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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중국 스촨성 여행이야기(3)

 

 

여행은 자유다.

여행은 마음의 자유고, 몸의 자유다.

여행은 눈의 자유요, 코의 자유이고 입과 귀의 자유이다.

마음이 가는대로 몸이 가고, 눈이 가는대로 보고,

코가 가는대로 냄새 맡고, 입이가는대로 맛을 보며,

귀가 가는대로 듣는 영육의 여정이요, 감각의 유랑이다.


2009년 8월 3일(월)

곽장평-조산평-석판열-다젠포-석소대-노우원자

 

 

7시.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삼식이가 라면을 끓어 먹자며 방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여니 햇살이 눈부시다. 라면과 커피로 아침식사를 한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아침 메뉴는 죽과 빵 그리고 삶은 계란과 볶음땅콩이 전부다.  빵과 삶은 계란을 산행 간식으로 챙긴다.

 

 

 

 

 

배낭을 챙겨 밖으로 나오니 우리 카고백(Cargo Bag)을 날라다 줄 말들이 풀을 뜯으며 한가롭다. 주위 풍광이 조용하고 평온하다. 가이드와 마부들이 바쁘게 준비를 하는 동안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한다.

 

 

 

 

 

 

 

중국어로 "쓰꾸냥산"인 사고랑산(四姑娘山)은 쓰촨성 성도에서 서쪽으로 120km 떨어진 소금현(小金縣)과 문천현(文川縣)의 중간인 일륭진에 있다. 천서고원으로부터 동쪽으로 흘러 성도평원과 교차된 부분에 위치한다.


사고양산은 4개의 이웃하여 연결된 설봉으로 조성되어 있어 겨울이면 눈 쌓인 모습이 4명의 흰옷 입은 아름다운 처녀들이 산 중에 서 있는 것 같아 보여 쓰꾸냥산(4명의 아가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설에 따르면 네 명의 아름다운 낭자(姑娘)가 팬더(熊猫)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나운 호랑이와 싸우다 결국 죽음에 이르러 네 개의 아름다운 봉우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마치 네 봉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서있는 모양이다.


쓰꾸냥산 중 네 번째 막내인 야오메이(磨妹峰)가 제일 높아 해발 6250m이고, 큰 언니가 5025m(大姑娘山), 둘째가 5454m(二姑娘山), 셋째가 5664m(三姑娘山)로 서로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서있는 모습이다. 그중 우리가 오를 산은 큰언니인 따꾸냥산(5,025m)이다.


웅장하고 험준하면서 굳세고 힘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어 형세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파란 하늘과 만년설이 어우러져 깨끗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쓰구냥산은 남유럽과 비슷하여 중국의 알프스라 불리고 있다.

 

9시 50분 산장을 출발해 하천을 가로 지른 다리를 건너 해자구와 장평구를 나누는 쓰구냥산의 주능에서 갈라진 작은 지릉을 오르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앙증맞은 야생화들이 아침 인사를 건네며 반긴다. 곽장평부터는 야생화 천국이다. 경사가 거의 느끼지 않는 평탄한 구릉지대에 온통 야생화들이 뒤덮고 있다.  바위틈사이로 얼굴을 내민 형형색색의 들꽃에 눈 맞춤하면서 천천히 걸어 오른다.


때로는 그 꽃을 밟으면서 걷는다. 이런 길은 아무리 걸어도 지루해지지 않을 것 같다. 수천송이의 솜다리(에델바이스)와 수만 송이의 범꼬리를 비롯하여 각양각색의 고산 들꽃들이 천상의 화원을 꾸며놓고 나그네들을 맞는다. 이곳의 꽃들은 한국에서 보던 야생화들에 비해서 꽃송이가 상당히 작다. 아마도 고산지대의 특징인가보다.

 

 

 

 

 

 

 

 

△사진제공 : 용아

 

 

 

 

 

시원한 풍광이 황홀할 정도다. 작은 꽃송이를 들여다보고 카메라를 들이대느라 걸음이 자꾸 처진다. 여기저기서 추억을 담으며 여유롭다. 뒤로 돌아보자 허리에 구름을 걸치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섬처럼 나타난다.


조산평을 지나면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 여러 번 반복하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인다. 한글 이정표가 있어 신기하다. 점심은 각자 준비한 간식으로 대신한다.

 

 

 

 

 

 

 

 

 

 

 

 

 

 

능선의 오른쪽으로는 "해자구"라는 계곡이 이어지는데 "해자(海子)"란 호수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대해자" "쌍해자" "화해자" 같은 호수들이 있다. 


사방 시야가 거침없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끝없이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따뜻한 위로를 얻는다.


다시 이어지는 등산로는 천강수라는 작은 관목들이 군락을 이룬다. 키가 허리춤에서부터 두 길 정도까지 자라있는데 가지와 잎에 억센 가시가 잔뜩 달려있고 그 사이를 헤치고 난 좁은 길은 또 말발굽에 깊게 패인 자국에 말똥까지 범벅이 되어 있어서 발을 디디기가 영 난감하다.

 

 

 

 

 

 

 

 

 

 

진녹색 물결이 일렁이는 숲 사이로 바람소리 길 안내를 받으며 걷다보니 탁 트인 초원이 나타나고, 멀리 언덕 아래 오늘 숙영지의 노란 텐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막사와 계곡의 물가로 점점이 흩어진 말들이 한가롭다.

 

 

 

△사진제공 : 용아

 

오후 5시. 숙영지(캠프-1)인 노우원자(老牛園子 3800m)에 닿는다. 노우원자의 의미는 늙은 소라고 한다. 화장실까지 갖춘 제대로 된 캠프다. 주위 풍광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엽서 같다. 고소예방을 위하여 젖은 옷을 갈아입고 방한복까지 챙겨 입는다.

 

 

 

 

 #얼꾸냥산을 등정하는 경주팀 텐트

 

 

 

늦은 점심 겸 간식으로 제공된 삶은 국수 대신 대전 팀은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림 같은 풍광에 취해 한껏 여유를 부린다.

 


 

저녁 8시. 저녁식사는 닭도리탕이다. 임시 식당으로 사용되는 군용텐트는 좁고 복잡하여 대전 팀은 삼식이 텐트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대전 팀이 협찬한 고추장 양념이 닭도리탕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용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녹차 고추장 비빔밥까지 만들어 입을 즐겁게 하더니 후식으로 원두커피를 내려 감동시킨다. 해발 3800m 고원에서 내려 마시는 원두커피는 다른 동행들까지 마냥 행복하게 한다.

 


 

보름을 이틀 앞둔 밝은 달이 떠오른다. 달구경을 하며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산행용 접이의자가 요긴하게 사용된다. 많은 사람들이 고소증세로 고통스러워하지만 천천히 걸은 덕분에 대전 팀 모두는 아직까지는 고소증세 없이 씩씩하다.


밤 11시. 각자의 텐트 속으로 들어가고 포근한 침낭에 누워보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심하진 않지만 머리가 무겁고 답답하다. 텐트 위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산중의 밤은 점점 깊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