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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중국 스촨성 여행이야기(6)

  

가끔은 자기가 살던 집을 떠나볼 일이다.

자신의 삶을 마치고 떠나간 후에 그 빈자리가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생 예행연습을 통해 하찮은 일상의 집착에서 얼마쯤은 벗어나게 될 것이다.


2009년 8월 6일(목)

일륭-보흥-야안-성도


세상모르고 숙면을 취했다. 산장의 아침식사는 변함없이 죽과 삶은 계란 그리고 중국 빵과 볶은 땅콩이 전부다. 삶은 계란 한 개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를 출발한다.


계곡을 따라 대충 만들어 놓은 험악한 도로에는 군데군데 커다란 돌들이 떨어져 있고 계곡 반대편은 바위들이 금방이라도 우리가 달리는 도로로 무너져 내릴 것같이 도열하여 있다.


목숨 걸고 여행하는 길이 이런 길이라는 생각이 들건만 중국인들의 차량들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이런 길을 지나간다.


끝없이 높아 보이는 산길 천애 절벽위에 엉성하게 조성한 길이 보이고 설마 저 길로 가겠느냐고 생각하면 어김없는 차는 그 길을 오른다. 조금만 핸들을 잘못 돌리기라도 하면 우리는 끝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여 흔적도 찾지 못할 것 같은 길이다.


굽이굽이 힘겹게 산길을 오른 버스는 가금산 고개(해발 4000m)에서 통행이 막혔다. 도로 보수 공사 관계로 11시가 되어야 통행이 재개된다고 한다. 덕분에 가금산 산행을 하는 행운을 얻는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4000m가 넘는 고봉들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발밑에는 아침햇살을 받은 수많은 야생화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길손들을 반긴다.


 

 공사관계자 숙소 막사

내부모습

 

 

 

 

 

 

 

높다란 하늘 위로 부유하는 운무와 그 아래 조용히 앉은 산의 능선은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눈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풍경은 여유로운 마음까지 들게 하는 한 폭의 그림이다. 단순히 ‘좋다’거나 ‘멋지다’라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곳이 이곳의 풍광이다.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빚어낸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빛과 바람이 빚어낸다. 風光이다.

 

 

 

 

 

11시가 조금 지나서 통행이 재개되었다. 정오가 조금 지나 버스 타이어가 펑크가 나 수리를 위해 하차한다. 아침 6시에 죽 한 그릇 먹었으니 배고파 짜증이 날만도 한데 모두들 얼굴에 웃음꽃이 환하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자는 행복하다. 이곳에서 조급함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시간에 나를 맡기고 상황을 즐기는 방법이 최선이다. 언제 점심식사를 할 지 알 수 없다.


펑크 난 타이어 수리를 하는 동안 도보로 이동하여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약 1시간을 걸어가자 작은 상점이 보인다. 오후 3시가 넘었다. 컵라면과 과자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가이드 김경춘

 

 

 도로공사 인부들

 누구는 고소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누구는 예기치 않은 여행이 마냥 즐겁고...

 

집에 있으면 편하기는 하지만 살아있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여행은 삶의 이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갓길이다.

 

 

 천길 낭떠러지 절벽 화장실-용변보려면 목숨 걸어야..

 타이어펑크

 

 

 

 

9시간 만에 먹는 식사. 그것도 컵라면이지만 모두들 행복해하며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요즘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라는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기다림이 지루할 즈음 펑크 수리가 끝나고 버스가 도착한다. 벌써 오후 5시가 넘어간다.  


가이드는 밤 8-9경이면 성도에 도착한다며 저녁식사로 견륭황제가 즐겨 먹었던 황제 만찬을 대접하겠다고 한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다. 한족이 전체 인구의 92%를 차지하고, 나머지 55개의 소수민족이 8%지만 국토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광서장족이 1600만 명으로 가장 많고 조선족은 14번째로 약 200여만 명이 동북3성에 거주한다.

 

중국은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에, 각 민족이 단결해야만 안정적인 통일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건국 초기부터 민족 평등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였으며, 소수민족 우대 정책을 쓰고 있다.


1984년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동포들이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았으나 지금은 유흥업 쪽에 치우쳐 조선족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다. 거주 인구의 30%이하가 되면 자치권을 회수 당하는데 경제적 문제로 중국 전역에 흩어져 교육문제, 언어문제 등이 심각할 뿐 아니라,  결혼 적령기의 조선족 처녀들이 한 해 약 2천여 명씩 한국, 일본, 미국 등 외국인과 결혼하여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자치주에서는 출산장려금(3천-5천위엔)을 지급한다고 한다.


차가 부서지고 점심을 굶어도 기사는 짜증을 내지 않는다. 중국 사람답다. 길가 천 길 낭떠러지 절벽에 나무판 두 개를 놓아 만든 화장실은 보는 사람까지도 아찔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커다란 댐이 나타나고 주변에는 수몰민 집단 이주촌인 듯 똑같은 집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남은 타이어마저 펑크를 염려하여 버스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답답할 만큼 저속 주행을 한다. 밤 8시 어둠이 내려앉고 길은 아직도 비포장도로다. 오늘 가금산 고개를 넘은 관광버스는 우리가 유일하다.


 

 

일상의 잡다한 일들은 바람 따라 멀어지고 설렘으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다.

 

 

 

 

시간은 자꾸 늦어지고 다른 대책 없는 가이드를 향해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차내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이런 상황에 화를 내보아야 에너지 낭비이고, 걱정을 해보아야 아까운 시간 낭비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즐길 것!


밤 11시가 되어서 보흥에 도착한다. 황제 만찬은 이미 물 건너가고 대신 장족음식점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한다. 허기진 탓인지 음식도 먹을 만하고 젊은 종업원아가씨들의 활달함과 친절이 인상에 남는다.

 

 

 

 

새벽 0시 50분. 성도에서 타이어를 수리하기 위해 온 수리차량과 만나 타이어를 수리한다. 약 1시간 가량 길에서 시간을 소비한다. 야안에서 고속도로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