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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서해랑길 99구간(가현산입구 동물 이동통로~대명항)

2026. 6. 14(일)  서해랑길 98~99구간(18.8km) 

송월교회 묘지-(3km)-가현산-(2km)-가현산 입구 동물이동통로 -(1.2km)-학운산-(4.2km)-수안산성-(4.6km)-승마산-(5.8km)-대명항

 

서해랑길 98구간 조각(5km) :송월교회 묘지-(3km)-가현산-(2km)-가현산 입구 동물이동통로

한 달 동안의 중앙아시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첫 일요일, 멈춰 서 있던 서해랑길 여정을 다시 이어 나갔다. 오랜만의 걸음이라 설레는 마음도 잠시, 이번 코스는 나에게 서해랑길의 새로운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이런 서해랑길은 없었다. 이것은 서해랑길인가, 고행길인가!"

98코스 마무리: 낮아도 매운 도심의 산, 세자봉과 가현산

송월교회 묘지에서 지난번 멈추었던 98코스의 잔여 구간인 세자봉과 가현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도심에 있는 산들은 늘 반전이 있다. 해발고도 숫자만 보고 가볍게 덤볐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중앙아시아 한 달 여행의 피로가 여전히 근육 깊숙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주한 오르막은 유독 가파르게 느껴졌다. 게다가 높은 습도 탓에 공기는 묵직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세자봉에 도착한다. '사이에 있는 봉우리'라는 뜻의 순우리말 '새지봉'이 시간이 흐르며 한자표기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음이 비슷하고 격식 있어 보이는 세자봉으로 정착되엇을가능성이 크다.

곳곳에서 군부대 시설물이 보인다.

묘각사 입구를 지나 가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다. 수량이 적어 한참을 기다려 차례가 온다.

다시 한남정맥길을 따라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른다.

가현산(歌山)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과 인천광역시 서구의 경계에 걸쳐 있는 해발 215.3m의 아담한 산이다. 이름은 노래가(歌)와 악기줄 현(絃)을 사용하여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부르는 산'이라는 낭만적인 뜻을 담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산의 전체적인형세가 코기리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상두산(象頭山)이라 불렀다.

높이는 낮지만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정상에 오르면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하는 김포의 대표적인 명산 중 하나다. 정상에 서서 내려다보는 도심과 자연의 경계는 언제나 묘한 성취감을 준다.

수애단(守愛壇)은 김포와 인천지역 주민들이 가현산을 사랑하고 잘 가꾸어 지키자는 결의를 담아 세운 제단이다.

일반적으로 곧은 소나무와 달리, 몸통이 구불구불하고 거칠게 휘어진 소나무들이  길 영옆으로 빼곡하다. 독특한 나무모양이 마법의 숲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현정을 지나 명상의 숲으로 향한다.

갑자기 서해랑길 99코스 표지판이 나타난다. 도로에서 하차하여 99코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표지판이지만, 98코스를 이어서 99코스를 걷는 사람들은 이 표지판을 보고 봉수대로쪽으로 내려서면 낭패다. 

 

서해랑길 99구간(13.8km) : 가현산 입구 동물이동통로-(1.2km)-학운산-(4.2km)-수안산성-(4.6km)-승마산-(3.8km)-대명항

99코스 시작: 가현산 동물이동통로에서 대명항으로

가현산 입구, 봉수대로 동물이동 생태통로(스무네미고개 생태통로) 위에 서해랑길 99코스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종착지인 대명항까지는 또 다른 인내를 요구하는 길이었다.

봉수대로 생태통로(스무네미고개 생태통로). 경기둘레길 김포 59코스와 서해랑길 99코스 시점과 종점

QR코드 인증과 개인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대명항을 향해 진행한다.

보리수 나무 열매

소나기 예보가 있어 내심 더위를 식혀줄 비를 기대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젖은 길을 걸을까 걱정도 했다. 결론적으로 걷는 동안 비는 한 방울도 오지 않았다. 햇볕을 가려준 흐린 하늘은 다행이었지만, 비가 올 듯 말 듯 머금은 극도의 습도는 온몸을 땀으로 절여지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코스를 살짝 벗어나 CU편의점까지 200m지만, 30m 떨어진 곳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있다. 냉장고 안에 시원한 생수와 얼음컵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갈증을 한 방에 날린다.

수안산 숲길을 따라 진행한다.

코스에서 왼쪽으로 살짝 비켜난 곳에 수안산 정상이 있다. 

수안산 정상은 과거 삼국시대 수안산성이 있던 전략적 요충지이자, 외세의 침략을 알리던 봉수대가 있던 자리다. 일제강점기와 군부대 주둔 등을 거치며 봉수대의 원래 모습이 훼손되자, 옛 선조들이 국경을 지키던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돌탑 2기를 세웠다.

수안산성 내부에 수안정(守安亭)이 자리잡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시야는 김포 한강신도시, 인천 계양산, 영종도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수안산은 예로부터 영험한 산으로 여겨져 정상 근처에 국태민안(나라의 평안)과 지역주민들의 풍년,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 제단이 있다.

계속 수안산 숲길을 따라 걷는다.

숲길을 벗어나 대명항으로 향하는 길은 농촌마을을 지나간다. 강화도로 향하는 관문인 대명항에 가까워질수록 다리는 무거워진다. 

상마리(신기마을) 입구에 CU편의점이 유혹한다.

도마토 농장에 들어갔는데 주인이 없어 그냥 나온다.

이제 대명항까지지 남은 거리는 5km.

승마산 입구로 들어선다.

승마산 정상은 서해랑길에서 약 300m, 전망대는 약 700m 벗어나 있다. 오늘은 패스하고 대명항 방향으로 향한다.

종점인 대명항까지는 3.5km

곳곳에 벙커가 보인다.

숲길을 나와 약암리로 들어선다. 그늘 한 점 없다.

한옥 스타일의 베이커리 카페 '약암리495'
카페 벤투로사. 카페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스카이워크와 미술관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마침내 대명항의 풍경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포 함상공원으로 들어선다. 상륙함을 활용한 수도권 최초의 함상 테마파크다.

지오데식 돔 원리를 활용하여 설계된 대형 구형 조형물은 여름철 음악분수로 운영되기도 한다.

운봉함(군함)은 휴관중이다.

야외광장에 퇴역 군사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함상공원 옆 도로변을 따라 인근 농가에서 가져온 마늘, 양파, 고추 같은 제철 농산물을 파는 노점상들이 길게 자리잡았다.

노점상 거리를 지나 대명항 쉼터 정자 옆에 서해랑길 100코스 안내판이 서 있다.  서해랑길 100코스 시작점이 있는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 쉼터는 김포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철책길) 시작점이기도 하다.

걷기를 마치며: 고행 끝에 마주한 성취감

중앙아시아의 여독, 가파른 산길, 그리고 비 오듯 흐르는 땀. 이번 걸음은 유독 힘들고 거칠었기에 '고행길'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런 힘겨움이야말로 도보 여행이 주는 진짜 묘미가 아닐까.

 

종점 인근 식당에서 시원한 물회냉면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랜다.

강렬했던 복귀전을 치렀으니, 이제 남은 서해랑길은 어떤 풍경으로 나를 맞이해 줄지 기대된다. 땀으로 온몸을 적셨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떤 때보다 가볍고 개운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