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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민주지산

2004년 2월 29일 (일)

2월이 닫히며 보너스로 주어진 2월의 마지막날. 8시 출발장소에 도착하니 나무 위에서 까치가 반긴다.


8시 10분 10명의 회원을 태우고 출발한 버스는 북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9시 정각 황간요금소로 빠져나가 곧바로 우회전하여 물한계곡 안내표지판을 따라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민주지산으로 향한다. 민주지산(삼도봉)입산금지 플랭카드가 눈에 띤다. 매표소에 도착하자 매표원이 나와 눈이 내린 관계로 임시로 입산을 허락한다고 한다. 12시 35분 한천 주차장에 도착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따로 징수한다.

차에서 내려 등산채비를 갖추고 다른 산악회에 섞여 간단한 준비 운동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12시 45분 물한교를 건너자 정면으로 커다란 민주지산 등산 안내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넓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구름 한점 없는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 하늘이다.


왼쪽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다시 산행 안내판이 눈에 띤다.


민주지산 북쪽에 있는 20여km의 물한계곡은 국내 최대 원시림 중 하나로 손꼽히며, 계곡물이 차서 물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예로부터 용소·옥소·의용골폭포·음주골폭포 등이 있어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계곡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은 황룡사에서 용소(일명 무지개소)까지이다. 


민주지산(岷周之山)은 산 이름으로 네 글자를 쓰고 있는 몇 안 되는 산이다. 갈 지(之) 자를 쓴 것도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다. 높이로 보나 산의 품격으로 보나 산자락에 절이 자리잡을 법한데, 물한계곡 입구에 있는 볼 품 없는 황룡사라는 절이 유일하다. 하산길에 둘러보기로 하고 그냥 지나친다.


산행코스 : 물한계곡주차장 - 낙엽송 숲 - 잣나무 숲 - 민주지산 입구 - 삼마골재(헬기장) - 삼도봉 - 석기봉 - 민주지산 - 석기봉쪽 800m지점으로 되돌아감 - 가파른 내림길 - 쪽새골 오름길 - 잣나무숲 - 황룡사 - 물한계곡주차장

계곡을 보호하기 위해 황룡사에서부터 계곡 옆에 녹색 철조망을 설치하고 곳곳에 출입문을 만들어 피서객들의 무질서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다. 등산로는 폭 2-3m정도로 넓게 잘 정비되어 있어 삼림욕을 겸한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며 곳곳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산행에 어려움이 없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낙엽송 숲 입구 삼거리가 나오고 낙엽송 숲을 조금 돌아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널찍한 두 번째 삼거리가 있다. 첫 번째 삼거리에는 간이화장실이 있으며 안내표지판이 없어 망설이게 되는데 첫 번째 삼거리나 두 번째 삼거리 어느 곳에서 올라도 등산로가 합쳐진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왼쪽 두 번째 삼거리를 향해 오른다.  10시 15분 잣나무 숲을 지나면 두 번째 삼거리이다. 오른쪽 민주지산으로 직접 오르는 길을 버리고 왼쪽 삼도봉으로 방향을 잡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10시 25분 계류를 건너면 조금씩 경사가 더해진다. 고로쇠 수액 채취 허가를 받은 주민이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뽑아 시판하기 위해 통에 담고 있다. 이 지역서 채취되는 수액은 25∼50년 된 고목에서 뽑아내며 칼슘과 미네랄 등 영양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과 여성의 산후 조리, 피로 회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잣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파고들어 넓게 퍼진다.


철조망은 점점 멀어지다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10시 35분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석기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등산로는 산책로처럼 완만해 걷기가 수월하지만 약간 지루하다. 10시 40분 오른쪽으로 삼도봉 입구 팻말이 보인다.


물소리가 커지고 왼쪽 계곡엔 물줄기가 시원한 폭포가 하나 보인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계곡의 폭포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기지개를 편다.


바람 한 점 묻어나지 않는 지루한 길은 조금씩 가파라진다. 10시 45분 계류를 건너면 돌탑과 삼도봉 1.7km 이정표가 서 있고 나그네들을 위한 벤치가 놓여있다.


곧이어 나무계단을 오른다. 11시 5분 쉼터에 도착한다. 삼도봉 1.4km 이정표가 보인다.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겨운 이야기들을 나누며 모두들 즐거워한다.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해서 걷기가 불편하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종찬님과 사모님의 발걸음이 가볍다.


11시 20분 나무계단을 오르고 5분 정도 걸으면 싸리나무 밭을 지나 능선 안부에 이른다.


현 위치 삼마골재 삼도봉 0.9km 석기봉 2.3km 이정표 뒤로 멀리 지리산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삼마골재 억새밭 한가운데는 헬기장이 있으며, 기념비처럼 누가 일부러 세워 놓은 듯한 커다란 바위가 소나무 한 그루와 나란히 서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이 바위를 '미군바위'라고 하는데 그 유래는 알 수 없다. 이 곳부터 삼도봉까지는 백두대간의 일부이다. 곧바로 오른쪽 가파른 나무계단을 숨차게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무계단을 만난다.


11시 45분 삼도봉 화합탑이 바라다 보이는 바위 봉우리에 도착한다. 원래의 삼도봉 정상인 1177미터 지점은 현재 화합탑이 아니라 삼마골재에서 삼도봉을 향해 오르면서 만나는 이 바위 봉우리라고 한다. 사방으로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지리산의 장엄한 산줄기와 할켜진 탓에 쉽게 눈에 띠는 덕유산의 향적봉에서 남덕유산에 이어지는 산줄기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가슴이 후련하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코 앞 삼도봉을 향해 한 번의 내림과 오름 능선으로 발걸음을 옮겨 12시 5분 삼도봉에 도착한다.


삼도봉 대화합탑이 자리하고 있다. 전라북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삼도의 화합을 다지는 대화합탑으로 해발 1176m의 삼도봉 정상부에 1990. 10. 10에 세워졌으며, 매년 10월 10일에 이곳에서 삼도의 주민들이 모여 만남의 날 행사를 갖는다. 화합탑 한 면에는 삼도봉(三道峯)은 태백산맥에서 분기하여 동, 서로 뻗어 내린 소백산맥의 큰 봉으로 충청, 전라, 경상도가 이곳에서 갈린다하여 삼도봉이라 하였다는 글이 새겨져 있다. 대화합 기념탑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헬기장이다.


강우량 자동 측정장치가 보인다. 산죽나무 능선길을 걷는다. 12시 15분 오름길이 있으면 내림길도 있는 법. 5분 정도 내림길이 이어지고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물한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석기봉(0.5km)은 직진해서 오름길이다.


두 번의 나무 계단을 오르면 쉼터 정자(간이대피소)가 있고 석기봉까지 가파른 오름길이다.


12시 50분 단 숨에 치고 오르니 석기봉 안내판이 먼저 반기고 암릉을 올라 석기봉에 도착한다.


석기봉은 암봉으로 되어 있고, 1180m 석기봉이라고 쓰여진 나무 표지판이 서 있다.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이 가슴까지 후련하게 한다. 지나온 삼도봉이 보이고 지리산의 장쾌한 산줄기에 두 눈 가득 들어오고 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며 멀리 진안에 마이산도 쫑긋 세운 토기 귀처럼 보인다.


13시 밧줄 타고 암봉을 내려선다.


남쪽에는 50m의 높이의 암벽에 삼두불(三頭佛 불상의 머리가 세 개임)이라 부르는 마애불상이 조각되어 있으나 갈 길이 바뻐서 그냥 지나치며 아쉬움을 남긴다. 양지바른 곳에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다른 등산객들을 보니 시장기가 돈다. 얼어붙은 험한 내림길을 아이젠을 착용하고 설설 기며 밧줄을 잡고 내려선다. 앞 서 내려가던 미순님이 미끄러져 넘어져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다.


13시 20분 강우량 자동 측정장치가 보이는 묘지 앞 잔디밭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14시 정각 미순님이 준비한 삶은 옥수수를 시작으로 각자 준비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과일 디저트에 인삼차까지 식사를 마치고 민주지산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길이 질퍽해서 짜증이 밀려온다. 14시 15분 큰삼거리를 지나고 중간중간 도사리고 있는 조그만 암봉이 갈 길을 더디게 한다. 14시 45분 나무계단을 오르니 시원하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민주지산 정상이 보인다.


14시 55분 1145봉 갈림길이다. 오른쪽이 물한계곡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다. 옆구리 통증으로 먼저 하산하기로 하고 조금 내려가던 미순님 부부가 코앞에 둔 정상 정복의 미련 때문에 다시 돌아온다.


암릉길로 잠시 이어지고 민주지산이 성큼 다가서고 이내 부드러운 흙 길로 바뀌면서 조그만 바위 사이를 지나고 조용한 숲길이 이어진다. 바쁜 걸음으로 앞서간 일행을 뒤쫓는다. 15시 5분 쪽새골 갈림길에서 쉬고 있는 일행과 만난다. 등산 안내리본들이 울긋불긋 마치 무당집을 연상시키듯 오른쪽과 직진길에 화려하게 붙어있고 오른쪽으로 물한계곡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보인다. 민주지산 0.4km 황룡사 3.2km 이정표가 서 있고 나무벤치가 놓여있다.


물 한 모금으로 거치러진 숨을 고르고 단숨에 정상에 오른다. 15시 15분 드디어 민주지산 정상(해발 1242m) 에 도착하여 모두들 환호한다.


중도에 포기하려던 미순님까지 모두 정상에 선다. 추풍령 남서쪽에 위치한 민주지산은 충북, 전북, 경북 3도의 경계를 이룬다. 백제와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역사의 무대.  '동국여지승람' 이나 '대동여지도' 에 나타난 민주지산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 (白雲山) 이었다고 한다. 일제시대때 지금의 민주지산으로 바뀌었고 산악인들은 '백성이 주인인 산'으로 풀이한다. 우뚝 솟은 정상에 오르면 나무가 전혀 없는 암봉으로 정상 표지석이 시야에 들어오고,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조망이 좋고 멀리 석기봉의 뾰족한 봉우리가 바라보인다.


덕유산으로 뻗어나간 산맥의 준봉들도 한 눈에 조망되고 각호산으로 이어지는 뱀 같은 능선이 꿈틀대는 것 같다. 각호산쪽으로 약 300m 떨어진 곳은 1998년 4월 2일 특전사 대원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으로 무인 대피소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당시 30cm가 넘는 폭설과 강풍으로 조난을 당한 이들은 저체온증으로 6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를 당했다. 까마귀 떼가 선회하며 기분 나쁘게 울어댄다. 표지석 주위에 모여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인환님 부부는 산정에 서서 두 손 마주잡고 선교를 위해 이 민족을 달라고 기도한다.


아침부터 시작하여 5시간 반의 산행으로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다. 시간도 그렇고 해서 각호산은 다음으로 미루고 하산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15시 25분. 갈증과 피곤, 허기를 안고 하산을 서두른다. 가파르고 미끄러운 쪽새골을 버리고 1145봉 갈림길에서 산그늘 짙게 드린 물한리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5시 50분 내림길은 가파르다. 낙엽 쌓인 푹신한 길을 따라 내림길의 걸음이 빨라진다. 16시 20분 안부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으며 지친 발걸음을  잠시 쉬어간다. 높은 나무 위에 겨우살이가 둥지를 틀고 있다.


16시 40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고 파인 길을 따라 내려선다. 17시 정각 민주지산 (2.6km)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과 만난다. 왼쪽 돌 박힌 오름길이 쪽새골을 따라 민주지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흐르는 계곡물에 옷과 신발에 묻은 진흙을 털어 내고 물 한 모금으로 갈증도 달랜다.


오른쪽으로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을 길동무 삼아 돌 박힌 길을 터벅터벅 내려선다.


15시 10분 오름길에 만났던 첫 번째 삼거리와 만나고 길 따라 주자창으로 향한다. 일행이 잠시 여유를 피우는 사이 바쁜 걸음으로 황룡사에 들려 휭 하니 한바퀴 돌아본다. 황룡사는 단청이 새롭고 아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가에서 시골 아낙들이 이 곳 특산물인 곶감, 호도 그리고 표고버섯과 더덕 등으로 내림길의 하산객들을 잡고 정겨운 흥정을 벌인다. 17시 45분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간의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종주 산행은 마무리된다. 대전으로 돌아와 인승씨네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2월 정기산행 일정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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