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10분 시민회관을 출발한 소월산악회 버스는 9시 30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죽암휴게소에서 10여 분간 정차한다.
10시 정각 청주요금소를 빠져나가 36번 국도를 타고 조치원방면으로 진행하다가 1번 국도로 갈아타고 천안방면으로 향한다. 10시 25분 행정리에서 623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15분 정도 달리고 수철리 망경낚시터 옆에서 하차한다. 10시 40분 수철리 저수지 둑방길을 따라 산행이 시작된다. 둑방길이 끝나면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천관사까지 이동한다. 법당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슬프게 울려 나온다.
10시 55분 법당 앞을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솔잎과 낙엽이 쌓인 산길은 푹신푹신하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길은 희미하다.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길은 점점 경사를 더해가고 임도와 만날때까지 10여분간 숨차게 오른다. 쟈켓을 벗어 배낭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물 한 모금을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왼쪽으로 길이 꺾이는 지점에서 왼쪽 경사면으로 보이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묘 1기와 넓은 헬기장이 있는 망경산(600m)에 도착한다.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 가슴이 확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왜 망경산(望京山)이라 불렀는지 알 것 같다. 광덕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가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넋티고개 너머로 태화산이 손에 집힐 듯 하다. 완만하게 부드러운 내림길로 들어선다. 11시 45분 갈림길이다. 조그만 이정표가 왼쪽이 만복골로 향하는 길임을 알려준다.
임도를 따라 30여분 정도 걸어오다 이곳으로 올라온 일행과 합류한다. 오름길을 지체 없이 치고 오르면 5분 후 거북바위를 지나고 12시 정각 안부 갈림길에 도착한다.
커다란 이정표가 왼쪽은 장군바위 오른쪽은 세출리(수철리) 설화산을 가리킨다.
뒤돌아보니 망경산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배웅한다.
왼쪽 오름길로 방향을 잡고 혼자 천천히 오른다. 온갖 소음에 시달리던 귀는 산의 고요함이 평온을 되찾게 해준다. 12시 15분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광덕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내림길이다. 12시 25분 장고개에 도착한다.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강당골(2.9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2km이다.
12시 35분 스핑크스 모습을 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장군 바위이다. 바위 밑에 탁자를 놓고 막걸리는 파는 사람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 바위에 대한 전설을 적어 놓은 안내판이 보인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글씨가 지워져 알아보기 어렵다. 옛날 허약한 젊은이가 깊은 산 속을 헤매다가 기아와 갈증으로 사경에 이르렀는데 어느 곳에선가 물소리가 들려와 소리나는 곳을 가보았더니 큰 바위 밑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란다. 그 물을 손으로 받아먹었더니 몸이 장군처럼 우람하게 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장군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왼쪽 내림길은 광덕리 주차장(3km)로 내려가는 길이고 정상까지는 1.3km이다.
벤치에 앉아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간간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하고 졸음이 밀려온다. 쓰레기를 주우며 산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부부 산꾼이 도착한다. 버리는 손 다르고 줍는 손 다르다. 나는 버리지 않을 뿐 아직 줍지는 못한다. 부부 산꾼과 함께 순탄한 오름길을 오른다.
언덕을 넘어 갈림길에 도착한다. 오른쪽은 어둔골 하산로이고 정상은 0.9km이다. 왼쪽으로 태화산이 우뚝 솟아있고 오른쪽 능선 끝에 잡목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설화산이 무척 아름답다. 13시 10분 정상 0.3km 이정표가 보이고 5분 후에 정상인 가마봉에 도착한다. 아산과 천안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를 자랑하는 광덕산은 완만한 육산으로 정상에 서면 천안, 아산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겹겹이 펼쳐지고 발 아래로 광덕사가, 서북쪽으로는 송악저수지가 아스라이 보인다.
정상은 해발 699.3m로 넓은 평지이며 헬기장이 있고 「광덕산에 올라」라는 제목의 시비 옆에 희미한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있다.
2000년 20세의 꽃다운 나이에 알피니스트를 꿈꾸며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서 훈련 중 사망한 고 황규영씨의 묘비석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13시 10분 하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은 강당리나 송악저수지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길이 광덕사로 가는 하산로이다. 10여분 정도 매우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안부에 도착한다. 넓은 공터로 벤치가 있으며 주차장 2.3km 이정표가 반긴다. 다시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지고 수 없이 많은 나무계단이 놓여있다.
7-8분 정도 내려오면 인동장씨(仁同張氏) 부자묘가 보이고 2분 정도 더 내려서면 주차장 1.5km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에 도착한다. 노산 이은상 시인의 산악인의 선서가 새겨진 비가 보이고 벤치에서 담소하는 등산객들이 인사를 건넨다.
14시 5분 나무계단이 끝나고 평탄한 내림길이 이어진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은 어느새 끝이 무디어져 봄을 전해주는 듯하다. 14시 10분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대여섯동 눈에 띤다.
5분 정도 더 내려오면 광덕사에 도착한다. 광덕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화엄경, 가사 등을 봉안하면서 창건된 사찰이었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되고 다시 중건하여 겨우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10여 년 전부터 현재와 같은 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풍운아 김옥균, 임시정부 주석 김구선생 등 역사적 인물들이 은신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광덕사 경내에 이르는 계단 주변에는 수령이 수 백년 된 호두나무(천연기념물 398호)가 버티고 서 있고 보화루(普化樓)를 지나면 대웅전이다.
대웅전 왼쪽 아래에는 효녕대군이 사경하신 보물 1247호 부모은중장수태골경합부가 자리잡고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고요한 겨울 산사의 고즈넉한 모습을 둘러보고 보화루 아래 무료찻집에서 녹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피로를 푼다. 14시 30분 '태화산광덕사(泰華山廣德寺)'라 쓰인 현액이 걸려 있는 일주문을 지난다. 광덕사는 광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이에 있어서도 태화산(456m) 보다 200m 이상 높은데 절 이름 앞에 광덕산이 아닌 태화산을 쓰고 있는 것은 태화산을 광덕산의 모산(母山)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조 정조때 명기로 명성을 떨쳤던 김부용의 묘가 이곳에서 동북쪽 계곡 안으로 약 800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지친 걸음을 5분 정도 걸으면 주차장에 도착하고 산행은 끝이 난다. 권사장님이 앉고 있던 의자를 내주고 총무님이 김치찌개와 밥 한 그릇을 주신다.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따듯한 차 한 잔까지 대접받으니 이 시간만큼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