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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3구간(15km 영터 버스정류장~산소 버스정류장)

2022년 7월24일(일)

 

걷기에 대한 예찬론이 많다.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걷기에 필요한 여가와 자유와 독립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근세 유럽 지식인들은 이런 어구를 동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걷기 여행을 하면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른바 소확행이다. 여기에 걷기운동은 근력을 증가시키고 혈압을 정상적으로 유지시킨다고 한다.

간밤에 비가 엄청 내리더니 아침이 되자 그쳤다.  근 한달만에 다시 서해랑길을 걷기 위해 해남으로 향한다. 휴가철이라서인지 참석 인원이 적다. 
 
8시. 여산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기위해 정차한다. 따뜻한 된장국에 찰밥을 말아 김과 함께 먹는 조촐한 아침이지만 꿀맛이다. 광주를 지나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한다. 영암을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스치는 월출산이 웅장하다. 해남으로 들어서자 다행히 비가 그쳤다.
 

누구는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맛집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아스팔트와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기 위해 그 먼 땅끝까지 여러 차례 간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안 해 본 사람은 모른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보지 않은 사람은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500회, 1000회 완주를 하고, 밤새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는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하고, 308km, 537km, 622km의 국토 횡단, 종단 마라톤을 하는지 그 이유를 사람들을 모른다. 난 그저 내가 태어나고 육십평생을 살아온 내 조국의 한 번도 걷지 못한 땅을 밟아보고 싶을 뿐이다.

11시.  서해랑길 2구간 종점이자 3구간 시작점인 영터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표지판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이번 구간에는 동갑내기 마라톤 친구들 4명이 함께 했다. 복잡한 일상에서 가져온 삶의 피로는 모두 벗어던지고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과 함께 걷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잔뜩 화난 하늘의 가득한 먹구름 덕분에 뜨겁지 않아서 걷기엔 더없이 좋다. 바닷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오랫만에 바닷길을 걷는 친구들은 싱글벙글이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숲길을 걷고 제방길을 걷고 돌길을 걷고 아기자기한 마을 길을 걷고 논길과 밭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한다. 3시간 30분 소요. 친구들과 동행해서 즐겁고 편안한 길이었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풀고 귀갓길에 오르면서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채 행복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그저 감사하다.
 

처음 본 고마구마 꽃. 언뜻보면 나팔꽃이다.

역시 처음 본 동백열매. 익으면 벌어져 안의 씨앗으로 동백기름을 짠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