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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낙영산-도명산

2004년 8월 4일 (수)


8시 20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한 소월산악회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10분 정 도 지났을 무렵 죽암휴게소 3km 전방에서 추돌 사고의 여파로 도로는 심한 정체를 보인다.



8시 40분 죽암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하고, 9시 정각 청원요금소로 빠져나가 우회전하여 17번 국도를 타고 청주방면으로 5분쯤 달리다가 척산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25번 국도로 갈아타고 공군사관학교 방면으로 향한다. 9시 12분 화당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2분 정도 달리고 만나는 고은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보은방면으로 향한다. 왕복 4차선도로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3분 후 두산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32번 지방도로를 타고 미원방면으로 달린다. 9시 30분 미원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화양계곡/괴산 방면으로 향한다. 미원면사무소에서 계속 직진한다. 9시 37분 구방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37번 국도를 타고 청천으로 향한다. 청천면사무소 이정표를 지나 계속 직진하여 보은/속리산방향으로 향한다.



9시 52분 좌회전하여 소로를 따라 공림사로 향한다. 9시 55분 일주문을 통과하여 공림사주차장에서 하차한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산행준비를 마친다. 공림사 입구에는 낙영산을 소개하는 돌 표지석이 서 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모두들 정신 없이 치고 오른다. 공림사를 휑하니 한바퀴 둘러본다. 공림사(公林寺)는 법주사의 말사로 신라 경문왕때 자정선사가 창건했지만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지금의 건물들은 대부분 1980년대쯤 건축되어 옛스런 멋은 덜한 편이다.



사찰 안에는 괴이하게 생긴 고목들이 여러 그루가 있어 여느 절에서 느낄 수 없는 이색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10시 삼성각 뒤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 초입으로 들어선다.



조용한 숲 속 오솔길을 따라 3-4분 정도 진행하면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천천히 3-4분 치고 오르면 길은 더욱 가파르고 험해진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5분 정도 오르면 거대한 암봉들이 하얀 속살을 다 드러내고 나그네를 반긴다.




밧줄에 의지하고 나뭇가지를 붙잡고 힘겹게 오른다. 10시 25분 문바위에 도착한다. 마치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처럼 주변이 막힘 없이 시원하게 조망되는 넓은 바위에 걸터앉아 조망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노송 한 그루가 멎진 자태를 자랑하고, 멀리 속리산 서북능선이 불꽃처럼 타오른다.




속살 드러낸 암봉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공림사도 녹음 짙은 숲에 파묻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계속되는 오름길을 오른다. 5분 간격으로 오른쪽 왼쪽으로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자리하고 있어 잠깐씩 주변을 조망하며 오른다.



10시 45분 전망이 좋은 바위에 도착한다. 암반에 뿌리내린 분재 같은 소나무와 탁 트인 시야가 눈을 즐겁게 한다.



간식을 즐기며 5분 동안 쉬어간다. 휴식을 마치고 3분 정도 더 오르면 헬기장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낙영산이 코앞에 다가선다.



다른 일행들은 왼쪽 도명산으로 향하고 칠순이 넘은 어르신 한 분만이 낙영산으로 향한다. 어르신을 뒤따라 낙영산으로 향한다.



11시 험한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1분 정도 내려서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5분 정도 내려서면 고개 안부에 닿는다. 누군가가 나무 가지에 조그만 아크릴 이정표를 매달아 놓았다. 오른쪽으로 사담리(35분) 내려가는 길이 뚜렷하고 낙영산은 직진한다.



집채만 한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 천천히 오른다. 11시 10분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산은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 모습과 같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각기 다른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경사가 점점 더해지고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11시 20분 암능을 기어오른다. 뒤돌아보니 헬기장이 있는 685봉이 산비탈을 이루고 깔끔하게 빚어놓은 벼랑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11시 25분 드디어 낙영산(720m)에 도착한다.



낙영산은 산의 그림자가 비춘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며 정상은 그리 넓지 않은 공터로 비교적 조망이 좋다.



대야산에서 조항산 청화산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의젓하다. 도명산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11시 35분 정상 표지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오던 길로 되돌아 도명산으로 향한다. 이제는 반대로 내리막길이다. 11시 47분 아크릴 이정표가 매달린 안부를 지나고 오름길이다. 12시 3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12시 5분 시야가 확 트이는 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랜다. 12시 15분 쉬기 좋은 넓은 암반에 멎진 노송이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의 눈길을 끌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12시 25분 고개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내리막길이 보인다. 표지기를 따라 직진하여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튼다. 12시 30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도명산이 눈에 들어오고 숲 속 산책로를 따라 2분 정도 걸어 관람대에 다다르자 도명산이 코앞으로 다가선다.



주름잡혀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색을 달리하면서 장쾌하게 펼쳐진다.



12시 40분 괴산미륵산성터(사적 401호)를 지난다. 괴산 미륵산성은 낙영산과 도명산의 정상을 남북으로 하여 능선을 따라 성벽을 쌓고 두 산의 정상 부분에는 자연암벽을 이용하여 축조되었으며 고려시대 방어용 산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산 이름을 따라 도명산성이라고도 불리며, 전설에 의하면 홀어머니를 서로 모시려던 남매가 아들은 나막신을 신고 서울을 다녀오고 누이는 성을 쌓아, 먼저 끝내는 사람이 어머니를 모시는 내기를 하였다하여 '남매성'이라고도 한다. 흩어진 돌들과 안내판만이 이곳이 산성이었음을 말해준다. 그리 위험하지는 않은 암벽등반코스가 나타난다. 태양을 이고 오르는 것이 싫어 오른쪽 숲길 우회도로를 택한다. 12시 53분 도명산 0.2km 이정표가 보이고 통나무계단 오름길이 길게 이어진다.



곧이어 철계단과 철난간이다. 하산길 이정표가 먼저 반긴다.



13시 정각 도명산(643m)에 도착한다. 대리석 표지석이 있는 정상은 커다란 암봉으로 멎진 노송들이 둘러싸여 있으며 암봉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하다.




가령산, 낙영산, 조봉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가까운 거리에서 타원을 이루고, 그 뒤로 대야산에서 조항산, 청화산,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 커다란 노송이 만든 그늘에 자리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대전의 어느 성당에서 신부님과 복사 소년들이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무리지어 올라온다. 갑자기 고요하던 정상이 시끌벅적하다.



13시 20분 서둘러 자리를 뜬다. 화양계곡 쪽으로 방향을 잡고 철계단을 내려선다. 13시 30분 첨성대 2.2km 이정표가 보이고 곧이어 긴 철계단을 지그재그로 돌아 내려선다.



숲 속 오솔길은 하산길을 한결 여유롭게 한다. 14시 화양동 계곡 구곡 중 제 6곡인 능운대에 도착한다. 큰 바위가 구름을 뚫고 솟은듯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규모로 봐서는 이름과 걸맞지 않다.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배낭과 등산화만을 벗어놓고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계곡물에 그대로 뛰어든다.



15분 정도 수영을 하며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다. 14시 20분 화양3교를 건넌다. 왼쪽 산 중턱에 제 5곡인 첨성대가 보인다. 큰 바위가 첩첩이 층을 이루고 있으며 그 위에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경치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우뚝 치솟은 높이가 수 십m 정도 되고 첨성대 아래에는 "비례부동"이란 의종의 어필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계곡에는 깔끔하게 잘 생긴 바위들이 눕거니 서거니 자리하고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조선중기에 우암 송시열선생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에 9곡(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을 이름지었다고 한다. 주차장을 향해 조금 더 걸어오면 제 4곡인 금사담(金沙潭)이 보인다.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마치 금가루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곳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정원 삼아 넓은 암반 위에는 우암선생이 지은 암서재가 노송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화양 계곡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운영담 남쪽에 희고 둥글넓적한 바위는 우암이 효종대왕의 돌아가심을 슬퍼하며 매일 새벽마다 통곡하였다는 읍궁암이다. 이 일대는 민박집과 식당이 많이 몰려있어 화양동 계곡에서 가장 번잡한 곳이다. 강변 모래사장이 넓다.  오른쪽 길가에 화양서원 묘정비가 세워져 있다. 이 비석은 숙종 22년(1696)에 송시열의 영정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화양서원의 건립 취지와 향사하고 있는 송시열 선생을 추앙하는 뜻을 기록한 비이다.



양쪽에 긴 사각 돌기둥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이 하마소(下馬所)이다. 임진왜란때 전쟁을 도운 명나라 신공을 추모하는 사당인 만동묘 입구인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도록 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하마소에서 흥선 대원군이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가 화양서원의 유생들에게 봉변을 당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화양 2교 위쪽으로 보를 막아 넓은 소를 이룬 곳은 제 2곡으로 운영담이라 불린다. 이름 그대로 구름이 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14시 35분 화양 2교를 건너 걸음을 재촉한다. 14시 40분 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도명산에서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곳으로 하산길을 잡아 학소대로 하산했으면 학소대와 와룡암 등 화양구곡의 더 많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대전으로 향한다.



제 2 경 읍궁암(?)



제 1경 경천벽-매표소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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