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1일 (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산행 준비를 해 가지고 출근하면서 걱정이 앞선다. 오늘 교내 춘계 체육대회는 체육관에서 배구로 대신한다고 한다. 권사장님과 통화를 한다. 오늘 산행 계획대로 진행한단다. 서둘러 대전요금소 앞 원두막으로 향한다. 8시 25분 약 5분 늦게 소월산악회 버스에 승차한다. 이미 좌석은 등산객들로 빈 곳이 없고 안내석만 비어 있다. 8시 30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8시 35분 신탄진휴게소에서 15분간 정차한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9시 남이분기점에서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거침없이 질주한다. 차창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고 졸음이 밀려온다. 쟈스민님이 편안하게 눈을 붙이라고 자리를 양보해 주신다. 편안한 좌석을 양보해 주신 쟈스민님의 마음 씀씀이가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9시 45분 버스는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차량이 증가하면서 도로가 복잡하다. 10시 15분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선다. 통행 차량이 적어 도로는 한산하다. 10시 45분 홍천강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다.
권사장님이 산행 개념도에 대한 설명을 하신다.
11시 춘천요금소를 빠져나가 10분 정도 달리다 46번 국도를 타고 양구방면으로 향한다. 11시 17분 감정(甘井)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춘천방면으로 향하다 곧바로 우회전하여 이정표를 따라 배후령으로 향한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남한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높고 낮은 산자락을 끼고 돌아간다. 11시 40분 600고지 배후령 정상에 멈추어 등산객들을 내려놓는다. 비목의 고장 화천군 경계표시 이정표를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오르는 산행의 초입으로 들어선다.
호흡을 가다듬을 여유 없이 시작부터 가파른 오름길이다. 배후령에서 능선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는 참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다.
11시 52분 안부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폐쇄로라는 팻말이 보이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진다. 폐쇄로를 따라 2분 정도 걸어 오봉산이 잘 조망되는 바위에서 오봉산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등산로로 접어든다.
다섯 개의 봉우리(나한봉, 관음봉, 문수봉, 보현봉, 비로봉)가 연이어 있어 오봉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거진 참나무 숲 속 완만한 능선을 따라 간다. 12시 정각 제1봉 나한봉에 도착한다. 나한봉이라고 쓰인 원형 안내판이 보인다.
산책로 같은 평탄한 등산로를 따라 능선길을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걸으면 조금씩 가파라지는 오름길이다. 12시 15분 제2봉 관음봉에 도착한다. 역시 관음봉이라고 쓰인 원형 표지판이 나무 가지 사이에 설치되어 있다.
3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좌우 조망이 훌륭하다. 3봉이 눈앞에 보이고 오른쪽으로 소양호가 눈에 들어온다. 능선 곳곳의 아기자기한 암릉과 울창한 수림, 그리고 소양댐의 호수가 어우러져 멎진 풍광을 만든다.
3봉을 오르는 길에는 쇠줄이 설치되어 있다. 3봉과 4봉은 쇠줄(체인)을 잡고 오르는 칼등 같은 암릉지대이다. 이곳은 오른쪽이 절벽이라 주의해야 한다.
12시 25분 쇠줄을 잡고 가파른 암능을 3분 정도 기어올라 제3봉(문수봉)에 도착한다.
청솔바위가 눈길을 끈다.
조금 더 오르면 암봉에 자그마한 진혼비(오석)가 있다.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른다. 12시 35분 쇠줄을 잡고 내려섰다 다시 쇠줄을 잡고 오르면 제4봉(보현봉)에 도착한다.
조망이 가장 훌륭한 곳이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멀리 화천군 일대의 넓게 펼쳐진 분지형 산곡평야가 보이며 오른쪽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 등이 아기자기한 절경을 연출한다. 사방으로 전망이 확 트이면서 소양호와 주변 산군의 모습도 멀리까지 펼쳐진다.
12시 40분 오봉산 정상(779m) 표지가 있는 제5봉(비로봉)에 도착한다. 이곳에 제3봉(문수봉)이라는 원형 안내판이 있어 혼돈이 된다.
강원 화천군 간동면, 춘천시 북산면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양댐과 청평사로 하여 알려진 오봉산은 원래는 경수산, 혹은 청평산이라고 불리다 최근에 와서 오봉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산세는 크지 않으나 온 산이 바위와 수목으로 얽혀 경사가 급하고 험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산 동쪽 배치고개를 사이에 두고 솟은 부용산은 오봉산과 이웃하고 있어 오밀조밀한 바위로 이뤄진 오봉산을 여신에 비유하고 자못 육중한 모습의 부용산을 남신에 비유하여 서로 음양의 관계가 있다고 전해진다. 마주 보이는 육중한 모습의 부용산이 유혹한다. 잠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산책로 같은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12시 45분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청평사로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은 부용산으로 가는 길이다. 몇 분 동행들과 부용산쪽으로 방향을 잡고 숲 속 가파른 내림길을 빠르게 내려선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인지 낙엽이 수북히 쌓여 미끄럽다. 길은 내려갈수록 가파르다. 13시 계류를 두 번 건너 비탈길을 오르면 오음리 마을에서 청평사로 넘어오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만나는데 배치고개다.
포장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50여m 정도를 이동하여 표시기가 매달린 오른쪽 산 속으로 들어선다.
능선길을 따라 부용산으로 오르는 길은 숲이 매우 우거진 한적한 산길이다. 조금씩 경사를 더해가며 가파라지고 호흡에 맞춰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13시 15분 안부에서 잠시휴식을 취한다. 반대쪽 오봉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름길은 더욱 가파라지고 부용산 전위봉 공터에 이르기 전 깔딱 구간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힘겹게 올라선다. 13시 50분 안부에 도착하고 산책로 같은 평탄한 길을 5분 정도 걸으면서 가빠진 숨을 고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야생화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13시 55분 부용산(882봉)에 도착한다. 부용산 정상은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 하나 없고 부용산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어서 실망스럽다. 점심 도시락을 펼치고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다. 땀이 식고 바람이 불어 추위가 느껴진다. 14시 10분 하산을 서두른다. 길이 좋은 능선은 따라 걷는다. 14시 20분 870m봉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파른 내림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선다. 14시 30분 참나무 우거진 숲 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숨을 고른다. 14시 35분 다시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진다. 14시 50분 아스팔트 도로위로 내려선다. 하늘소라는 음식점(민박)이 보인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길을 걷는다. 도로 오른쪽으로 부용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14시 55분 청평사 관광지 매표소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청평사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보인다.
15시 주차장을 지나며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 혹시 몰라 준비한 우비를 배낭에서 꺼내 입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부용교를 건너 관리소를 지나 청평사로 향한다. 노점 음식점 천막으로 들어가 잠시 쉬며 빗줄기가 가늘어지기 기다린다. 평양공주와 상사뱀의 전설 쓰인 안내문이 보인다.
빗줄기가 더욱 강해져 천년의 고찰 청평사 관람을 포기하고 청평선착장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15시 32분 선착장에 도착한다. 유람선이 방금 출발하여 뱃머리를 돌리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총무님과 다음 배를 기다린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며 비가 그치고 후미 일행들이 한 명 두 명 선착장에 도착한다. 16시 유람선(편도 2000원 매시 30분에 출발)이 도착하고 배에 오른다.
16시 30분 햇살이 쏟아지는 아담하고 조용한 포구를 출발한 유람선은 소양호 물살을 가르며 달린다.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북한강의 큰 지류인 소양강 하류를 막은 소양댐은 높이 123m 길이 530m의 사력댐으로 1973년 10월에 준공된 다목적 댐이다. 이 댐으로 인해 생긴 소양호는 우리나라 최대의 인공호수로, 호수에 잠긴 수려한 산자락은 산과 물이 어울린 최고의 경치를 빚어내고 있다.
산행 뒤에 배를 타고 소양호를 유람하는 맛은 이곳에서만 느끼는 매력의 하나다. 10분 정도 달려 소양댐 포구에 도착한다. 준공 기념탑이 보이고 먼저 하산한 산꾼들은 산악회 버스 주위에서 하산주를 마시며 정겨운 이야기를 나눈다.
총무님이 건네 주는 수박 한 조각을 받아 들고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