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10년 12월 5일(일)
산행코스 : 통점재-고라산-가사령-709.1봉(성법령삼거리)-사관령-배실재-침곡산-서당골재-산불감시탑-억재-한티재
동행 : 귀연산우회 20명
거리 및 소요시간 : 도상거리 21.7km 실제거리 23.5km 약 8시간 30분 소요
새벽 5시를 조금 못 미쳐 대전요금소로 진입한 버스는 약 1시간 정도 경부고속도로로 힘차게 질주하고, 칠곡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해 정차한다. 대전을 출발한지 약 3시간 정도 지나 통점재에 도착한다. 2주만에 다시 찾은 통점재에는 고운 아침 햇살이 내려앉아 포근한 느낌이지만 재를 넘는 바람이 세차게 분다. 단체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들머리로 들어선다.
양지 바른 곳에 자리한 묘지를 지나면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숨이 거치러질 즈음 능선안부에 닿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달래고 길을 이어간다.
왼쪽으로 전망 좋은 곳에 서자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연산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팔공지맥, 보현지맥 분기점에 닿는다. 이곳 고라산(古羅山 744.6m)에서 분기한 산줄기는 석심산(石心山 450.6m)에서 두 줄기로 갈라지는데, 이 두 산줄기가 보현기맥과 팔공기맥이다. 박성태의 '신산경표'에는 가사령~석심산~북쪽 산줄기를 보현지맥(普賢枝脈)으로, 석심산에서 달의령(일명 다리방재)~면봉산~방가산~화산을지나 약 65km거리인 대구 팔공산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팔공지맥으로 적고있다.
가사령으로 내려선다. 가사령(佳士嶺)은 포항시 죽장면의 가사리와 상옥리 사이에 있는 고개라 하여 가사령이라 불려지는데 가사리는 가시내 솟, 특히 젊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솟의 명산지였다고 한다. 가시내 솟은 부엌 살림살이의 중요한 도구라고 한다.
두 암벽사이의 도로가 정맥을 끊어놓았다고 할 정도로 절개가 심하다.
약간 쌀쌀하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하늘은 산행하기 딱 좋은 초겨울 날씨다. 가느다란 낙엽송 잎이 수북이 쌓인 부드럽고 느낌 좋은 산길을 따라 편안한 걸음을 내딛는다.
709.1봉 헬기장(비학지맥, 내연지맥 분기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포항시 북구 기북면 뒷산인 비학산을 거쳐 포항시 형산강으로 이어지는 비학지맥과 성법령을 거쳐 보경사 뒷산인 내연산으로 이어져서 영덕 오십천으로 떨어지는 내연지맥이 갈래 친다.
왼쪽 아래가 921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성법령이다. 성법(省法)령은 조선시대까지 부곡(部曲)이 있었던 지역이다. 부곡은 신라시대부터 조선말까지 전국 각지의 산골짜기에 산재해 있던 일종의 집단 수용지로서 주로 천민이나 노예, 반역민 등을 수용하여 출입을 통제한 상태에서 무기, 농기구, 유기, 자기, 토기 등을 생산하던 일종의 공업단지였다. 성법리는 옛날 역모 죄로 몰린 사람들이 천민으로 격하, 이곳으로 수용되어 법을 반성 하라는 뜻에서 성법이라 하였다고 하나 확실 하지는 않다. -포항지명유래집(포항시 발간)에서 발췌-
796봉 능선에서 오른쪽 죽장면 가사리의 고산지 방면 조망이 시원하다. 69번 지방도로가 실처럼 지나간다.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서면 사관령 갈림길이다. 사관령은 고개의 안부가 아니라 봉우리다.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788.2봉은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다. 사관령(士官嶺)은 임진왜란 전후에 가사리에서 무기를 제조 하였는데, 벼슬아치(사관) 외에는 통행하지 못하도록 통제하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관령갈림길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후미일행이 도착한다. 자리를 비워주고 길을 이어간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따사로운 햇살에 온몸을 맡기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겨간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하다. 배실재는 산 아래 왼쪽에 위치한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리 마을에 철(鐵)이 많이 나와 무기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벼슬아치가 아니면 이 고개를 지날 수 없도록 하였다 하여 벼슬재(官嶺)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사투리와 함께 고개이름이 변한 것이라 한다.
나뭇가지에 군산 1대간 9정맥팀이 낙동정맥 중간 지점이라는 안내 플랜카드를 걸어놓았다. 실제로는 침곡산을 지나 약 700여m 떨어진 곳이 낙동정맥 중간지점이라고 한다.
침곡산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가파르다. 중간에 누군가가 나뭇가지에 "힘, 힘, 힘내세요"라는 글을 남겨 놓아 정맥꾼들을 격려한다.
드디어 침곡산정상에 도착한다. 침곡산(針谷山 725.4m)은 대동여지도에는 사감산(士甘山)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서쪽 포항시 죽장면 입암에서 이 산을 향해 이어지는 좁고 긴 바늘 같은 골짜기 일대를 침곡리(針谷里)라 부르는데(침곡, 내침곡) 여기서 연유하여 붙여진 산 이름이다.
배낭을 벗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이온음료로 갈증을 달래고, 후미 일행과 만나 간식을 나누어 먹고 포근한 햇살을 즐기며 한참을 머무른다.
철탑 아래를 지나 서당골재로 내려선다.
서당골은 예전에 마을어귀나 고갯마루에 원뿔모양의 돌무더기나 신성시하던 나무인 서낭당(성황당)이 있어서 붙여진 지명인 듯하다. 포항팔도산악회에서 붙여놓은 안내판에는 한티재까지 소요시간이 1시간 40분. 걸어보니 정확하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태화산에 도착한다.
초소를 지키고 있던 산불감시원이 반갑게 나그네들을 맞아준다. 초소에 오르자 조망이 시원하다.
산아래 넓은 평야에 자리 잡은 마을은 포항시 북구 기북면과 기계(杞溪)면이고 산너머 멀리 포항시가지 아파트가 보인다.
초소에 오르자 뒤쪽으로 멀리 보현산 천문대와 그 오른쪽에 면봉산 기상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산허리를 감아 돌며 이어지는 낙엽 깔린 산길이 지친 무거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한티재라고 생각하고 내려선 곳은 먹재안부다. 오른쪽 먹골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먹골(벚골)은 한티재를 오르는 국도변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로, 뒷산에 절이 있을 때 벚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앞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길을 막아선다. 정맥길은 좋아서 내려가면 싫어도 올라가야 한다. 한 구간이 마무리 될 때 까지는 결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시 가파른 마지막 오르막길을 올라 한티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날머리로 내려선다.
경북 군위군과 대구를 연결하는 팔공산 한티재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전국에는 큰 고개라는 뜻의 한티재(大峴)라는 이름을 가진 고개가 곳곳에 있다.
한티터널 입구에서 이번 구간 산행은 끝이난다. 먹골 마을과 죽장면(竹長面) 정자리(亭子里)를 잇는 한티터널은 1992년 7월 31일에 준공되었다.
앞서 산행을 마친 일행들의 뒤풀이가 한창이다. 포항하면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이 과메기이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미역쌈에 초고추장 듬뿍 찍은 과메기를 한 입 입에 넣자 그 맛이 기가 막히다. 마지막에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버스에 오른다. 무사히 낙동정맥 한 구간 끝낸 행복함과 피곤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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