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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5-6구간(21km 장포 노인회관~용장성)

일시 : 2022년 9월 25일(일)

5구간(6.5 km 장포노인회관 ~ 녹진관광단지)

 

추석 연휴로 한 달 만에 다시 이어가는 서해랑 길이다.

 

7시 진잠체육관 앞에서 마지막 동행을 태운다. 계절 탓인지 아니면 진도라는 섬의 매력 때문인지 오랜만에 버스가 만원이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30분 정도 달려 730분에 여산 휴게소에 멈추고, 주차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메뉴는 찰밥에 뜨끈한 된장국 그리고 김. 단출하게 소박하지만 정말 맛있는 아침 식사다. 준비하느라 수고한 손길에 고마움을 느낀다.

 

8시에 다시 출발한 버스는 남쪽을 향해 계속 달려간다. 버스 이동시간이 조금 짧아졌다. 1040. 지난번 트레킹을 멈춘 장포마을회관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출발 전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삼삼오오 트레킹을 시작한다.

트레킹하기 좋은 날씨다. 무언지 모르게 짓누르던 일상의 묵직한 압박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마음이 편하니 몸도 가볍다.

 

지난번 배추를 심기 위해 비닐 작업하던 땅은 온통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수놓고 스프링클러에서 연신 뿌리는 물줄기가 나그네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해남의 겨울 배추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문내면·황산면·화원면 등 화원반도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덕분에 해풍을 먹고 자라 식감이 좋고 미네랄이 풍부하며 달콤하고 고소한 향으로 유명하다. 언젠가 학동마을의 배추밭을 소재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3(KBS-1TV)’을 시청한 기억이 떠오른다.

 

학동마을 고개를 넘자 바닷가에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나타나고 그 끝에 잘 가꾸어진 공원이 있다. ‘명량대첩공원은 이순신장군이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막아 나라를 구한 명량대첩의 현장에 조성된 기념공원이다.

이색대첩비를 출발해 전망대를 거친 다음 해전사 기념전시관까지 약1KM구간에 산책로를 만들어놓았다.

서해랑트레킹은 진도대교를 건너야 한다. 

 

우수영 관광지 앞 길 건너편에 이곳 명물인 고구마빵을 파는 가게가 유혹한다. 그 지역 명물 먹거리를 사먹는 재미도 트레킹에서 누리는 솔솔한 재미일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보탬도 된다.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용진이가 잽싸게 길을 건너 고구마빵 1상자를 사온다. 고구마빵 4개와 감자빵 2개 구성 1상자 가격은 1만원. 

출출하던 차에 탄수화물이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다. 맛있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성지인 울돌목의 물살을 굽어보며 진도대교를 건넌다. 
진도대교는 해남과 진도를 연결하는 쌍둥이 다리로, 다리 북단(해남) ‘우수영국민관광지’, 남단(진도)에는 ‘녹진국민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다. 남쪽 끝단에 진도의 명물 중 하나인 진도개 암수 한쌍의 동상이 늠름한 자태로 대교를 지키고 있다.

 

진도대교를 건너 녹진관광단지에서 서해랑길 5구간은 끝이난다.

6구간(14.5 km 녹진관광단지 ~ 용장성)

진도(珍島)는 제주도, 거제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글자 그대로 보배 섬이다. 진돗개가 있고 진도 씻김굿이 있고 진도 홍주가 있다. 그런 진도에 가면 세 가지를 자랑하지 말라고 한다. 글씨(), 그림(), 그리고 노래(民謠)가 그것이다. 글과 그림은 조선 후기의 대표 화가 소치 허련 선생이 말년을 보냈다는 운림산방이 있기에, 노래는 진도아리랑이 있고 강강술래의 고향이기에 그렇다. 진도는 1년 농사로 3년을 먹고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경지가 많고, 물산이 풍부한 곳이다.

 

서해랑길 6구간은 진도 녹진관광단지에서 시작하여 벽파항을 거쳐 용장성에 이르는 14.5km로 진도군 첫 코스다.

 

녹진 관광지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승전지인 울돌목이 있는 호국의 성지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진도군의 랜드마크이다진도타워와 충무공벽파진전첩비 그리고 대몽항쟁충혼탑이 서 있는 용장성 등의 볼거리들이 트레킹의 재미를 더해 준다.

 

왼쪽 오르막길을 오르면 진도 타워를 만난다. 진도대교와 울돌목 앞바다를 지키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눈에 들어온다.

 

강강술래 터로 내려서는 길은 약간 가파르다. 무궁화 동산을 지나면서 길가에 떨어진 알밤을 주워 까먹느라 걸음을 잠시 멈춘다. 드넓은 갯벌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진도 일주도로 120KM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걸음. 발길 닿는 대로, 쉬어가고 싶은 대로 얽매이지 않는 걸음을 이어간다어쩌면 이 시간은 나에게 가장 편안한 휴식 시간이다.

 

둔전 해안방조제 중간쯤에 털썩 주저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는다. 혼자라면 쉽지 않은 방조제 위 점심 식사지만 동행한 친구들이 있어 마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방금 지나온 진도 타워가 가깝게 눈에 들어오고 멀리 다음 구간에 지나게 될 진도 최고봉 첨찰산(尖察山)의 모습도 보인다.

 

둔전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벽파항으로 향한다. 

진도군 고군면 벽파리 소재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는 정유재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명량해전 승첩을 기념하면서 진도 출신 참전 순절자들을 기록한 비다. 진첩비 아래쪽에 있는 벽파정은 고려 희종3년(1207년) 내왕하는 관리와 사신들을 맞이하고 배웅하기 위해 설립한 정자로 2016년에 새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황금 들녘이 바람결에 여물어 간다. 농사는 하늘이 도와줘야 풍년이 든다고 한다그리고 벼는 농부의 발걸음을 듣고 자란다고 한다. 부지런한 농부가 키운 벼가 더 잘 자란다는 뜻이다.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부들이 매년 그 계절 그때 그 시간이 되면 그 일을 무던히 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한결같음.

 

연동마을에서 선황산을 거쳐 용장성에 이르는 약 3KM 길은 삼별초호국역사 탐방길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선황산으로 오르는 길은 트레킹코스로는 약간 힘든 오르막이다. 걸어온 시간들의 피곤이 쌓인 탓에 걸음이 느려진다.

 

선황산 성황당산성터에서 1KM 정도 내려서자 저수지(용장제) 근처에 배중손 장군상, 삼별초 고려항몽 충혼탑, 용장사, 진도용장성산성지 등의 유적지가 조성되어 있다. 용장성은 고려 원종 때 몽골군의 침입을 받아 강화조약을 맺고 개경으로 환도하자, 그에 반대한 배중손 장군이 이끌던 삼별초가 진도를 근거지로 몽골군에 항전했던 성이다.

 

오후 3시 40분. 용장성 주차장에서 약 5시간의 서해랑길 5-6구간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讀萬券書不如行千里路(독만권서 불여 행천리로) 만권의 독서보다 천리 길의 여행이 낫다.

만권의 책을 읽어서 습득하는 것보다 직접 한번 떠나는 여행에서 얻는 것이 더 크다는 뜻의 중국 고사가 떠오른다.

 

이순신장군의 명량대첩과 삼별초의 대몽항쟁 등 역사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으로 유익했던 트레킹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