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라 했다.
더욱이 자연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여행을 즐기는 자의 마음이다.
2009년 8월 4일(화)
노우원자-대해자-과도영
새벽 5시. 화장실에 다녀오려고 텐트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쳤지만 날이 흐려 별빛이 없다. 일본 북알프스 가라사와 산장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밤하늘이 그립다. 옆 텐트 속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날이 밝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날이 밝자 다시 비가 내린다.
8시. 아침 식사메뉴는 된장국이다. 밥은 설익고 날아갈 것 같다. 따뜻한 된장국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고 우비를 챙겨 입고 우중 산행 준비를 한다.
9시. 대해자를 경유하지 않고 과도영으로 직접 가는 일행들을 뒤로 하고 대해자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대전 팀은 모두 함께 대해자로 향한다.
쓰꾸냥산에는 3개의 골짜기(溝:구)가 있으며, 각각 장평구(長坪溝), 쌍교구(雙橋溝), 해자구(海子溝)라고 이름 붙여져 있다.
아침 비에 물기를 머금은 야생화들이 반짝거린다. 대해자에 도착하자 비가 잠시 그치고 멋진 풍광을 선사한다. 대해자(大海子 해발 3800m)는 쓰꾸냥산 풍경구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고산 호수로 측마오리, 소백록 등 후조들이 살고 있다. 해자(海子)는 바다의 아들 즉 호수라는 뜻이다. 대해자에는 야크의 머리가 내 걸린 민가가 한 채 있다.
△사진제공 : 용아
다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걸음을 재촉한다.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야크를 방목하는 목부(牧夫)들이 잠자는 대피소 움막에서 용아가 따끈한 커피를 끓어 일행들에게 제공한다. 야생화를 접사촬영하기 위해 수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더니 춥고 머리가 약간 아프다. 타이레놀 두 알을 복용했더니 한결 좋아진다. 이곳에서 잠시 비도 피할 겸 행동식으로 허기를 달래며 점심을 대신한다.
같은 높이로 함께 서서 같은 눈으로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는 것 그래서 같은 아름다움을 공유한다는 것 그런 경험은 쉽게 얻어지지 않으니 산우의 정이 더 끈끈하다.
농무(濃霧)에 휩싸여 천지분간이 어렵다.
야크떼들이 자기들의 영역 속으로 들어온 이방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경계한다. 대장으로 보이는 검은 야크에게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야크가 덩치도 훨씬 크고(제주도 조랑말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힘도 세지만 부리기가 말보다 어렵다고 한다. 털북숭이에 머리는 가분수로 크고 털에는 온통 덕지덕지 뭔가가 엉겨 붙은 게 가까이 오면 겁난다.
비가 잠시 그치고 운해가 걷히며 보여주는 풍광은 웅장하고 모두의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능선 안부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에 취해 한껏 여유를 부린다.
운무의 커튼사이로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신비와 장엄함이 극치를 이룬다.
오후 5시. 드디어 오늘 숙영지(캠프-2)인 해발 4200m 과도영(過度營)에 도착한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만사가 귀찮다. 아~ 올것이 왔다. 고산병 증상은 대체로 뇌에 산소가 부족해 생긴다. 두통이 오거나 최면이라도 걸린 듯 졸음폭풍이 쏟아지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최대한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숙영지 관리인의 텐트에서 화롯불을 쬐며 몸을 녹이고 저녁식사를 한다. 메뉴는 김치찌개다. 밥도 제대로 뜸이 들어 먹을 만하다.
밤 9시. 고소예방약을 복용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미리 넣어놓은 날진통의 뜨거운 물이 온기를 전한다. 가끔씩 다른 텐트에서 화장실 다녀오는 소리만 들린다. 이곳 화장실은 흐르는 계곡물 위에 천막을 쳐서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화장실로 냄새도 없고 아주 깨끗하다.
모두들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산행의 최대 고비다. 이상한 꿈속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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