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산행일지

구병산

2004년 2월 23일(월)

9시 25분 소월산악회 버스는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거침없이 10분간 질주하고 옥천요금소를 빠져나가 좌회전해서 37번 국도를 타고 보은방면으로 향한다. 20분쯤 지나 만나는 정방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502번 지방도로를 타고 상주·관기방면으로 20분쯤 달리다가 덕동리에서 우회전하여 25번 국도로 갈아타고 상주방면으로 7-8분쯤 진행하여 적암휴게소에서 정차하고 산꾼들을 풀어놓는다.

25번 국도상에 자리잡고 있는 적암휴게소 주차장에는 구병산 등산코스를 안내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와 목장승이 서 있다.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구병산에는 생각지 않은 설화가 햇살에 반짝이며 산꾼들을 흥분시킨다.


10시 20분 광산김공공덕비 오른쪽으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적암리 마을로 들어선다.


적암리는 보은군 마로면과 상주군계에 위치한 마을로 옛 이름이 "사기막(士氣幕)"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조선 선조때 이명백(李命百)이란 장군이 의병을 모집하여 이곳에 주둔한 왜적과 싸우고자 마을 어귀에서 의병의 사기를 드높인 곳이라 하여 "사기막"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른편으로 아담하게 솟아 마치 떡시루를 엎어놓은 듯 한 시루봉(471m)을 보며 바쁜 걸음으로 정신없이 앞서간 일행의 뒤를 쫓아간다.

충북알프스 구병산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충북 보은군이 구병산∼속리산∼관음봉∼상학봉으로 이어지는 43.9km 구간을 1999년 5월 17일 ‘충북 알프스’로 업무표장 등록을 하여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마을 한쪽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15분쯤 가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5-6분 더 걸으면 갈림길이다. 왼쪽 등산로는 절터로 오르는 길이다. 이 코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좀 더 길게 산행을 하기 위해 3-4분 더 올라간 뒤 10시 45분 왼쪽 오름길로 접어든다. 경사가 점점 가파라지고 지그재그 오름길은 점점 호흡을 거칠게 한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육산 능선 오름길을 50분간 쉼 없이 치고 올라 11시 35분 신선대에 도착한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호흡을 가다듬고 설화 만발한 주변 조망을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왼쪽 능선 내림길로 들어선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내림길은 미끄럽고 마치 분재와 같은 바위 노송군락을 감상하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코스가 이어진다.


11시 50분 갈림길이다. 이정표에는 왼쪽  적암휴게소 4km 정상 1.5km 로 적혀있다.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한다. 바위 암릉에 올라서자 아래로 마로면 일대가 한 눈에 조망되고 구병산 정상까지 거의 전 구간이 암릉길로 이어진다. 12시 정각 가파르고 험한 내림길이다. 아기자기한 암봉을 타는 재미를 즐기며 밧줄을 타고 가까스로 내려선다.


커다란 암봉이 길을 막아선다.


눈이 쌓여 미끄럽고 위험한 구간이라 안전한 산행을 위해 오른쪽 우회로를 이용하여 올라서니 구병산 1.2km 이정표가 보인다.


우회했기 때문에 15분 동안 300m를 진행했다. 능선을 타고 10분 정도 진행하고 다시 가파르고 험한 내림길을 밧줄에 의지하여 내려서니 갈림길이다.


왼쪽은 적암휴게소(3.9km)로 내려가는 길이고 구병산 0.9km 이정표가 눈에 띤다. 1분 후 조망 좋은 곳(853봉)에 올라선다. 회백색 바위 사이에 낀 노송들은 설화를 피우고 암봉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며 절경을 이룬다.


연신 카메라에 담느라 지체해서 일행과 많이 뒤쳐져 마음이 급하다. 벌써 정상에는 선두 그룹의 모습이 보인다.


암릉 코스를 누비며 언뜻 내려다보는 아찔함과 굽이치는 연봉을 고사목 사이로 바라보는 경치 또한 장관이다. 내림길이다. 12시 35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구병리(1.3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까지는 0.8km이다.


눈이 녹아 질퍽한 오름길을 5분 정도 숨가쁘게 오르니 정상이 손에 잡힐 듯 하고 눈앞 암봉에는 만발한 설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12시 45분 길 막은 커다란 암봉을 우회해서 오르고 다시 험한 내림길을 내려서면 정상 0.1km 위성지국 1.5km 이정표가 서 있다. 마지막 100여m 암릉을 기어올라 13시 정각 구병산 정상에 도착한다. 속리산에 외면 당한 설움을 내색치 않으며, 반갑게 등산객을 맞이한다. 높이는 876m이다. 정상은 20여 평 규모의 평지를 이루고 있으며 조그마한 정상석이 있고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보은평야가 내려다보인다. 속리산 천왕봉에서 형제봉을 이어 봉황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연릉이 두 눈 가득 조망되고 잡목에 핀 설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잠시 넋을 잃는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의 천황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삼산'이라 일컫는다고 한다.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산 전체가 깨끗하고 조용하며 보존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능선의 평균고도가 800m대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지리산에서 느낄 수 있는 육중한 산맥미(美)와 설악산으로 대표되는 골격미(美)를 번갈아 가며 맛볼 수 있는 산이다. 13시 20분.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정상 표지석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오르던 길을 10여 미터 되돌아 내려와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길이다.


10분 정도 험한 내림길을 조심해서 내려서면 낙엽 쌓인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바람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내림길이다. 13시 50분 길은 다시 험해지고 급격히 계곡으로 떨어져 내린다. 기암이 압살하듯 양쪽에서 죄어 오는 협곡으로 계곡은 암벽을 파고들어 사랑을 나눈다. 걸음을 멈추고 잠시 바위에 걸 터 앉아 쉬면서 흐르는 계곡 물에 아이젠을 씻어 배낭에 넣고 물 한 모금 마시며 내려온 길을 올려다본다. 14시 나무사다리를 통과하니 오른쪽 바위 아래 자연동굴이 보인다.


2-3분 간격으로 공사용 사다리를 2개 지나면 길은 비교적 부드러워진다.


14시 10분 으름덩굴지대를 지난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온 몸에 받으며 편안한 내림길을 걷는다. 14시 20분 구병산 2.6km 이정표를 지나 5분 정도 내려오면 하얗게 빛나는 KT 위성통신의 거대한 파라볼라 안테나들이 보이고 위성지국 울타리를 왼쪽으로 돌아 내리면 오름길에 보았던 시루봉이 정면으로 눈에 들어온다.


길 따라 10분 정도 터벅터벅 지친 발걸음을 옮기면 인삼밭이 나타나고 적암리 마을에 다다른다.


오름길에 밟았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와 14시 50분 적암휴게소에서 원점회귀 산행은 마무리된다. 어제 비 맞으며 대충산사 회원들과 8시간의 대전시계 종주 첫 구간 산행을 한 탓에 망설였던 오늘 산행은 뜻하지 않은 설화로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총무님이 건네는 따끈한 김치찌개와 찬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 듯 해치우고 차 한잔까지 마신 후 버스에 오른다. 피곤이 몰려온다. 깜박 조는 사이 어느덧 버스는 대전요금소를 빠져 나온다.

'나의 산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가산  (0) 2008.07.14
민주지산  (0) 2008.07.14
광덕산  (0) 2008.07.14
백악산  (0) 2008.07.14
백덕산  (0)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