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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19. 가리봉-주걱봉-삼형제봉

가리봉 (1,518m)-주걱봉(1,041m)-삼형제봉(1,225m) 소개


설악산은 백두대간의 주맥인 대청봉에서 북으로 공룡능선을 따라 미시령까지, 남으로는 점봉산까지 일직선을 그어 동쪽은 외설악 서쪽은 내설악이라고 일컫는다.


가리산능선은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뻗어있다. 이들 봉우리를 맞은편 서북릉에서 보면 의좋은 형제처럼 어울려있어 세봉우리를 통틀어서 삼형제봉이라 일컫기도 한다.


설악산의 귀때기청봉(1,580m)과 대승령을 잇는 설악산 서북주능선과 마주보고 있어 독립된 산처럼 보인다. 설악산국립공원에 포함된 산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기도 하다. 우선은 설악산이 가깝고, 길이 험하고, 통제도 심하기 때문이다.


 

산행일 : 2008년 9월 28일(일)

산행코스 : 자양6교~가리봉(加里峰 1,518m)~주걱봉(1,386m)~삼형제봉(1,232m)~느흐미골~안가리산리


갑자기 날씨가 차가워졌다. 토요일 뉴스는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를 보인 가운데, 강원 산간에 첫얼음이 얼었고 내륙 산간지역에도 첫서리가 내렸으며, 설악산 대청봉의 수은주가 영하 1.2도까지 떨어져 작년보다 22일이나 빨리 첫얼음이 얼었다고 전한다.


구인회. 백두대간을 함께 한 아홉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산악회를 따라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설악산의 가리봉과 주걱봉, 삼형제봉을 잇는 산행을 다녀왔다.


새벽4시. 한계령 정상(920m)에 내리니 날씨가 차다. 설악으로 들어서려는 산꾼들을 태운 몇 대의 버스가 한계령휴게소에서 산꾼들을 내려놓고 떠난다. 산행대장(산으로)이 들머리를 찾는 동안 버스에서 대기한다. 들머리는 한계령휴게소를 약 1km쯤 못 미친 44번국도 변이다.


새벽 4시 40분. 자양6교 다리 오른쪽으로 출입금지 표지판 뒤쪽 산비탈을 치고 오른다. 가파른 산비탈을 10분 정도 치고 오르자 천연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작은 화강암 표석이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조릿대숲 사이로 등산로가 잘 나 있다.


 

산행대장이 10여 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아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금줄을 서너 번 통과하며  진행하다 44번 도로가 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잠깐 내려서자 부드러운 주능선이 이어진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바위틈을 지나자 약간 험한 내리막길이다. 참나무 울창한 완만한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줄기가 가느다란 참나무가 아니고 수령 50년은 족히 돼 보이는 큰 것들이다. 설악산 서릉에 날카로운 암릉길이 아닌 부드러운 능선 길도 있는 것에 놀란다.


어느덧 랜턴 없이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보이는 운해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2007년도 국가 기준점 측량 사업으로 GPS 수신시 상공 시계 확보를 위해 벌목 작업이 이루어진 곳에 설치한 삼각점(설악430)이 보인다. 시야가 열리고 자양천 건너 설악산 서북릉의 귀때기청봉과 아래쪽으로 소승폭포의 가느다란 물줄기가 보인다.






보라색 꽃을 피운 용담과 투구꽃을 비롯하여 꽃향유, 개미취, 쑥부쟁이등 들꽃들이 이른 아침 찾아온 나그네들을 반기고, 붉은 열매가 가득 달린 마가목이 단풍을 대신해서 주걱봉까지 계속 나타난다. 조금 더 진행하자 안산의 대단한 골격미가 시야를 압도한다.

 


 


 

 


 

" ⇐가리봉 한계령⇒"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서 가리봉쪽으로 향한다. 운해가 장관을 연출하고 가리봉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리봉 전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망무제다. 주걱봉과 삼형제봉이 가깝고 안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멀리 향로봉과 금강산까지 시야에 빨려 들어온다. 44번국도 건너 서북능의 귀때기청봉과 중청, 대청봉이 조망되며 서북능선과 안산, 멀리 북으로는 금강산과 향로봉까지, 남으로는 망대암산, 점봉산, 조침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코바님이 준비한 17년산 양주와 남실장이 준비한 홍어회는 허기에 지친 산행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모양새는 볼품없지만 산앵도나무의 빨간 열매가 유혹한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설악의 모습을 눈과 디카에 담으며 정상을 향해 천천히 올라 가리봉 정상에 도착한다. 가리봉은 사람이 쌓은 것 같이 곱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리봉 정상에 서면 전봉에서 보았던 일망무제의 풍광이 거침없이 더욱 시원하게 조망된다. 도심에서 묻혀 온 때를 털어낼 수 있는 가슴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안산에서부터 대청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서북릉이 한눈에 들어오고 대승령 아래의 대승폭포도 보인다. 왼쪽에 소가리봉이 봉긋하고 오른쪽 능선상에 웅장한 암봉 2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의 것은 주걱봉이고 뒤의 것은 촛대봉이다.


기리능선은 가리봉과 주걱봉, 촛대봉, 삼형제봉의 암릉이 아주 멋진 경관을 자랑하지만 사람들이 내설악과 외설악만 찾는 관계로 인적이 드물어 설악에서 소박맞은 산이라 하여 일명 소박뙤기산 이라고 불렸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두 그룹으로 나누어 라면과 부대찌개를 끓이고 누룽지탕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고추절임과 열무김치 등 여러 사람들이 내놓은 갖가지 반찬 그리고 산행대장이 집에서 직접 담근 약초 술이 곁들여진 점심 같은 아침식사는 향 좋은 따뜻한 커피와 각종 과일 후식까지 부족함이 없다. 산 정상에서 멋진 조망을 눈으로 즐기며 먹는 식사는 어떤 진수성찬과도 견줄 수 없는 꿀맛이지만 그 어느 것 보다도 몸에 좋은 보약이다.












식사 후 삼삼오오 기념사진을 찍고 주걱봉을 향해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길은 둘로 갈린다. 왼쪽은 고도를 약간 낮추며 우회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시야가 트이는 바위에 올라선다. 서서히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가을이 시작되고 있지만 2006년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너무 크다.






2007년에 재설된 삼각점(설악23)을 지나 10여분 진행하면 갈림길이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가리산리” 이정표는 왼쪽 길이 가리산리로 내려가는 길임을 알려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주걱봉으로 향한다. 길은 능선으로 올라붙어 암릉길로 이어진다. 찝빵나무라고도 부르는 눈측백이 열매를 달고 있다.



주걱봉 바로 앞에 있는 암벽을 가로지르는 곳에서 지체된다. 왼쪽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다. 봉순이오빠를 비롯하여 몇 분의 도움으로 한 명 한 명 차례로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잠시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자 반가운 꽃이 시선을 잡아끈다. 흰좀바위솔이 바위에서 자라고 있다. 이 식물은 키가 10센티미터 남짓으로 작아 풀처럼 보이지만 나무다. 흔치 않은 식물이다. 눈길이 오래 머문다.




고산식물 왜솜다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솜다리 종류 중에서 키가 큰 편인 이것은 산솜다리나 솜다리와 외모가 다른 식물이다. 보통 에델바이스라고 하는 산솜다리에 비해 덜 예쁘다고들 하지만 꽃이 한창인 왜솜다리의 자태는 결코 다른 솜다리 종류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은 왜솜다리의 기본종과는 달리 포엽이 보다 크게 발달하는 등 변이가 있어 더욱 귀하다.


거대한 협곡이 보이는 곳에서 간식을 나누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주걱봉 아래에 도착한다. 안가리산리나 한계리에서 보는 모양이 밥주걱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을 갖고 있는 주걱봉은 바위로 되어 있어 오를 수는 없어 우회한다. 마치 공룡능선의 1275봉을 내려서는 느낌이 든다.


 







 

삼형제봉은 오르지 않고 삼형제봉 바로 아래에서 왼쪽으로 가파르게 치고 내려선다. 느흐미골은 2006년 태풍의 피해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마른 계곡 길은 너덜이다. 바로 앞에 가던 싼타님이 뒤로 넘어지는 작은 사고가 있었으나 다행히 배낭이 허리를 보호하고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지 않아 별다른 부상이 없어 안도의 한숨을 돌린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후미의 모습이 보이고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안가리산리로 내려서는 길은 지루하지만 아쉬움에 자주 되돌아본다. 삼형제봉의 위용이 당당하다.












출입금지 표지판이 이곳이 탐방로가 아님을 알려준다. 길옆 밭에는 잘 익은 피망과 고추가 붉은 색을 자랑한다.








 

오후 2시 40분. 안가리산리에 도착하면서 설악의 품에서 행복했던 10시간의 산행은 끝이 난다. 계곡물에 바지에 묻은 먼지와 얼굴에 땀을 씻어내고 탁족을 하며 발의 피로를 푸는 동안 운영진은 뒤풀이 준비에 분주하다.

 

홍어와 막걸리,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가 어우러진 뒤풀이는 구인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건배로 시작하여 뜨끈한 홍어탕에 찬밥 한 덩어리 말아 속을 든든히 채우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대전으로 향한다. 


구인회 정기산행으로는 가장 많은 26명이 함께 한 설악산 가리능선 산행은 멋진 추억으로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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