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9년 7월 5일(일)
산행코스 : 하오터널(463지방도)-하오현(760m)-복주산(1,152m)-헬기장-임도-1,070봉 분기점- 950봉 헬기장 분기점- 942봉(삼각점)- 990(칼바위)봉- 촛대봉- 56번 지방도 수피령(780m)
한 달 전 한북정맥 국망봉 구간을 지나면서 오른쪽 발목 통증으로 견치봉에서 탈출하였고, 다음날 병원에서 골절 진단을 받고 깁스를 하였다. 보통은 6주 정도 깁스를 하지만 오늘 한북정맥 졸업식에 참여하려고 문원장님을 조르다시피 하여 3주 만에 깁스를 풀고 한 주 동안 마사지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걱정이 크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산우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오른다. 대전에서 강원도 철원까지는 4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먼 거리다. 중간에 아침식사를 하고 8시 30분 하오터널 앞에서 하차한다.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와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를 잇는 하오터널을 배경삼아 한북정맥 종주 마지막 구간 단체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하오고개를 향해 천천히 오른다. 다시 두 발로 산길을 걸을 수 있음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하오현(하오고개)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르고 복주산을 향해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군인들이 폐타이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오르기가 수월하다. 참호를 통과하고, 가파르게 오르자 조망이 좋은 넓은 헬기장에 다다른다.
커다란 바위 왼쪽을 통과하여 급경사를 힘들게 오르자 복주산 정상석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실제 복주산 정상은 3-4분 더 진행해야 한다. 복주산(福住山 1,151.9m) 정상에 도착한다.
복주는 ‘복주께’라고 하는 이름에서 딴 것인데, ‘복주께’주발을 뜻한다. 예전에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하실 때 온 천지가 물에 잠겼는데(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심판에 관한 전설은 전 세계 곳곳에 전해온다) 이 산의 끝머리 봉우리가 그 물위에 주발만큼 남았다는 것이다. 원래의 뜻보다 여기서는 ‘매우 조금’ 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정상 봉우리 부분이 뾰족해서 그런 유래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밧줄이 있는 바위구간을 지나고, 몇 분 정도 오르면 삼각점 봉우리를 통과하게 되고 곧이어 넓고 시야가 좋은 헬기장을 통과하면서 군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이정표 "복주산, ↓하오고개, ↑1,050고지 (1.9km)"가 보인다. 포탄피로 만든 종과 깃대, "화생방 신호규정" 안내판이 있는 공터에 이른다. 오이풀이 군락을 이룬다.
헬기장부터는 넓은 임도(군사작전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또 다른 헬기장을 통과하고 곧이어 넓은 공터에서 1,014봉 왼쪽 산허리를 타고 진행한다. 군부대에서 세워 놓은 이정표(←954봉5.1km, ↓복주산1.9km)가 나타나고 이곳에서 마루금은 왼쪽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그대로 산허리를 돌아 직진하는 임도는 56번 도로 실내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다.
넓은 공터를 지나 천막 자재창고가 있는 곳을 지난 후 무명봉에 오른다. 반가운 이들의 표지기가 나뭇가지에서 펄럭인다.
경기도 파주 장명산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화천군 수피령까지 약 160㎞의 산줄기가 이어지는 한북정맥 중 이곳은 비교적 자연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군 표지판(892고지, ↓1,050고지1.6km, ↑950헬기장0.3km)이 있는 곳을 지나면서 완만하게 이어지던 능선 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변한다. 950봉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는데 알바한 선두일행이 되돌아온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다시 길을 잇는다. 군 표지판(892고지, ←943고지0.8km)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져 내려간다.
삼각점이 박혀 있는 942m 봉에 다다른다. 까치수영이 군락을 이룬다.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다. 산허리를 돌아 내려가면 안부사거리다. 왼쪽은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로 이어지고, 마루금은 직진해서 헬기장을 통과하여 진행하게 된다.
바위 능선 길을 통과하여 가파르게 올라서 오른쪽 바위지대를 조금더 오르면 칼바위봉이다.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걷는 일은 인생살이와 닮았다. 헉헉 숨이 차는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곧 평탄한 오솔길을 만난다. 천신만고 끝에 전망이 탁 트인 정상에 올라 천하를 얻은 듯한 느낌도 잠시, 곧바로 내려서야 하는 게 대간이나 정맥의 긴 능선 걷기다.
다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암봉 전망대인 촛대봉에 오른다. 수피령 아래 실내고개 주변의 명월리와 다목리가 보인다. 다목리(多木里)는 화천군 상서면 지역으로 본래 다항(多項)리라 하다가, 조선시대 나라에서 쓰려고 황장목(黃腸木)을 많이 심어서, 나무가 많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와 직진한다. 길은 순하다. 안부 삼거리에 이른다. 직진하는 길은 복계산(1,057.2m)으로 이어진다. 복계산은 촛대봉에서 북서쪽으로 1.5㎞거리에 정맥을 살짝 벗어나 치솟은 산이다.
38선에서 북쪽으로 22.5㎞ 거리인 복계산은 비무장지대와 가장 근접한 최북단의 산행지로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곳이다.
생육신의 한 사람이었던 매월당 김시습 (1435~1493)은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비분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복계산 일대 산촌에서 은거했다. 복계산 기슭 (595m)에 위치한 높이 40m의 깎아 세운 듯한 층층절벽이 바로 매월대다. 전설에 따르면 ‘아홉 선비가 매월대에서 바둑판을 새겨놓고 바둑을 두며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다’고 전해진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꺾어져 980봉 산허리를 감아 돌아 내려가다 철탑 직전 왼쪽 아래 임도로 내려선다. 철탑을 지나쳐 그대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수피령 너머 멀리 대성산이 보인다. 대성산은 겨울이 되면 적설량과 전방 군부대 기온을 방송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 너머는 북한 땅이다. 휴전선은 한북정맥을 반으로 나누어 놓았다. 휴전선 너머 한북정맥은 백두대간과 만난다.
정면으로 거대한 절개지가 나타나며, 가까이 옛날 무덤 앞에 있는 석인형상의 바위가 눈길을 끈다. 56번 2차선 포장도로 고갯마루인 수피령에 이르면서 한북정맥 남한 구간 산행을 종료한다.
숲을 실어 나르는 고개라는 수피령((水皮嶺 780m)은 철원군과 화천군을 잇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3·8선의 턱밑이다. 간간이 군인 트럭이나 군용 지프차가 지나간다. 소설가 이외수씨의 집이 있는 감성마을이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다.
수피령 정상 이정표를 배경으로 한북정맥 졸업 기념사진을 찍고 버스를 기다린다.
졸업이라는 것은 '끝'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작'이라는 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졸업이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매듭을 다시금 고쳐 매고 다음 단계로 넘어 가기 위한 쉼표 같은 역할이 아닐까.
오랫동안 동행한 사람들끼리는 말이 없어도 즐겁다. 소리를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무수한 말이 침묵 속에서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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