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길따라 금북정맥17(장승고개-안흥진)-졸업 대전황태자 2009. 2. 24. 23:29 산행일시 : 2009년 2월 15일 산행코스 : 장승고개-죽림고개-지령산-갈음이고개-갈음이해수욕장-127봉-안흥진 생(生)과 사(死)는 인생의 시작과 끝으로 인간이 선택할 수 없지만, 삶의 여정은 자신이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각자의 몫이다. 누구는 창조주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인생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창조주를 무시하고 인생은 고달픈 고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대전에서 3시간을 달려 장승고개에서 하차한다. 603번 지방도로가 지난다. 장승을 배경으로 단체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장승 뒤쪽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자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마루금은 민가를 지나고 외야골 시멘트 포장길을 건너 다시 오지 느낌의 숲으로 계속된다. 잘 가꾼 묘지위에 서자 여우섬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마을과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을 짓기 위한 터 공사로 잘린 산길을 따라 ‘죽림고개’로 내려선다. 603번 지방도가 지나는 ‘죽림고개’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다. 근흥중학교 앞에서 이어져 온 도로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가 차지하고 있다. 정맥 길은 주유소 왼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묘지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혼자 걷는다. 다시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선다. 잠시 아스팔트 도로를 걷다가 왼쪽 산속으로 들어서 다시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선다. 이곳부터는 굳이 마루금을 고집하지 않고 너른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는다. ‘관계자외 출입을 금한다’는 국방과학연구소장의 경고문이 있듯이 금북정맥 산행과 관계가 없는 사람은 올 일도 없다. 금북정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지령산(智靈山 △218.2m) 정상부는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올라 갈 수 없다. 2중으로 쳐져 있는 군부대 철조망 바깥쪽을 따라 왼쪽으로 돈다. 잠시 돌아나가면 드디어 신진도와 신진대교가 보이고, 마지막 남은 봉우리 두개 사이로 갈음이해수욕장도 보인다. 산사태가 난 너덜지대에서 왼쪽 비탈을 내려서면 아래쪽 군부대 철조망을 만난다. 철조망 외곽으로 길이 잘 나있어 진행에는 아무런 방해가 없다. 아래쪽 군부대의 탄약창 초소가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간다. 나뭇가지에 선답자들의 리본이 여러 개 걸려있다. △뒤 돌아본 지량산 전경 7~8분 정도 숲길을 따라 내려서면 시멘트길과 만난다. 갈음이고개(28m)다. 안갈음이 마을과 숭조전(종진회) 건물이 지척이다. 143봉을 향해 오른다. 카운터다운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한발 한발에 의미를 새기며 디딘다. 10여분 만에 올라선 봉우리에는 군통신 단자함이 있고 쉬어가기 좋은 공터다. 이제 방향마저 마지막으로 잡히는 남향이다. 숲으로 둘러싸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바닷가 보이다가 갈음이해수욕장으로 내려서기 전 시야가 툭 트인 멋진 조망바위에 걸터앉아 해수욕장을 내려다보며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사실상 봉우리에서의 마지막 조망이다. 송림이 아름다운 갈음이해수욕장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솔숲 황금빛 노을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수줍고 어설프게 왈츠를 추는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아마 그 영화를 보면 한번쯤은 갈음이 해수욕장을 찾고 싶어진다. 사극 ‘여인천하’ ‘용의눈물’ ‘다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백사장 한가운데 마치 파라솔처럼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가 눈길을 끈다. 사진 촬영의 포인트다. 마루금은 모래사장 뒤쪽으로 이어진다. 해수욕장을 지나 올라서는 비탈은 산길임에도 모래투성이다. 폐건물을 지나 침목으로 만든 계단을 따라 127봉을 오른다. 많은 표지리본이 펄럭이는 127봉을 무심히 지나쳐 내려서면 [금북정맥 종주를 축하합니다] 라고 쓰인 서산 괜차뉴님의 팻말이 반긴다. 팔각정자가 있고, 원두막도 있는데 모두 골프장의 시설이다. 안흥항 앞바다에 떠 있는 신진도는 연육교인 신진대교가 놓여 있어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예전 서해의 큰 항구였던 안흥진은 안성 칠장산에서 시작하여 서해로 내달리던 금북정맥이 바다로 빠지기 전 빚어놓은 나루다. 지금은 작은 어촌이지만 백제시대에는 당나라의 교역으로 크게 번창 했었다고 한다. 안흥항 앞바다는 물길이 험하여 이곳을 지나기가 어렵다고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렀는데, 나라의 세곡을 실은 배가 자꾸 조난당하자 조정에서는 평안한 항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안흥량(安興梁)으로 바꾸었고, 이곳 지명도 안흥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안흥량을 지키던 안흥성은 뱃길로 조선을 찾은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곳이라고 한다. 방파제에서 보면 안흥성 성문이 보인다. 골프장 경계역할을 하는 방파제를 따라 신진대교 다리 쪽으로 가는데, 골프장 직원이 막는다. 이 방파제는 출구가 아니란다. 방파제 끝까지 진행하여 문이 잠긴 울타리 왼쪽으로 나가 신진대교 아래에 주차되어 있던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은 끝이 난다. 금북정맥은 ‘안흥진’에서 끝이 나지만 산경표의 안흥진은 산줄기의 끝점이 아닌 의미상의 종점이다. 졸업 2007년 12월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한 한남금북정맥이 안성 칠장산에서 마침표를 찍고, 다시 금북정맥으로 방향을 잡아 걷고 또 걸어 오늘 안흥진에서 또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다. 개인사정으로 그동안 함께 걸었던 귀연산꾼들과의 졸업이 아니고, 다른 산악회에 묻혀 졸업을 하는 것이 아쉽다. 산에 다니다 보면 종종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라는 글귀를 보게 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 속담처럼 사람들은 세상 살면서 여러 모양으로 자기 이름을 남기려고 한다. 그러나 아니온 듯 다녀가는 여행자 같은 삶이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속리산에서 안흥진까지 약 1100리 산길을 걸었다. 사람의 발걸음이 참 무섭다. 함께 걸었던 좋은 산우들과 걸음걸음에 담겨있는 숱한 사연들은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황태자의 사는 이야기 '정맥 길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북정맥2(신촌고개-솔고개) (0) 2009.03.17 한북정맥1(곡릉천-신촌고개)-입학 (0) 2009.03.03 금북정맥15(윗갈치-강실고개) (0) 2009.01.19 금북정맥14(가루고개-윗갈치) (0) 2009.01.06 금북정맥13(나본들고개-가루고개) (0) 2008.12.23 '정맥 길따라' Related Articles 한북정맥2(신촌고개-솔고개) 한북정맥1(곡릉천-신촌고개)-입학 금북정맥15(윗갈치-강실고개) 금북정맥14(가루고개-윗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