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8(일) 서해랑길 101구간 조각(7.8km) : 능내리 마을회관-(2km)-정제두 묘-(2.4km)-건평항-(3.4km)-외포항

2주 전, 발걸음을 멈추었던 능내리 마을회관 앞에 다시 섰다. 익숙한 풍경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단체 기념 사진을 남긴 후 신발 끈을 조여 매며 서해랑길 101코스의 남은 여정을 이어 간다.

능안마을을 지키는 수령 200년 된 느티나무(큰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서 있는 마을 길의 아기자기한 골목을 지나 진강산 임도로 접어든다.

만개한 무궁화꽃이 화사하다.

푸른 나무들이 만들어 준 그늘이 참 아늑한 숲길이 이어진다.


호젓한 숲길을 돌고 돌아 갈멜산 강화금식기도원 앞으로 내려선다.


몇 걸음 옮기자 하곡 정제두(1649~1736) 선생의 묘소다. 조선 영조 시대, 벼슬을 포기하고 학문에 전념하여, 주자학의 절대화 속에서도 시대를 고뇌하고 마음의 참된 앎을 추구하며 강화학파를 이룩한 학자의 숨결이 머물고 있다.


묘 앞에는 아버지 정상징과 그의 어머니 한산 이씨의 합장묘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화남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도로에서 숲속으로 약 250m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영웅이 잠들어 있다. 고려 시대 거란의 침입을 물리친 김취려(1172~1234) 장군의 묘소다.

무더운 날씨에 갈 길은 멀고, 숲 깊은 곳까지 찾아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길가에 남겨둔 채 하우고개를 넘는다. '저녁 노을이 아름다워 쉬어가는 동네'라는 뜻을 가진 하일동(霞逸洞)의 큰 고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정제두 선생 숭모비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조용히 배웅해 준다.

이제 발걸음은 건평리로 들어선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를 때쯤 만난 하우약수터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마시는 냉막걸리 한 모금은 세상 그 어떤 음료보다 짜릿하다.

갈증을 달래고 걷다보니 마을회관처럼 깔끔하게 지어진 건물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반전 있게도 화장실이다. 깔끔하게 관리된 시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양지부락마을회관과 건평교회를 지나자, 이건창(1852~1898)묘소로 향하는 안내 화살표가 보인다.



'명미당'이라는 당호로도 잘 알려진 그는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문과에 급제한 불세출의 영재였다. 24세에 충청우도 암행어사로 활동하며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던 탐관오리를 척결했던 서슬 퍼런 기개의 소유자. 그러나 한말, 고종의 갑오개혁에 반대하며 끝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낙향해 지조를 지키다가 이곳에 묻혔다. 그 흔한 석등이나 비석 하나 없는 무덤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바다 내음이 짙어지며 해안서로가 시작된다.

눈앞이 탁 트이며 도착한 건평항. 멀리 좌측의 마니산과 우측의 석모도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다정하게 마주 보고 있다. 그 사이로 끝없이 뻗어 나가는 서해바다는 가뭇없이 아스라해 시선을 마냥 빼앗는다.



아름다운 포구 한 켠, 아담한 노상공원이 발길을 붙잡는다.


평생을 천상병 시인의 아내로, 또 그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살았던 목순옥 여사의 고향이 바로 이곳 강화도 건평리라고 한다. 그 인연으로 조성된 '귀천공원'에는 시인의 순수한 영혼을 닮은 시비들이 서 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의 이 걷기 여행도 결국은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소풍의 한 조각이겠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고 석모도를 바라보며 달콤한 점심 식사를 즐겼다. 부침개 안주삼아 냉막걸리를 곁들인 점심 도시락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식사를 마치고 건평리 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걷기 시작한다.

바다 건너 석모도의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노고산 자락의 해변 모퉁이를 돌아서자, 저 멀리 외포항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한때는 석모도를 오가는 카페리가 온종일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활기로 가득했을 선착장. 이제는 강화대교와 석모대교가 생겨 배들의 울림은 멈추었지만, 작은 어선들이 애잔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항구 초입에는 오랜 세월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퇴역한 '955 마산함'이 함상공원으로 거듭나 웅장한 모습으로 항구를 지키고 있다.


서해랑길 102코스 안내판이 늠름하게 서 있는 강화파출소 앞에 도착했다. 이곳이 101코스의 종점이다.

편의점에서 시원한 맥주 한 모금으로 더위와 갈증을 달래며 잠시 휴식을 하고 곧이어 102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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