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12(일)
서해랑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자 행복인지, 그 길을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깊이 알 수 있다.
서해랑길 인천 94코스는 남동체육관에서 출발해 오봉산을 오르고, 논현포대 근린공원을 지나 선학역 3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약 12.6km다.

서해랑길 94코스 안내판은 남동체육관에서 약 300m정도 떨어진 장수천2교 건너편에 있다.

영동고속도로와 제2경인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는 만조때 소래갯골을 따라 들어온 바닷물로 길이 엉망진창이다. 왼편으로 펼쳐진 갯벌은 한때 소래염전이 자리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소금 수탈의 상징적인 공간이었고, 해방 이후에는 대규모 천일염 생산지로 역할을 이어갔다. 그러나 소금을 실어 나르던 수인선이 끊기고 생산성이 점차 떨어지면서, 1996년을 마지막으로 소금 생산은 완전히 중단되었다.

서해랑길 94코스는 인천 종주길이 함께 한다. 인천종주길은 인천 전역을 하나로 잇는 장거리 도보길로, 바다와 섬, 도심과 산길을 아우르며 인천의 다양한 풍경과 이야기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도록 조성된 '걷기 여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코스다.

메타세쿼이아길에는 개나리를 비롯해 조팝나무꽃 등 다양한 봄꽃들이 피어나 길을 걷는 이들을 따뜻하게 반긴다.

이곳은 이제서야 벚꽃이 만개다.

인천종주길은 소래포구와 같은 해안 지역, 문학산과 계양산 같은 산지 구간, 그리고 도시 속 공원과 녹지 축을 연결하는 길들이 포함되어 있어, 걷는 내내 풍경이 끊임없이 바뀌는 것이 큰 매력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는 개항기 유적지나 군사시설 흔적, 오래된 마을 등을 지나며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도로를 끼고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육교를 이용하여 영동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건넌다.



오봉 근린공원에 도착하니 만개한 벚꽃이 눈부시게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남동둘레길 안내판도 보인다. 남동둘레길은 인천 남동구 일대를 한 바퀴 잇는 순환형 트레킹 코스로,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길이다. 낮은 산과 공원, 마을길을 연결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그중 4코스인 희망이음길은 이름처럼 '사람과 사람, 마을과 자연을 잇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숲길과 주거지 주변 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다시 서해랑길을 이어간다.

곧바로 오봉산을 오른다.


인천 오봉산은 남동구와 연수구 경계에 자리한 낮은 산으로, 부담 없이 오르기 좋은 도심 속 산책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와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산길을 물들이며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1봉을 향해 나무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오른다.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1봉은 쉼터 정자가 있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지고, 햇살이 적당히 머무는 자리에 하나둘 배낭을 내려놓으며 작은 쉼표 같은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그렇게 길 위에서 나눈 짧은 점심 한 끼는, 발걸음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따뜻한 장면으로 마음에 쌓여간다.

2봉, 3봉, 4봉을 차례로 오른다. 고도의 차이가 없어 어렵지 않게 오른다.








5봉은 서해랑길에서 100m 정도 벗어나 있다. 선두만 5봉으로 향하고 나머지 일행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듬배산으로 향한다.


듬배산 정상도 서해랑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산을 내려가는 길은 맨발로 걷기 좋은 황톳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을 내려와 논현동 주택가를 걷는다.

육교를 건넌다.

탐스럽게 피어난 목련은 하얀 꽃잎을 소담하게 펼치며 봄빛을 머금고, 은은한 향기로 주변 공기까지 부드럽게 물들인다.

엄천난 규모의 하나비전교회가 눈길을 끈다.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모두 하나"라는 의미에서 '하나비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논현포대 근린공원에 닿는다. 한때 해안을 지키던 논현포대가 자리했던 곳이 지금은 시민들의 쉼터로 바뀌어, 시간의 흐름을 조용히 느끼게 한다.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발걸음 하나하나가 쌓여 만들어낸 여정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분주했던 일상은 잠시 뒤로 물러나고, 논현포대 근린공원은 길 위에서 만난 또 하나의 여유로운 쉼표가 되어, 다음 걸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준다.


남동공단의 공장지대를 지나면 풍경은 서서히 부드러워지며, 어느새 승기천공원의 물길과 마주한다. 도심 속을 흐르는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걷는 발걸음에도 자연스레 리듬이 생긴다.


승기천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여유를 되찾은 생태 하천으로, 걷는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변화를 선물하는 길이다.

승기천교에서 보는 수인선 협궤철교는 일제강점기 1937년에 수원과 인천 구간에 놓인 협궤철도로 현재 표준궤(1432mm)의 절반인 협궤(762mm)였다. 수려선과 함께 여주 이천에서 생산되는 쌀을 인천항으로 실어나르기 위한 철도인데, 해방후에도 계속 운행되다가 1995년에 최종 중단되었다.


이어서 길은 원인재로 향한다. 인천 이씨 중시조 이허겸을 기리는 조선시대 사당 원인재는 본래 지방 유림이 학문을 연구하고 선현에 제향하기 위해 세운 건물로, 조선 후기 유교 교육기관의 성격을 지닌다. '원인(原仁)'은 인(仁)의 근본을 탐구한다는 의미로, 유학의 기본 덕목을 상징한다.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문은 닫혀있고 안은 사람들이 분주하다.


승기천을 따라 걷는다. 연수둘레길이기도 하다.



명자나무꽃(산당화)은 붉은 빛을 머금은 채 조용히 피어나, 봄의 한가운데서 작은 불씨처럼 마음을 데운다. 앙증맞은 꽃잎 하나하나에 스며든 따뜻함이 스치는 바람에도 은근한 설렘으로 번져간다.

연수둘레길은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산책길로, 공원과 하천, 마을을 잇는 완만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여유와 계절의 변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서해랑길 94코스는 선학역 3번 출구 앞에서 여정을 마치고 마무리된다. 발걸음은 멈추지만, 걸어온 길의 풍경과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 철망 위로 매콤한 양념 향이 퍼지고, 뒤풀이 자리는 점점 더 뜨거워진다. 고기를 뒤집으며 웃음이 오가고, 잔을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사람들의 얼굴엔 배부른 만족감과 여운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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