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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백악산

2004년 2월18일 (수)

8시 40분 시민회관을 출발한 소월산악회 버스는 9시 정각 대전요금소로 진입하여 경부고속도로를 10여분간 힘차게 달린다. 회장님의 인사와 간단한 개념도 설명이 이어진다.

개념도 상의 등산코스는 입석초등학교∼물안이골∼수안재∼819봉∼정상∼846봉∼옥양골∼석문사∼옥양폭포∼옥양교로 이어진다.

죽암휴게소에서 미쳐 아침식사를 하지 못한 산꾼들을 위하여 15분간 정차한다. 9시 35분 청원요금소를 빠져나가 우회전하여 17번 국도와 19번 국도를 이용 보은 방면으로 달린다. 10시 20분 보은읍으로 들어가기 직전 좌회전하여 37번 국도를 타고 괴산방면으로 진행하다가 32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10시 55분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장 앞에서 정차하여 산꾼들을 내려놓는다.

입석초등학교 왼쪽 담을 끼고서 물안리 계곡을 따라 계속 오른다.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따라 20분쯤 오르면 민가 한 채가 나오고 포장도로가 끝난다. 민가 앞 좌측 계곡을 건너서 가는 길은 아기공룡 바위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 민가 앞 갈림길에서 앞으로 이어진 농로를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농로는 끝나고 길이 좁아지며 잔설이 남아있어 미끄럽다. 11시 25분 눈 덮인 계류를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11시 40분 계곡 옆으로 평탄하게 이어지던 길은 본격적으로 경사를 더하기 시작하여 15분 정도 오르면 수안재에 도착한다. 고개를 타고 넘는 계곡 바람이 시원하다.


갈림길이다. 수안재에서 오른쪽 능선은 낙영산과 도명산을 거쳐 공림사나 화양동 계곡으로 빠지는 코스로써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아 호젓하며, 앞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웃대방래에서 접근하는 코스이다. 왼쪽 능선이 백악산 가는 길이다. 왼쪽 능선을 따라 2-3분 걸으면 급경사 오르막길이다. 아이젠을 착용한다. 15분쯤 오르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장소가 나타나는데 부처바위 일명 선바위가 나타난다. 잘 다듬어진 바위 위에 부처 바위가 남쪽을 바라보고 점잖게 앉아 있는데 머리가 없는 부처바위이다. 이 바위는 100m 정도 더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뚜렷하다.


잠시 능선을 따라 걷다가 길 막은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여 계속 오름길을 오른다. 12시 30분 오름길에 가빠진 숨을 고르며 평탄한 능선길을 5분 정도 걷다가 다시 눈 덮인 급경사 험한 오름길을 5분 정도 숨차게 오르면 807봉 보조삼각점이 박힌 안부에 도착한다. 백악산 50분 이정표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 819봉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5분 후 암봉(819봉)에 오른다.


대왕봉 이라는 팻말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도명산-낙영산-가령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상학봉-묘봉의 서북능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히며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13시 5분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백덕산으로 향한다. 13시 20분 침니(몸체가 들어가서 움직일 정도까지 바위가 갈라진 곳)를 이룬 바위틈새로 길이 나 있고 이 길을 지나 암봉에 오른다.


국회의사당 지붕처럼 생긴 돔형 바위가 발가벗은 모습으로 나그네를 맞이한다. 이 바위 위에서의 전망은 가히 일품이다. 사방으로 어느 한 곳 막힌 곳이 없어 확 터진 것이 그 동안 마음속에 맺혔던 모든 것을 털어 버릴 수 있을 만큼 너그러워 진다. 남쪽으로 속리산 천황봉으로 내닫는 연봉들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고 서쪽의 금단산과 북서쪽의 낙영산, 동쪽으로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가 소리 없이 밀려온다. 정상이 코앞에 보인다.


돔형 바위 자체는 깊은 크랙(바위가 갈라진 곳)을 형성하고 있어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13시 30분 조금 내려오다가 바람을 막아주는 커다란 바위 옆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고 점심 식사를 한다. 20여분 동안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눈앞에 보이는 백덕산 정상으로 향한다.


14시 5분 길 막아선 암봉을 기어오르고 14시 15분 백악산(百岳山 858m) 정상에 도착한다.


백악산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북쪽 능선상의 한 봉우리로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해있다. 백악산은 백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백 개는 충분히 될 정도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다. 정상은 세 개의 바위가 각각 독특한 모습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20여m 길이의 기차바위, 의자처럼 생긴 의자바위, 개구리처럼 생긴 개구리바위가 그것이다. 속리산 문장대에서 관음봉-묘봉-상학봉-미남봉까지 이어지는 서북릉이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것처럼 길게 뻗어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 같다.


14시 30분 험한 암능을 밧줄을 타고 내리면 앞이 탁 트인 조망이 좋은 바위에 닿는다. 이곳에서 서북능을 다시 한 번 감상할 수 있다.


암능과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한다. 15시 정각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은 넓은 공간과 전망바위가 있어 휴식을 취하면서 속리산 서북릉을 감상하기에 아주 멋진 장소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이곳부터는 급경사 험한 내림길로 중간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15시 20분 능선길이 계속 이어지고 한적한 소나무 오솔길을 지나 급하게 내림길로 접어든다. 16시 40분 멀리 산 아래에 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암봉 위에서 졸고 있는 까마귀 한 쌍이 눈에 들어온다.


간간이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상쾌하다. 온 몸 가득 햇살이 퍼진다.


16시 30분 계속된 계곡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오면 석문사에 닿게 된다. 석문사는 최근에 건립한 사찰로 고풍스런 멋은 없으나 극락보전이 석양에 물들어 산사의 멋을 더해준다.


석문사 앞 계곡 건너 50m 거리에 처마지붕처럼 튀어나온 바위 아래로 석굴이 보인다. 일명 보굴이라 불리는 이곳은 조선시대 수양대군의 딸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아버지의 음모를 눈치채고 충신들에게 고했다가 쫓겨나서 숨어살던 곳으로 유명하다. 보굴에는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원수지간이었던 남녀가 서로 원수임을 모르고 유모와 함께 살다가 혼인하여 원수를 사랑으로 승화시킨 굴이라고 해서 보굴이라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지금은 그 자리에 좌불상이 있다.


16시 35분 석문사를 벗어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바위 밑으로 물줄기를 흘리며 동면 중인 묘하게 생긴 폭포가 나온다. 옥량폭포이다.


발길을 재촉한다. 16시 45분 32번 국도와 만나고 옥양교에 이르게 되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어김없이 권사장님과 총무님이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산행에 지친 산꾼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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