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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39-2. 지리산길(2) 산사람길

2구간(경남 함양 마천 의중마을∼휴천 세동마을, 10.1km)은 "산사람 길" 이다. 빨치산들이 다녔던 길이다. 부근엔 국군과 경찰의 공비토벌 길도 있다.

 

 


 

지리산길에는 산자락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사찰을 만난다. 우리나라 3대 계곡 중 하나인 지리산 칠선계곡으로 가는 초입,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벽송사(碧松寺)는 신라 말 고려 초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 중종 1520년에 벽송 지엄대사가 중창하였다고 한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今日我行蹟(금일아행적)  後人遂作程(후인수작정)


                        눈 쌓인 들판을 걸을 땐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걷는 발자취는  내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느니라.


                                                    - 休靜(휴정)서산대사 (벽송사 제3대 조사) -



 

                                           三夢詞[삼몽사]

                                                               - 休靜(휴정)서산대사 -


                  主人夢說客[주인몽설객] 주인은 나그네에게 꿈 이야기하고

                  客夢說主人[객몽설주인] 나그네도 주인에게 꿈 이야기하네.

                  今說二夢客[금설이몽객] 지금 꿈 이야기하는 두 나그네

                  亦是夢中人[역시몽중인] 또한 꿈속의 사람이네.



                                盡日惺惺坐(진일성성좌) 乾坤一眼中(건곤일안중)

                     有朋來草屋(유붕래초옥) 明月與淸風(명월여청풍)


                             진종일 성성히 앉았노라니   천지가 한 눈에 들어오네.

                             벗이 있어 초가로 찾아오니  밝은 달 맑은 바람이어라

                                      

                                         - 글/환성지안(喚惺志安 벽송사 7대 조사)

 


 

 

              

 

                          百衲歌(백납가)- 누더기 한 벌

                                                         -나옹선사-


                         不求利亦不求名 이익도 구하지 않고 명예도 구하지 않으니     


                         百衲懷空豈有情 누더기 납자 마음 비어 무슨 망상 있으랴       


                         一鉢生涯隨處足 발우 하나로 살아온 인생 어디서나 만족하니  


                         只將一味過殘生 다만 이 한 맛으로 남은 생을 보내리              



 




 




누군들 길 떠나지 않으랴.

먼 길을 떠난다 흐르는 것은 흐르는 것으로 이어져서 저 바람의 허공,

갈 곳 없이 떠도는 것들도 언제인가, 닿으리라 비로소.

길 끝에 이르러 거친 숨 다 하리라, 아득해지리라

- 박남준의 ‘길 끝에 닿는 사람’ 가운데 -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어느 기행문에서 "우리 나라의 자연처럼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자연은 지구상에 어디에도 없다. 신이 온갖 좋은 것을 다 모아다가 공들여 꾸민 정원 같다. 하나도 넘치게 준 게 없이 다만 조화롭게 주었을 뿐이다."라고 극찬했다.


그는 생전에 지구촌의 이곳저곳에 다녀본 경험이 있는데도 한국을 '생각하면 그리운 땅'이라고 했다. 해외여행이 지겨워져서는 아닐 테고, 다른 곳과 비교해도 그만큼 떳떳하고 자랑스럽기에 멋진 찬사를 바쳤을 것이다.


 

동행자와 길 주변의 모든 것에 수평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찬찬히 향유하며 걷다보면 끝내는 잃어버린 자기를 만나 위안을 얻고 새로운 생활에너지를 충전해 돌아오게 되는 순례의 길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이다.
















 

겹겹이 둘러싸인 유려한 산등성이는 가을 단장을 마치고 하늘과 아름다운 조화는 마치 한편의 그림동화를 연상케 한다.













 

소나무쉼터

임도 중간쯤 너른 바위 사이에 자리 잡은 400년 된 소나무는 법화산 자락과 저 멀리 넘어온 등구재를 보고, 옛 선인들이 천왕봉을 오를 때 마다 거쳤다던 용유담과 엄천강을 넓은 조망으로 펼쳐놓는다.








세동마을

전형적인 지리산 산촌마을로 한 때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조선종이(닥종이) 생산지로 주변 산에는 닥나무가 지천이어서, 닥나무를 삶고, 종이를 뜨는 일로 분주한 마을이었다. 불과 50년 전 만해도 이 마을의 모든 가옥은 산과 계곡에서 자라는 억새를 띠로 이어 얹은 샛집이었다. 종이 뜨는 일상과 샛집 지붕의 아름다운 산촌 풍경을 이젠 볼 수 없어도, 바위를 담으로 이용한 집, 너럭바위에 앉은 집, 바위틈으로 솟는 우물 등 ‘자연 속에 세 들어 사는’ 산촌마을의 모습은 지금도 변함없다.

송전리 세동 마을 전경



















 

 


You're Beautiful - Kenny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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