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에 가까워질 때 병에서 멀어지고 자연에서 멀어질 때 병에 가까워진다.
7호 태풍 민들레의 영향으로 산행이 취소되어 한가로운 휴일 오전을 보내고 정말 오랫만에 식구들과 함께 한 점심식사가 끝나갈 무렵 뫼꿈님으로부터 산에 가자는 전화 연락을 받는다. 으매 좋은 거. 배낭에 물 두 병만 챙겨 넣고 집을 나선다. 뫼꿈님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도착한 재넘이님과 덕배님과 합류하여 대전역으로 이동한다. 828번(829번, 640번) 판암동 가는 시내버스에 오른다. 동신고등학교 옆 종점에 가까워지면서 버스 안에는 우리 일행 넷만 남는다. 버스 종점에서 하차하여 우의를 꺼내 입고 포장도로를 따라 비룡동(줄골마을) 입구까지 이동한다. 13시 35분 마을을 지키는 돌장승 두 개가 보인다. 길 왼쪽으로 지하여장군 오른쪽으로 천하대장군이 비를 맞고 서서 나그네들을 반긴다.
비룡동 마을입구에서 마을길을 따라 들어서 5분 정도 걸으니 보현정사(普賢情舍)라는 현대식 건물이 눈에 띤다. 암자인지 점집인지 구분이 안 된다.
13시 40분 철조망을 넘으면 묘지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노송 두 그루가 보이고 주능선으로 이어진다. 14시 2분 갈고개를 지난 후 약간 올라서면 갈현성(대전광역시 기념물 12호) 안내석이 보이고 무너진 성곽이 있는 성터로 접어든다.
갈현성(葛峴城)
이 산성은 해발 263m의 산봉우리에 축조된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성 둘레는 약 350m이다. 성벽은 대부분이 허물어졌고, 동쪽 성벽만 높이 2m 가량 남아 있는데 네모난 돌로 앞면은 맞추어 쌓았다. 성은 남북으로 긴 타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문터는 남문터만 남아 있으며, 문폭은 4.8m정도이다.
14시 10분 안부를 지나자 예비군훈련장이다. 비룡임도를 지나서 훈련장은 계속된다.
14시 25분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한다. 보문산이 깨끗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14시 35분 돌계단을 올라서면 등산 안내도와 체육시설이 설치된 315봉이다. 비 온 뒤라 시야가 깨끗하고 대전시가지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하늘을 덮었던 구름이 빠르게 걷힌다.
315봉을 내려서면 곧바로 옥정사로 하산하는 길이 나타나고 이어서 밋밋한 능선의 야트막한 봉우리들을 지나 능성(대전광역시 기념물 11호)에 도착한다.
능성(陵城)
가양동 뒷산 비름들 고개 위에 돌을 쌓아 만든 산성으로 성 둘레는 약 300m 정도이다. 성벽에는 동문과 남문터가 있고, 성벽의 대부분은 무너져 내려 원래의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다. 동쪽과 남쪽 성벽에는 성벽이 직각으로 만나는 부분에 남아 있는 치성의 흔적으로 보아 동쪽에서 침입해 오던 신라를 감시하기 위한 성으로 추정된다.
현대아파트로 하산하는 길과 밭탕골약수터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나 14시 50분 헬기장에 닿는다.
내려서면 왼쪽으로 바위 봉분의 청주한씨 묘 2기가 보인다.
철탑 아래로 지나면 길치고개이다. 오른쪽으로 추동 가는 도로가 연결된다. 도로를 건너 직진한다. 15시 10분 질현산성으로 오르기 전에 빗물을 받아 놓은 커다란 물통이 보인다. 얼굴에 흐른 땀을 씻어낸다. 오른쪽은 산성으로 오르는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돌탑 1기가 보이고 질현산성 안내판이 눈에 띤다.
산을 오르다 보면 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대청호가 파랗게 와 닿는다.
질현성(시 기념물 제8호)
이 산성은 가양동 더퍼리에서 동구 추동으로 넘어가는 "질티재" 북쪽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다. 성 둘레는 800m 정도이며 테뫼식 석축산성으로 문터의 흔적은 동·서·남벽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남문터는 성으로 드나드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다. 문폭은 3.8m 정도이다. 동문터는 추동으로 연결되는 통로였고, 서문터는 가양동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 질현성은 백제부흥운동군의 거점중의 하나였던 지라성<支羅城>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15시 15분 오름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랜다. 15시 30분 돌탑 서너 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고봉산성을 지난다.
10분 정도 진행하면 대청호가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주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비켜선 곳이다.
대청댐
대청댐은 대전시 대덕구와 충북 청원군 사이에 놓여 있다. 이름도 대전의 '대(大)'자와 청원군의 '청(淸)자'를 따 대청댐이라 이름지었다. 대전, 청주지역의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맑은 물과 호수 위에 섬처럼 떠있는 야산 그리고 비 개인 쪽빛 하늘과 흰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대청호는 풍경이 유난히 아름다워 <대전8경>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맑은 금강 줄기와 호 안에 있는 여러 섬들의 조화는 해상공원 한려수도를 연상시킨다. 산과 수목이 호반 위에 펼쳐져 맑은 거울 같은 경관을 보여주며, 고리산(환산)과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금강의 한가운데 댐을 막아 만들어진 거대한 호수로 중부 내륙의 너른 들에 물줄기를 대는 중요한 수원지 역할을 한다. 대청댐은 대전과 충북 청원군 사이에 놓여있으며 저수 면적 72.8㎢, 호수 길이 80km, 저수량 15억 톤, 댐 길이 495m, 댐 높이 72m로 우리나라 3번째 규모의 호수로서, 중부권에서는 충주호 다음으로 크다. 해발 200∼300m의 야산과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대청호반은 푸근하고 넉넉하다. 이런 뛰어난 경관에도 불구하고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청남대가 자리하고 있어서 80년대만 해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금지할 정도였다.
대청호는 대청댐 건설로 인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농토를 버리고 떠난 주민의 애환과 향수가 깃들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뭉클하게 한다.
15시 45분 다시 밋밋한 능선을 지나 또 다른 돌탑이 있는 무명봉을 왼쪽으로 우회를 하여 진행을 하면 왼쪽으로 가양공원쪽으로 내려서는 하산로가 보인다.
15시 55분 361봉을 지나니 나무벤치와 소공원 3.5km, 계족산성 1.3km 이정표가 있는데 이정표의 거리가 틀리다. 16시 절고개 도착이다. 절고개는 임도와 간이 휴게시설 그리고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고 간이매점이 있어 막걸리를 파는데 오늘은 비가 내려서인지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뫼꿈님이 무척 아쉬워한다. 10분 동안 휴식하며 준비해간 인삼주로 아쉬움을 달랜다. 임도를 버리고 나무계단으로 능선에 올라선다. 봉황정이 가깝게 조망된다.
16시 15분 계족산성 갈림길에 도착하니 이정표(계족산성 2.2km, 봉황정1.8km, 임도삼거리 0.5km, 절고개 0.4km, 가양공원 3.4km)가 있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사면길을 진행한다. 잠시 후 만나는 임도에는 이정표(계족산성 2.8km, 장동산림욕장 3.3km, 계족산 봉황정 0.9km)가 있고 임도를 건너 계족산 오름길로 오른다. 약간 내려서는 듯한 등로는 왼쪽으로 용화사 하산로를 분기시키고 오른쪽 계족산 정상까지는 돌계단이 이어지면서 마지막 거친 숨을 토해낸다. 16시 38분, 계족산 정상에 도착이다.
정상에는 헬기장과 "파평윤공종현지묘"가 자리한다. 계족산(429m)은 대전의 진산으로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계족산의 정상은 천하의 명당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들은 대대로 복을 받지만 회덕지역은 가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가뭄이 들면 이 지역 사람들은 정상에 있는 묘를 파고 그 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한다. 이정표에는 와동 수자원공사 2.9km, 용화사, 계족산성 3.9km, 죽림정사 1.2km라고 적혀있고 동쪽으로는 옛 삼국시대 축성된‘계족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백제 때 돌로 쌓은 계족산성은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로서 이름이 높으며 대전에 있는 30여 개 백제 성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된 산성이다. 특히, 국가 사적 문화재 제355호로 지정되어 대전시에서 성곽을 복원하였다.
왼쪽으로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봉황정에 이른다. 봉황정에서 바라보는 대전의 모습은 계족산 산행의 백미로 대전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다. 대전시의 동서남북 전체를 막힘 없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계룡산 암봉들, 유성 시가지, 대전시가지와 경부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인다. 동쪽으로 대청호 주변 지락산과 국사봉ㆍ꾀꼬리봉 등과 어울린 대청호수의 정취와 조망이 볼만하다. 대전시 전체의 조감도를 보는 느낌이다.
16시 55분 봉황정 뒤쪽으로 난 등산로는 급경사 내림길이다.
돌계단을 내려서면 주위로 산불의 흔적은 어느 정도 지워졌지만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모습이다. 키 큰 나무가 없어 이곳에서도 대전시가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저 멀리 정면으로 계룡산-갑하산-우산봉-금병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줄기와 아름다운 갑천의 모습이 평화롭다.
흐르는 계곡물에 등산화와 바지 가랑이에 묻은 흙을 털어 내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16시 20분 지하통로를 지나 대한통운마트 앞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무리한다.
둔산동에서 간단하게 하산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