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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일지

고루포기산

2004년 1월 18일 (일)

태백산맥은 원래 없었다. 노령산맥이니 소백산맥 같은 이름은 일제시대 나왔다. 마치 창씨개명처럼. 1900년대 초 일본의 지리학자 고토분지로가 한국의 광물자원을 조사하면서 만든 ‘산맥’개념의 지도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지리 교과서에 실려있다.

백두대간의 이름을 되찾은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산악인이었던 고 이우형씨가 80년대 중반 일제시대 나온 산경표 영인본을 발견, 우리나라 산맥의 개념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영인본에는 우리 산을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나누고 있지만 최근 규장각에서 진본이 발견돼 1대간, 2정간(장백정간, 낙남정간), 12정맥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두대간 체계는 18세기 초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 ‘산경표’ 외에도 여암 신경준의 ‘산수고’나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백두대간의 개념이 포함돼 있다.

백두대간 산행이 주목받게 된 것은 88년. 대학생 49명이 15개 팀으로 나뉘어 구간별 종주를 한 것을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어 90년 여성산악인 남난희씨와 시인 권경업씨가 등산전문지 ‘사람과 산’에 백두대간 종주기를 연재하면서 대간 산행 바람을 일으켰다. 93년 광주의 소아과 의사인 조석필씨가 ‘산경표를 위하여’란 책을 통해 백두대간의 개념을 쉽게 풀이한 것도 백두대간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산행안내단체인 거인산악회가 대간을 42개 코스로 나눠 무박2일 대간 산행을 시작하면서 일반인들도 종주에 나서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에서>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삽당령 구간(22㎞)에 능경봉과 고루포기산. 그곳에 오랜만에 폭설이 내려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한다하여 눈꽃 산행을 떠난다.

7시 25분 대전요금소로 진입한 소월산악회 버스는 전조등 불빛으로 어두움을 밀어내며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산악회 회장님의 인사와 간단한 산행 개념도 설명이 끝나고 불꺼진 차안은 고요하다. 8시 10분 중부고속도로 음성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20분간 정차하고 다시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빠져 힘차게 달린다.

9시 30분 횡성(소사)휴게소 앞에서 승용차가 전소되어 약간 정체된다. 차창 밖으로는 환상적인 눈꽃 세상이 펼쳐지고 차안은 스패츠를 착용하면서 벌써 산행준비가 한창이다. 

9시 55분 평창휴게소에서 10분간 정차한 후 10시 25분 횡계요금소로 빠져나가 10분 후 풍력발전기 한 대가 서 있는 대관령 남쪽 옛 하행선 주차장에 도착한다.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찾는 등산객뿐 아니라 대관령 북쪽 선자령을 찾는 등산객들로 휴게소 일대가 관광버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터널이 뚫리고 난 후로는 황량하기만 한 휴게소가 주말에는 북적대며 그 황량함을 벗어난다고 한다. 온통 세상은 하얀 물감으로 색칠해 있다. 하얀 설원을 이룬 풍경 때문에 이국적인 기분에 휩싸인다. 

산행코스 : 대관령(832m)-제왕산갈림길-능경봉(1123m)-횡계현(제1쉼터/대관령터널)-대관령 전망대-오목골 갈림삼거리-고루포기산(1238m)-오목골 갈림삼거리-오목골-횡계5리 마을회관

능경봉(1123m)과 고루포기산(1238m)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과 강릉시 왕산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능경봉은 대관령 남쪽 1.8km에, 그리고 고루포기산은 능경봉에서 다시 서남쪽으로 4.1km에 위치해 있는데 최근 들어 백두대간이 인기를 끌면서 찾는 이의 발걸음이 잦아진 산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쌓이는 대관령 일대이기 때문에 이웃한 선자령(1168)과 더불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10시 35분 산행준비를 마치고 영동고속도로 준공기념비(해발865m)가 우뚝 서 있는 긴 계단을 올라간다. 

기념비 오른쪽 옆으로 능경봉 등산로 초입과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능경봉 1.8km 제왕산 2.7km 이정표도 보인다. 
 
안내판 왼쪽 옆으로 접어들어 능선길을 500m 정도 걸어가면 임도와 산불감시초소를 만난다. 임도를 따라가면 제왕산 능선이며 능경봉 등산로는 초소 바로 옆 숲 속으로 나 있다. 10시 50분 초소 바로 옆 샘터는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숲 속으로 접어들며 바람은 숨을 죽인다. 러셀이 아주 잘 되어 있어 걷기에는 오히려 맨땅 걷는 것보다도 편하다. 

길은 점점 경사를 더해가며 숨을 거칠게 한다. 
 
눈꽃 핀 참나무 숲길을 오르면 가파른 경사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고 끝나면 능선길이 이어진다. 

11시 10분 묘지가 있는 안부에 도착하여 가빠진 숨을 고르고 5분 후에 헬기장 안부를 지나 곧바로 능경봉 정상(해발 1123m)에 도착한다. 주위가 숲에 가려진 작은 공터로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긴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아이젠을 착용한다. 10분쯤 내려서자 '행운의 돌탑'이 길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12시 5분 산죽나무 오솔길에 횡계 4km 이정표가 보이고 5분 정도 오름길 후에 2-3분 내리막길이 끝나면 횡계치에 닿는다. 제1쉼터 안부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는 샘터(100m) 왕산골(700m) 직진하면 전망대(1.4km) 이정표가 서 있다. 

12시 25분 횡계 3km 이정표를 지나고 5분 정도 걸으면 고루포기산 1.4km 이정표가 보인다. 경사가 가파른 오름길을 거친 숨 토해내며 한 발 한 발 설경 속으로 빠져든다. 
 
13시 10분 가장 전망이 좋다는 대관령 전망대에 도착하지만 눈꽃 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고루포기산 1km 이정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눈꽃과 상고대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평지 같은 평평한 길을 빠르게 걸어 10분 후 제2쉼터에 도착한다. 갈림길이다. 고루포기산 0.6km 오른쪽으로 오목골 1.6km 이정표가 서 있다. 서울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이 오목골을 향해 하산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상으로 향한다. 
 
송전탑을 지나 둔덕을 100m 오르자 선두에 나선 권대장님이 정상을 밟고 내려온다.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자 지친 발걸음 쉬어 가라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 철제 의자가 보이고 13시 25분 왕산 고루포기산(1238m) 정상에 도착한다. 고로쇠나무가 많이 서식하여 붙은 이름인데 고루포기와 고로쇠나무는 같은 의미라고 한다.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 조망이 막힘이 없고 시원하다. 제2쉼터까지는 2km. 다녀와야 할지 망설여진다. 백두대간 종주팀을 따라 올 때 밟아 보기로 하고 기념 사진 한 장을 찍고 다시 되돌아 제 2쉼터로 향한다. 

12시 35분 제2쉼터에 도착하니 산악회장님이 하산길에 표시기를 붙인다. 오목골 갈림길로 접어들어 500m쯤 능선을 따라가면 매우 급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밧줄이 매어져 있어도 엄청난 급경사여서 매우 위험하다.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산악대장님이 힘겹게 내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뒤따라 내린다. 오목폭포도 있어 제법 계곡미를 갖춘 오목골은 눈 쌓인 지금 동면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물 흐르는 소리도 나지 않는다. 14시 15분 계곡 바닥에 내려서 얼어붙은 계류를 건넌다. 목장 철조망을 지나자 커다란 능경봉 안내판이 보인다. 

험한 산길이 끝나고 눈 덮인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걸어 전략촌으로 향한다. 벌판을 지나는 동안 볼을 할퀴고 지나가는 바람이 매섭다. 

대간의 장쾌함과 함께 설경을 만끽할 수 있었던 산행은 14시 30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횡계 5리 마을회관 앞에 이르게 됨으로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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