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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대야산

2004년 9월 5일 (일)

[가는길]
청원요금소로 빠져나가 우회전하여 17번 국도를 타고 청주방면으로 5분쯤 달리다가 척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5번 국도로 갈아타고 공군사관학교 방면으로 향한다. 화당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2분 정도 달리고 만나는 고은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보은방면으로 향한다. 왕복 4차선도로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3분 후 두산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32번 지방도로를 타고 미원방면으로 달린다. 미원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화양계곡/괴산 방면으로 향한다. 미원면사무소에서 계속 직진한다. 구방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7번 국도를 타고 청천으로 향한다. 청천면사무소 이정표를 지나 청천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화양동계곡 이정표를 따라 진행하다 도원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도원교를 건넌다. 조금 진행하다 화양제이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국립공원 속리산 화양동계곡 매표소가 보인다. 좌회전하여 5분 정도 진행하다 다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2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5분 정도 진행하면 송면삼거리를 만난다. 송면파출소를 오른쪽에 끼고 좌회전하여 922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은방면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버리미기재를 넘는다. 고개를 넘어 5분 정도 내려서면 대형 주차장이 보인다.


출장과 모임 그리고 벌초와 여행 등 갖가지 개인 사정으로 한 주 연기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이 있었으나 백두대간을 진행 중인 나의 스케줄 때문에 예정대로 9월 정기산행을 떠난다.

7시가 조금 지난 시각. 몸살이 난 미순님 그리고 어젯밤 아들이 찾아온 종찬님 부부의 불참 통보를 받고 3명만 오붓하게 출발한다. 북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7시 30분 청원요금소를 빠져나와 국도와 지방도로를 번갈아 타며 진행한다. 화양동계곡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고 32번 지방도로를 따라 간다. 괴산 선유동계곡쪽 도로와 만나는 송면삼거리에서 송면파출소 왼쪽으로 좌회전을 한 후 922번 지방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버리미기재를 넘는다. 버리미기재를 넘어 가은읍을 향해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대형 주차장이 보인다. 9시 35분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주차요금 매표소가 비어있다. 아싸~ 주차요금 절약하고 주차장 한쪽에 차를 주차한다. 5분 동안 산행준비를 마치고 화장실 옆 등산로 입구로 들어선다.



오늘 산행은 주차장을 기점으로 무당소(말십소)∼용추∼월영대를 지나 밀재를 경유해서 정상에 올랐다가 피아골로 하산하는 원점 회귀코스를 택한다.



등산로 입구 오른쪽에 용추에 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나무 계단을 올라서서 지능선을 넘어가면 길 양쪽에 무궁화꽃이 활짝 웃으며 나그네를 반긴다. 9시 47분 등산안내도가 보이는 마당바위 삼거리에 닿는다.



벌바위에서 들어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로 이곳까지 승용차 진입이 가능하지만 주차공간이 좁다. 벌바위는 마을 뒷산의 바위들이 벌집 같다고 하여 붙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갈림길에서 표지리본이 2-3개 보이는 오른쪽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돌마당식당-용추골식당-벌바위가든 그리고 대야산 청주가든을 차례로 지나면 왼쪽으로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무당소가 보인다. 옛날 이 길을 통해 밀재를 넘어 송면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장 보던 다니던 길에 짐 보따리를 실은 말(馬)들이 바로 이 소에서 물을 마셨다는 데서 생긴 이름이 말십소이다. 그런데 이 마을에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이 소에 빠져 죽어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그 무당도 같은 소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당소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10시 52분 오른쪽 등산초입에 산악회 리본이 주렁주렁 나뭇가지에 매달려있고 대야산 정상 2시간 이정표가 서 있다.



조금 지나면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촛대봉 왼쪽은 용추계곡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평탄한 숲 속 산책로를 따라 8분 정도 걷다보면 용추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물은 자기가 떨어지는 바위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소(沼)를 만들었다. 바위는 모두 하얀 화강암이다. 그래서 고인 물빛이 더욱 푸르다.



용추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양폭이 아닌 항아리 모양의 탕 속으로 물이 떨어지는 음폭이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사랑을 나누며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하트 모양의 양쪽 바위에 승천하던 용이 용트림하다 남긴 용비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신비롭다.



아래쪽에는 두 마리의 용이 사랑을 나눈 결실인 알이 있던 자리까지 있어 눈길을 끈다. 용추는 깨끗한 바위가 수천 년 동안 흐르는 물에 닳아 홈이 파인 것인데,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하트형으로 패인 소(沼)가 윗용추이며, 이곳에 잠시 머물던 물이 매끈한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빚어 놓은 것이 아랫용추이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이곳의 물은 마르는 일이 없어 예부터 극심한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용추계곡은 문경팔경 중의 하나이며, TV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도선선사가 태조왕건에게 조선비기를 전수하던 곳이다. 도선비기는 신라말 신승으로 알려진 도선선사가 지은책으로 고려건국을 예언하였다고 전한다.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계곡을 끼고 산책로 같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10시 15분 월영대 도착한다. 월영대는 달뜨는 밤에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고 해서 월영대(月影臺)로 불린다. 수 천 년의 세월동안 물에 마모된 하얀 너럭바위가 깨끗하게 빛나고 있다. 작은 돌멩이 하나 없는 너럭 통바위 위로 넘쳐흐르는 물소리와 주위의 풍광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맑은 계곡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내고 물 한 모금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월영대를 지나면 피아골과 밀재로 향하는 다래골로 나누어지는 길목에 다다른다.




정상까지의 거리는 다래골쪽이 더 길지만 밀재까지 이르는 등산로가 완만하고 밀재에서 정상까지의 암릉길이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다래골쪽으로 향한다. 오른쪽 피아골은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 계곡으로 처음엔 평탄하지만 급경사 바위 협곡 안으로 들어가면서 길이 험해지므로 하산길로 잡는다. 10시 30분 떡바위 통과한다. 



평지에 가까운 걷기 좋은 부드러운 길이고 왼쪽으로 계류가 흐른다. 10시 40분 갈림길 오른쪽으로 계류 건너편에 표지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길을 버리고 왼쪽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7-8분 정도 지나서 사기굴 갈림길에 닿는다. 이곳은 옛날 도요지로 주변에 깨진 도자기 조각들이 눈에 띤다. 왼쪽은 밀재(30분 소요) 오른쪽은 대야산정상(1시간 20분 소요)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 길로 방향을 잡고 키 높이 자란 산죽나무 사이로 난 오붓한 오솔길을 4분 정도 오른다. 길은 조금씩 경사를 더하며 가팔라진다. 10시 55분 가던 길을 멈추고 바위에 걸터앉아 과일을 먹으로 휴식을 취한다. 오른쪽으로 돌 거북 한 마리가 나무 뒤에 숨어 목만 내밀고 나그네를 쳐다보는 듯하다.



6분간의 휴식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긴다. 11시 6분 백두대간이자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 경계를 이루는 밀재(해발 662m) 에 도착한다. '조항산 2.5km 송면 5.2km  대야산 1.5km 월영대 1.8km' 적힌 오래된 이정표가 보이고 백두대간종주팀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새로 설치된 이정표에는 왼쪽은 할매통시바위(1시간 정도 소요) 오른쪽은 대야산 정상(50분 정도 소요)으로 직진 길은 청천면(1시간 40분)으로 가는 길로 표시되어 있다.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급경사를 오른다. 11시 15분 가파른 길을 숨가쁘게 치고 오르면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탁트인 시야로 굽이치는 산줄기 조망이 시원하다.



대야산 남서릉(암릉)이 중대봉과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속리산의 한 부분을 연상시킨다.




문명의 이기를 얻은 만큼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천연계를 마주하면 감사하고 겸손해진다.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고, 주위와 어울릴 줄 알며, 느리지만 원칙을 지키는 게 자연의 삶이다. 조망을 감상하며 간식을 나누고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11시 30분 왼쪽 대문바위와 오른쪽 코끼리바위 갈림길에서 왼쪽 대문바위로 오른다.



암릉길은 대야산 정상을 정면으로 보며 암릉 산행을 즐길 수 있다. 11시 35분 '현위치 : 능선' 이정표가 서 있는 조망이 좋은 능선에 도착한다. 암릉이 발달한 높은 능선에 올라서면 조망은 물론이고 대야산 자체 암릉의 아름다운 굴곡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중대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잠시 걷다보니 오르막길로 바뀌고 눈 앞에 집채만한 입석바위가 감탄사를 자아낸다. 곧추선 바위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 두 바위 사이 침니 아래로 산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곳도 대문 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입석바위 침니사이로 난 길을 지나 바위 뒤쪽에 서면 중대봉이 더욱 가깝고 조망이 시원하다. 약간 오르막길을 오르면 능선 갈림길과 만난다. 왼쪽은 버리미기재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이 대야산 정상으로 가는길이다. 11시 50분 암릉을 기어올라 5-6분 정도 진행하면 백두대간에서 중대봉이 분기되는 919봉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중대봉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대야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오른쪽 급경사 바윗길을 내려서서 밧줄을 잡고 바위면을 올라선 다음 곧바로 안부로 내려간다. 이어 10m 정도 밧줄을 잡고 바위면을 기어오른다.



12시 5분 대야산 정상인 상대봉에 닿는다. 대야산(大耶山 930.7m)은 불란치재와 밀재 사이에 위치한 산이다. 문경시연합회에서 2000년 11월에 세운 조그만 정상 표지석엔 ‘대야산 930.7m, 백두대간’이라 표시되어 있고, 그 옆 안내표시판에는‘촛대봉 1시간30분, 피아골 월영대 1시간20분, 밀재 40분’으로 적혀있다. 대야산 정상은 암봉이며 조망이 좋아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북서쪽으로는 촛대봉-곰넘이봉-버리기미재-장성봉-희양산-백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피아골-용추골-벌바위 협곡이 내선유구곡과 함께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오른쪽 용추골 건너로 둔덕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으로는 조항산-청화산 산줄기에 이어 문장대-입석대-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연봉이 백악산과 함께 펼쳐진다. 12시 15분 대야산 정상에서 촛대봉을 거쳐 불란치재로 갈 수도 있으나 길이 험하다. 하산로는 피아골로 방향을 잡고 내림길로 내려선다. 10여m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계곡길이 보인다. 10분쯤 가면 건폭 옆 급사면으로 길이 나있다. 앞서가던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간다. 일행은 하산길에서 무심코 앞사람들을 따라 왼쪽 촛대봉으로 향한 것 같다. 12시 35분 피아골을 지난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많은 등산객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올라오지만 나는 내림길이어서 한결 여유롭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가파른 내림길은 점차 경사가 완만해진다. 13시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한다. '촛대재 1시간 10분 용추골 40분' 이정표가 보인다.



촛대봉으로 향한 일행이 걱정스럽다. 혹시 이곳으로 하산할지 몰라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간식을 먹으며 기다린다. 자연 속에서 얻는 고요한 정서에 흠뻑 빠져든다. 20분 정도 지나 발걸음을 옮긴다. 13시 35분 월영대를 지난다. 가는 길 곳곳에 넓은 너럭바위가 있다. 편안하게 앉아 다리를 쉬거나 탁족(濯足)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위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13시 45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배낭을 벗어놓고 계류에 발을 담근 채 바위에 드러눕는다. 정상에서 하산 방향을 잘못 잡은 일행들 덕분에 혼자 하산하면서 한껏 여유로운 산행을 즐긴다. 20분 정도의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걸음을 재촉한다. 용추에 도착하여 잠시 신비로운 용추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더 감상하고 빠른 발걸음을 옮긴다. 14시 25분 무당소를 지나고 지체없이 주차장으로 향한다. 14시 35분 주차장에 도착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핸드폰 문자메세지가 뜬다. '기다리세요' '우리 지금 주차장으로 가고 있어요' 다행이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잠시 기다리자 헤어졌던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연인즉 촛대봉으로 향하다가 뒤따르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시 정상으로 회귀하여 길을 물어 피아골로 방향을 잡고 하산하였다고 한다. 결국 휴식도 제대로 못 취하고 허기를 참으며 계속 내 뒤를 따라 온 것이다. 일행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해 훨씬 여유롭고 즐거울 수 있었던 하산길이 서로간에 불안과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 숲 속 조용한 곳에 자리잡고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돌아오는 길에 화양동계곡에 들어가 암서재 앞 바위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인다. 벌써 가을의 정취가 조금씩 묻어나고 있다.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로 들어선다. 현암정휴게소에서 넓은 대청호를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가져본다.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이 눈을 뜨자 이국적인 분위기가 외국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 사람의 단출한 산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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