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해랑길

2구간(18km 송지면사무소~영터버스정류장)

2022년 6월 26일(일)

 

2주 만에 서해랑길 2구간 트레킹을 위해 다시 먼 길을 간다.

1구간 종점이자 2구간 시점인 송지면사무소까지는 대전에서 버스로 4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그래서인지 1구간 스타트를 함께 했던 몇 분은 버스 타는 것이 힘들어 목포에 올 때까지 트레킹 동참을 멈춘다고 한다.

한반도 육지의 가장 마지막 땅을 품고 있는 해남은 땅끝이라는 어감이 주는 뭔가 모르는 그리움이 베여 있는 동경의 땅이다.

여산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위해 30분 정도 정차했던 버스는 남쪽을 향해 달린다. 작은 빗방울이 차장을 간간이 때리다 멈추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오늘 일기예보 상으로는 한차례 소나기가 예상된다.

송지면사무소 앞 서해랑 1-2구간 안내판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출발하여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어느 무리는 빠르게 또 누구는 여유롭고 느긋하게 각자의 스타일대로 걷는다.

중간에 식당도 작은 구멍가게도 없다.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들녘과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한적한 제방길을 유유자적 걷는다.

나는 그저 걷기 위해 이 여행을 온 것이다. 그 목적에 맞게 아무런 생각 없이 걷고 또 걷는다. 머릿속 잡생각이 비워지고 마음속 무언가 모르는 답답함의 찌꺼기가 사라지는 듯하다.

길가 곳곳에 동네 분들과 나그네들의 쉼을 위한 정자들이 보이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시도 앉지 않고 배고픔은 떡과 두유와 커피로 달래며 그저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오랫동안 빨라서도 느려서도 그리고 도중에 멈춰서도 안되는 마라톤 페이스메이커를 한 버릇 때문인지 앉아서 쉬는 것이 잘 안 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혼자 걷다 보니 선두 그룹이다. 곳곳에 펄럭이는 서해랑길 리본과 이정표를 길동무 삼아 걷다 보니 어느덧 종점에 도착한다.

오늘 도보여행은 날씨가 큰 몫을 했다. 해가 없는 잔뜩 찌푸린 하늘과 등 뒤에서 솔솔 부는 바람이 걷기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2구간 종점인 영터 버스정류장 뒤 정자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끝내고 버스에 오르자 기분 좋은 피곤이 밀려온다. 행복하다.

버스가 백양사 휴게소에 잠시 정차할 때까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토막잠에 빠져든다.

 

@관동방조제 수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