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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38. 피아골 단풍산행

산행일 : 2008년 11월 2일(일)

산행코스 : 연곡사-직전마을-삼홍소-피아골대피소-불로교-연곡사 원점회귀


 

해마다 가을은 다시 오고, 또 산마다, 들마다 색색의 가을 옷을 갈아입는다.


가는 가을 아쉬워, 지리산에 있는 골 깊고 물 맑은 계곡들 중에서도, 뱀사골과 더불어 빼어난 단풍을 자랑하는 피아골, 역사의 현장이자, 또 그 역사와는 무연하게 상처입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피아골로 가을을 붙잡으러 떠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진행하다 남원요금소로 빠져나가 바로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구례 방향으로 달린다.

 

가을의 끝자락,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이 익어가고 노랗게 익어가는 은행잎에서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간다.  황금들녘이 이제 몇 남지 않았다. 추수가 끝난 들녘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계속 직진하여 구례에서 19번 국도와 17번 국도가 갈라지는 곳에서 화엄사 이정표를 따라 내려간다. 밑으로 빠져 화엄사 입구를 지나 19번 국도를 타고 하동방향으로 진행한다. 단풍 산행의 시작점은 구례군 토지면 직전마을이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섬진강이 내내 따른다.

 

약 9km 정도 가면 길 왼쪽에 외곡리 검문소가 보이고 피아골로 가는 865번 지방도로가 갈라진다. 이 길을 따라 7.8km 를 가면 연곡사매표소가 나온다.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인파로 관광버스에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체를 이룬다. 피아골 단풍 축제 기간임에도 연곡사 매표소에는 통행료를 징수(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징수하지만 실제로는 통행료를 받는 정말 어이없는 짓거리)하느라 더욱 차량 정체를 부채질한다. 걸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미쳐 징수를 하지도 못한다. 

 

풍수지상 제비가 날아가는 형국의 명당에 자리 잡은 연곡사(燕谷寺) 절 마당에 서서 올려다보는 지리산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듯하고, 왁자한 등산객들의 소음이 고즈넉한 산사에 퍼진다. 낙엽을 헤치며 먹이 줍기에 열심인 다람쥐는 벌써 부지런히 겨울을 준비하나 보다. 

 

직전(稷田)은 피밭이라는 뜻이다.  실제 피아골이란 지명은 예부터 고대 오곡(쌀 ·보리 ·조 ·콩 ·기장) 중 하나인 피(기장)를 많이 가꾸던 곳이라 하여 피밭골로 부르던 것이 피아골로 변한 것이다. 임진왜란, 조선말 격동기, 여순반란사건, 6·25 등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피아골 자연탐방로"를 들어선다. 넓은 산책로를 따라 표고막터까지 약 1km 진행하면 탐방지원센터가 보인다. 피아골 단풍의 절경은 직전마을에서 연주담, 통일소, 삼홍소까지 이르는 1시간 구간에서 모두 맛볼 수 있다.


점점 닫혀지는 가을 향기를 오래오래 맡고 싶다. 늦게 찾아온 기쁨이 그만큼 늦게 떠나가듯이….

▲축제행사 - 소원 리본달기



▽축제행사- 숲속 사진갤러리 (14장)




























표고막터는 일제 강점기 때 이곳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했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출렁다리(선유교)를 건너면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으로 옛길이 나 있으나 출입통제 팻말이 붙어있다.  





지리산의 단풍은 핏빛으로 표현될 만큼 붉다. 그중 피아골 단풍은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계곡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황홀경에 빠질 만큼 절경이다.

 



▲축제행사 - 단풍찻집 (무료)
 


사람 손닿지 않아도 '그렇게' 빚어내는 천상의 조화. 심마저도 불타버릴 것 같고, 심지어 길바닥과 하늘까지도 붉게 물들어버릴 것 같은 황홀한 가을 산길은 넘쳐나는 등산객들로 혼잡하여 제대로 진행할 수 없지만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다.













하늘의 푸른색과 붉은 단풍잎과 이름 모를 나뭇잎이 물속에 비치니 세상의 모든 색들이 계곡 물 속에 다 모인 듯하다.



 



피아골 단풍의 절정은 삼홍소다. 조선조 유학자 남명 조식은 이곳 삼홍소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산이 붉게 타서 산홍(山紅)이요, 단풍에 비친 맑은 소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들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 노래한 명승지로 유명하다.





삼홍소에서 10여분 오르면 구계포교가 나오고 여기서 바라보는 피아골의 경치는 마음속까지 아름답게 수 놓는다.







바위 턱이 아홉 개의 계단모양으로 펼쳐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구계포폭포는 육중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광과 더불어 완만한 암반위로 옥계수가 층층 계단을 타고 쏟아지고, 이끼 낀 바위절벽은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구계포교에서 대피소까지 1.5km 구간은 98년 수해로 피해가 컸던 지역으로, 99년 새로 다듬은 등산로는 사면을 타고 이어진다.




계속되는 가뭄 때문에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사귀들이 마르고 다 떨어져 버려 예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가을의 막바지 정염 불태우는 잎들이 바람에 몸 둘 바를 모르고, 산새소리,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가슴속에 묵은 찌꺼기들을 흩어놓는다. 가을 보러 왔다가 마음 속 찌꺼기까지 훌훌 털어버리게 하는, 참 좋은 가을 산이다.







피아골대피소는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해발 850m 높이에 위치한 25평짜리 고즈넉한 산장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이 대피소를 임대해 운영 중인 지리산 터줏대감 함태식(81)옹은 대피소 외부 1곳과 내부 2곳 등 3곳에 밤 8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전깃불을 켠다.


이 산장은 재작년까지 랜턴이나 촛불로 어둠을 밝혀와 등산인들 사이에 원시의 적막을 간직한 곳으로 알려져 왔으나 재작년 8월 전기가 들어왔다. 등산인들이 피아골에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 답답하고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 전기를 끌어온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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