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1일(목)
푸노-(전용버스)-데사구아데로-페루출국-볼리비아입국-(전용버스)-라파스-시티투어-숙소
5시 20분 알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다. 아침이 바쁘다.
간밤에 두통으로 힘들었다. 고소약과 타이레놀을 먹었는데도 증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룸메이트의 끙끙 앓은 소리와 악몽을 꾸는 지 비명을 지르고 심한 코고는 소리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5시 30분 조식을 먹는둥 마는둥한다.
6시 20분 호텔을 출발한다. 버스안이 시끌시끌하다. 쿠스코에서 저녁에 갔던 한식당의 김치찌개와 삼겹살이 너무 맛있었다고 여기저기 이구동성 칭찬이 자자하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버스를 타고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까지 이동한다. 멀미가 날 지경이다.
주변 풍광은 정리되지 않은 거칠은 느낌이다. 도로 공사중으로 차가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왼쪽 차장으로 티티카카 호수가 펼쳐진다. 파란하늘과 흰구름이 너무 예뻐 감탄을 자아낸다.
10시. 보통은 코파카나바(copacanaba)에서 국경을 넘지만 통통배도 타야하고 전용버스로 이동하는 단체 여행객들은 조금은 번거롭다.
그래서 페루와 볼리비아가 육로로 만나는 국경 도시 데사구아데로(Desaguadero)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끝내고, 바로 앞 환전상에서 20달러(1달러=7볼, 1볼=185원 정도)를 환전한다. 페루 돈 '솔(sol)'도 볼리비아 돈 '볼(bol)'로 환전이 가능하다.
‘자유무역’이 성행하는 국경마을 데사구아데로 에서는 볼리비아 농산물과 페루 공산품이 무관세로 거래된다고 한다. 그래서 상인들이 많다.
캐리어를 끌고 걸어서 볼리비아 국경 바리게이트를 넘는다. 페루와 볼리비아는 시차가 +1시간. 볼리비아는 한국과 시차가 -13시간.
11시 30분. 볼리비아 국경에서 입국 수속을 완료한다. 복잡하지는 않다. 기온은 15도. 햇살은 따갑고 그늘은 시원하다.
일찍 수속을 끝내고 일행들이 수속을 하는 동안 파라솔 노점에서 시원한 수박바나나 화채(5볼, 약1천원)를 사서 먹으니 갈증이 해소된다.
여기서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스까지는 112km 이다.
곧바로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 시티투어(요금 20달러)가 시작된다. 가이드(애드윈)가 생수 한병씩을 서비스한다.
해발 고도는 3850m로 우유니(해발고도 3600m) 보다도 높은 티티카카 호수의 면적은 충청남도 정도로 60%는 페루, 40%는 볼리비아다.
밀수와 마약을 단속하는 검문소를 통과한다. 여군이 버스에 올라와 형식적으로 차안을 빙 둘러보고 통과시킨다.
어느 순간부터 티티카카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티베트 고원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한 알티플라노 고원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주위의 안데스 산맥은 남아메리카 서부 해안의 최북부부터 최남부까지 드리워져 있는 남미의 척추 같은 기다란 산맥이다. 그 길이가 약 7,000km로 지구상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티와나쿠(Tiwanaku)에 도착한다.
타와나쿠 문명은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으로 2000년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현재 발굴 작업이 진행중이다.
타와나쿠는 남부 안데스 일대의 넓은 지역을 지배했던 왕국의 수도였다. 500년~900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으며 이곳의 유물은 당시의 문화적, 정치적 발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스페인 정복 이전 시기에 아메리카 대륙에 있었던 어떤 다른 제국들의 문명보다도 티와나쿠 문명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다고 한다.
스페인 정복 이후 스페인 사람들이 티와나쿠를 채석장처럼 써서 수만톤에 달하는 석재를 티와나쿠에서 빼갔기 때문에 황폐해졌다고 한다. 차창으로 18m 높이의 무너진 피라미드 아카파나(Akapana)가 보인다.
12시 20분 티와나쿠 유적지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가 제공된다. 요금은 라파스 시티투어에 포함되어 있다.
퀴노아 스프와 맛있는 식전빵이 먼저 테이블에 서비스 되고 나머지는 뷔페식이다. 메인메뉴는 각자 미리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메인 메뉴는 비프스테이크이다. 감자튀김과 파스타, 야채샐러드 등 훌륭하다. 맛있게 배를 든든히 채운다.
1시간 정도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오니 파란 하늘의 구름이 환상적이다.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한다. 멀리 안데스의 설산들이 멀리 보이고, 볼리비아에서 2번째로 높은 힐리마니(6460m)도 위용을 자랑한다.
볼리비아는 원래 잉카제국의 영토였으나 1535년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1825년에 독립하였다.
볼리비아라는 이름은 '볼리바르의 나라'라는 뜻으로 독립영웅 볼리바르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볼리비아의 헌법상 수도는 수크레이고, 라파스는 행정수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다.
라파스는 1548년 계획되어 알티플라노 고원 약 3600m 고지대에 건설된 도시다. 볼리비아의 행정수도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티티카카호에서 흘러내리는 라파스강 주변 분지에 시가지가 발달되었으며 순수한 인디오가 주민의 반을 차지한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천연자원이 가장 풍부한 나라이면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독립이후 반복된 군사구테타로 정부가 200번 가까이 바뀌었고 어느해에는 1만%의 물가 인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어느 대통령은 6일만에 하야하기도 했단다. '평화'를 뜻하는 라파스는 볼리비아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이름이다.
한참을 달려 마침내 라파스의 엘알토에 도착했다. 엘알토는 이 도시의 가장 높은 지역으로 해발 3600m에 자리잡은 중심가로 부터 약 700m 이상 높은 곳이다. 해발 6460m의 설산 일리마니 골짜기 아래로 형성된 라파스는 움푹파인 웅덩이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교통 수단이 '텔레페리꼬(Teleferico)' 다.
볼리비아만의 독특한 교통수단인 텔레페리코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La Paz)와 라파스의 위성도시 엘 알토(El Alto)를 잇는 케이블카이다.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출신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볼리비아 대통령이었던 에보 모랄레스다. 그는 체 게바라의 뜻을 잇겠다는 공약으로 원주민 출신으로 처음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케이블카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도입한 발상의 전환이다.
인구 200만 명의 라파스는 분지여서 안데스산맥에 비가 오면 라파스로 흘러들어 지하철을 건설할 수 없어 대안으로 건설한 것인데 호응이 좋다고 한다. 모랄레스는 4선 연임을 위한 선거에서 부정을 저질렀다가 국민의 저항에 부디쳐 2019년 맥시코로 망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광용으로 익숙한 텔레페리꼬는 볼리비아에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민의 발’로, 관광객들에게는 라파스 특유의 지형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관광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오스트리아의 기술력으로 3개 노선으로 개통하여 향후 11개 노선 총 33.8km까지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1회 이용료는 3볼. 하루 약 40만명이 이용한다고 한다.
지하철 처럼 환승도 가능한데 퍼플라인은 2.3km의 길이에 타워와 스테이션이 해발 3640m~4000m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높은 케이블카라고 한다.
라파스는 아래쪽에는 부유층이 거주하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빈민들이 산다. 가난할수록 천국과 가깝다는 말은 이도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라파스의 인구 200만명 가운데 90만명이 고지대 거주하는 빈민들이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의 모습에서 가나한 사람들의 고단함이 느껴졌다.(김남희의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문학동네) 중에서 발췌
블루라인, 실버라인, 옐로우라인 3개 노선 11km를 갈아타고 공중에서 라파스 전경을 감상한다. 부자들이 현대적인 고층 건물을 짓고 부를 과시하기 위해 건물 전면에 장식한 마블 영화에 나오는 영웅의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도시 전체에 커다란 시장이 펼쳐져 장관이다. 멀리 달의 계곡도 보인다.
마리사 마을의 달의계곡을 찾아간다. 시내에서 30~40분 거리인 이곳은 원래 인디오들이 영혼의 계곡이라 불렀다. 달에 첫발자국을 남겼다는 닐 암스트롱이 이곳을 방문한 뒤 이곳 지형이 마치 달의 계곡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여기는 수만개의 흙기둥이 기암괴석처럼 서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다음 코스는 달의 광장을 지나 주술 용품을 파는 마녀시장 (Calle Sagàrnaga)을 둘러본다. 마녀시장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초, 부적 등을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팔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으로, 새 집을 지을 때 땅에 묻으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에 살아있는 라마새끼를 말려서 제물로 바친다고 한다.
무리요광장은 주변이 너무 복잡하고 늦은 시간이라 차로 빙빙 돌면서 차창으로 관광한다.
무리요 광장(Plaza de Murillo)은 라파스의 가장 중심으로, 애초에는 스페인 식민지하의 여느 도시처럼 아르마스 광장으로 불렸다. 스페인에 대항하여 독립투쟁을 하다가 이 광장에서 교수형을 당한 페드로 도밍고 무리요를 추모하기 위하여 이름을 이렇게 바꾼것이다.
광장의 중심에는 무리요 동상이 서 있고, 북쪽에는 대통령궁, 동쪽에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1946년 이곳에서 처형당한 후 가로등에 매달린 갈베르토 비야로엘 대통령의 흉상도 있다.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버스는 낄리낄리 전망대로 올라간다. 낄리낄리는 인디언어로 팰리칸이라는 의미란다.
20시 숙소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한다. 숙소에서 산프란스코 광장이 지척이다. 이 광장에는 이 도시와 역사를 함께 한 산프란시스코 성당이 있다.
곧바로 방에 올라가 컵라면과 팬케이크 그리고 포도로 저녁식사를 한 다음 샤워를 하고 캐리어를 정리한 후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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