려선다. 11시 25분 북암령에 도착한다. 북암령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삼거리에서 양양군 서면 북암리로 넘어가는 재다. 오른쪽으로 진동리로 내려가는 뚜렷한 길과 돌무더기 흔적이 보일 뿐 표식은 없다.
5분 정도 지나서 960봉을 지나고 잠깐 평탄한길이 이어지다가 오름길이 계속된다. 1136봉을 향해 서서히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턱밑까지 차 오르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른다. 11시 40분 평탄한 능선을 따라 3분 정도 진행하면 1133봉에 닿는다. 삼각점(199년 재설 속초 24)이 보이고 1분 정도 평탄한 길을 따르다 걸음을 멈추고 후미 일행을 기다리며 15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해머님의 음담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모두들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12시 길을 재촉한다.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20분 정도 진행하고 완만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목재로 만든 배수로가 곳곳에 눈에 띤다. 오른쪽으로 양수발전소 댐이 눈에 들어온다. 12시 25분 현위치 양수발전소 이정표를 지난다. 12시 40분 거리 표시 없는 이정표를 만난다. 직진하면 양수발전소 가는길이고 대간길은 조침령을 향해 왼쪽으로 확 꺾여서 내려섰다가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12시 50분 삼각점을 지나면서 서서히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지지목을 세우고 밧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동해바다가 시원스럽게 조망 된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키작은 잡목지대를 헤집어 진행한다. 13시 15분 거리 표시 없는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비교적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밧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고 두 번째 밧줄 가드레일을 지나면서 평탄한길이 이어진다. 13시 30분 이정표(조침령 단목령)가 보인다. 왼쪽으로 인제군 기린면과 양양군 서면을 잇는 비포장 도로가 보이고 밧줄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아주 최근에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나무의자 쉼터가 산행에 지친 나그네를 잠시 쉬어가게 한다. 지자체에서 탐방로로 개발 중인 것으로 생각된다.
13시 35분 조침령에 도착한다. 조침령은 양양의 해산물이 인제의 내린천 물길을 향하여 넘어가던 고개로 광복 무렵까지 인근의 민초들이 넘나들던 대표적인 고개라고 한다. 새가 넘다가 하룻밤 묵고간다는 령으로 오른쪽으로 큰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조침령'이라는 표지석이 보이고 연장(방동-서림)21km, 공사기간 1983년 6월 10일-1984년 11월 22일까지며 시공부대는 3군단 공병여단이라 적혀 있다. 본래 옛길을 두고 엉뚱한 곳에 새로 흙먼지 길을 닦고 표지석까지 세워두었는데 원래 이곳은 마을 사람들이 반평고개라 부르는 곳이라고 한다.
지난번 구간 날머리에 보지 못한 이정표(조침령 구룡령)가 세워져 있다. 낮게 떠서 흘러가는 구름이 손에 잡힐 것만 같다.
14시 진동리계곡 도로에 도착한다. 진동리 계곡물로 땀을 씻어내고 해머님이 준비한 도토리묵을 안주 삼아 소백산 검은콩 막걸리를 한잔씩 즐기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오는길...
14시 35분 대전을 향해 출발하여 곧바로 쇠나드리(소나 말이라야 건널 수 있을 만큼 물살이 샌 개울을 일컫는 순 우리말)다리를 건너 418번 지방도로를 달린다. 왼쪽으로 보이는 진동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15시 정각 두부 요리로 소문난 음식점인 고향집에 정차한다. 6시 내고향에 방영됐다는 플랑카드가 걸려있다. 두부전골을 안주 삼아 막걸리로 하산주를 겸한 때 이른 저녁식사를 한다. 소문만큼 훌륭한 맛은 아니다. 15시 50분 좌회전하여 현리교를 건너 31번 국도를 타고 상남방면으로 향한다. 길가에 가을의 전령사인 코스모스가 가느다란 허리를 흔들며 춤춘다. 17시 정각 44번 국도변 홍천 전망 좋은 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중앙 고속도로 홍천요금소로 진입하여 제천요금소로 빠져나와 국도를 탄다. 19시 음성만남의 광장에서 10분간 정차하고 36번 국도를 타고 음성방면으로 향한다. 19시 30분 갈림길에서 오른쪽 진천 방면으로 접어들어 510번 지방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진행하여 중부고속도로 진천요금소로 진입한다. 곧바로 오창휴게소에서 얼떨결님을 내려놓고 출발한다. 20시 15분 대전요금소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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