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기간이다. 아침에 산행 준비를 해서 출근한다. 2교시 시험 감독을 마치고 탈출한다. 11시 정각 김밥나라에서 김밥 두 줄을 사서 배낭에 넣고 곧바로 경부고속도로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비룡분기점에서 대진고속도로로 접어든다.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11시 25분 금산요금소를 빠져나가 68번 지방도로를 따라 금산시내로 들어간다. 11시 35분 금산우체국 앞에서 좌회전하여 진안 방면으로 향한다.
11시 45분 13번 국도를 타고 가다 흑암삼거리에서 55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주천으로 향한다. 11시 55분 운일암 반일암에 도착한다. 운장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대불리를 지나 운일암 반일암 계곡을 거쳐 주자천을 이룬다. 산수조화의 극치라 일컫는 명승 운일암 반일암은 이름 그대로 깎아지른 암벽과 숲에 쌓여서 햇빛이 반나절 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계곡으로 열두굴, 삼형제바위, 대불바위, 보살암, 비석바위, 용소 등의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경관이 수려하여 여름철 피서지로서 각광받는 곳이다. 잠시 차를 멈추고 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이래서 좋다.
산행은 산 북쪽의 외처사동에서 서쪽 고산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 주차장을 기점으로 많이 하지만 오늘 산행은 혼자여서 직접 차를 몰아 독자동으로 향한다. 12시 15분 내처사동(독자동)이라는 마을 표석이 보이는 곳에서 유스호스텔 가는 길을 따라 들어간다.
오른쪽으로 운장산송어장이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 유스호스텔 입구에 주차하고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한다. 12시 25분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농로를 따라 들어가면 오솔길이 시작된다. 오솔길을 따라 원시림 같은 숲 속으로 들어가면 활목재로 가는 길이다. 어제 비가 와서 계곡에는 많은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12시 40분 송림지대와 활엽수림 지대를 지나 계류를 건넌다. 울퉁불퉁한 바위길이다. 조금씩 경사가 더해지면서 호흡이 거칠어지고 온 몸은 땀에 젖는다. 한동안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산길은 가파라지기 시작한다. 13시 10분 활목재에 도착한다.
독재봉(서봉) 0.5km 이정표가 떨어져 땅에 나뒹굴고 있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칠어진 호흡을 달래고 잠시 쉬어간다. 가파른 오름길이다. 인적이 없어 조용하고 호젓하지만 외로움이 밀려온다. 금남정맥 청록님의 표시기가 반갑다.
13시 25분 상봉 0.5km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가 잘못 된 것 같다. 아직 서봉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13시 40분 서봉에 도착한다. 운장산(상봉) 0.6km 구봉산 9.1km 이정표가 반긴다.
서봉은 일명 독재봉이라고도 하며 큰 암봉으로 되어 있다. 완전히 바위로 덮여 있는 암릉으로 깎아지른 낭떠러지도 어우러져 있다. 운장산(서봉) 1122m 라고 쓰여 있는 조그만 표지석이 반긴다.
사방이 확 트여 시원하다. 운장산은 금남정맥 최고봉답게 조망이 뛰어나다. 서쪽 사면에 있는 오성대는 조선 선조 때 율곡과 함께 8대 문장가로 꼽힌 구봉 송익필이 유배생활 중 공부하던 곳이라 전해지고 있다. 조선조 중종 때의 서출 성리학자 송익필 (1534 - 1599)이 어전에서 불경스런 눈빛이 화근이 되어 이곳 운장산에서 유배 생활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은거하였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운장산의 옛 이름은 "구절산"이었는데 송익필의 자(字)가 운장(雲長) 이었기에 이 산의 명칭을 그때부터 운장산이라 불러왔다고 한다. 동쪽으로 상봉과 동봉이 나란히 보이고 서쪽으로 연석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전형적인 육산이면서도 정상부를 이루고 있는 세 개의 봉우리 가운데 서봉은 온통 바위로 이루어지고, 상봉과 동봉도 한쪽 사면이 벼랑으로 이루어져 있는 등, 바위산의 험난한 산세를 함께 지니고 있어 산수미 또한 뛰어나다. 주위 산들을 조망하며 분위기에 심취하여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도시락을 펼친다. 14시 상봉으로 향한다. 바위 내림길은 약간 험하다. 14시 10분 상여바위를 지나고 14시15분 운장산 상봉에 도착한다.
10여 평 넓이의 평평한 공터가 형성된 중봉 정상에는 '주줄산(운장산) 1,125.9m, 연석산 2.5km, 내처사동 3.3km' 라 쓰인 안내판과 무선전화중계탑이 보인다. 복두봉 5.8km 구봉산 8.5km 이정표가 서 있고 삼각점 주변에는 산악회에서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남한의 대표적 고원지대인 진안고원에 위치한 운장산에는 세 봉우리가 있는데 동봉과 서봉 사이에 상봉(上峰)이라고 부르는 중봉이 가장 높다. 이 산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에 모든 산들이 발아래 내려다보인다. 정상에서의 조망 또한 무척 뛰어나다. 북쪽으로 대둔산이 보이고 남쪽으로 마이산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특히, 동쪽에 펼쳐진 북덕유에서 남덕유,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은 웅장하다. 운장산 정상에서 서봉까지 한 눈에 바위능선 길이 훤히 보이며 서봉이 멋있는 자태를 뽐낸다.
간단하게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동봉으로 길을 재촉한다.
내림길이 가파르다. 14시 40분 동봉에 도착한다. 운장산(동봉) 1127m라고 쓰인 조그만 표지석이 서 있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온통 산뿐인 사방을 둘러본다. 산죽나무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강산에님 표시기가 반긴다.
14시 45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구봉산(7.8km)가는 길이고 왼쪽은 내처사동(2.3km)로 내려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내려간다. 곱게 핀 철쭉이 햇살을 받으며 나그네의 눈을 즐겁게 한다.
15시 5분 가파른 내림길이다. 5분 정도 내려서니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15시 30분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 갈림길과 만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선다. 15시 35분 판서벼슬을 지낸 이천 서씨 묘를 지나고 15시 40분 갈림길에 도착한다. 직진하여 급경사 내림길을 5분 정도 내려서면 운장산송어장 바로 뒷길로 떨어진다. 표시기가 여러 개 붙어 있는 왼쪽 길은 골짜기로 내려선 다음 골 입구의 운장산 산장으로 이어진다. 계곡물에 먼지를 털어 내고 탁족을 한다. 산행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상봉에서 보았던 단체 등산객들이 하나 둘씩 내려온다. 16시 정각 차에 오르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