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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20. 토왕골-화채능

산행일 : 2008년 10월 3일(금)

산행코스 : 비룡폭포-토왕폭포-칠성봉-화채능선-화채봉-송암능선-상복리


어젯밤 10시에 대전을 출발한 버스가 다음날 새벽 3시 45분 설악동 켄싱턴호텔 앞에 도착한다. 버스 기사님의 졸음 때문에 고속도로 운행 중 여러 번 휴게소에 들려 도착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켄싱턴호텔 앞에서 랜턴을 끄고 개울을 건너 도둑고양이처럼 진행한다. 소공원에서 비룡폭포까지의 구간은 개방구간이라 위험구간마다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불 켜진 화장실과 간이식당 두 곳을 지나 좀 더 오르면 육담폭포와 비룡폭포가 나온다.


육담폭포(六潭瀑布)는 소공원에서 비룡폭포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다. 암벽으로 된 협곡에 6개의 폭포와 담소가 연달아 이어져 있어서 절경을 이룬다. 폭포 위에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비룡폭포는 화채봉의 북쪽 기슭 토왕골에 있는 폭포로 상류 쪽에 토왕성폭포, 하류 쪽에 육담폭포를 동반한다. 전설에 의하면 폭포수 속에 사는 용에게 처녀를 바쳐 하늘로 올려 보냄으로써 심한 가뭄을 면하였다고 해서 비룡이라 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약 1시간. 비룡폭포 조금 못미처 철다리를 건넌다. 왼쪽으로 출입금지 표지판이 토왕폭포로 가는 들머리다.


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고도를 높이다가 토왕좌골 Y계곡에서 라면을 끓이고 나눠준 찰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린다.






6시 10분 토왕폭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암릉의 사면을 기어오른다. 약간 위험한 곳을 지나면 토왕폭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여지도서(與地圖書)의 기록에 의하면 토왕성은 부(府) 북쪽 50리 지점인 설악산의 동쪽에 있다. 성을 돌로 쌓았는데,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세상에 전해오기를 옛날에 토성(土姓)을 가진 어느 임금이 이성을 쌓았다고 한다. 폭포가 있는데 석벽 사이로 까마득하게 날듯이 떨어진다. 그 후 조선 후기 읍지(邑誌)에도 모두 토왕성이라고 표기하여, 옛 성터만 남아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토왕성폭포(土旺城瀑布)는 일명 신광폭포(神光瀑布)라고도 하며, 석가봉(釋迦峯), 문수봉(文殊峯), 보현봉(普賢峯), 노적봉(露積峯) 등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암벽을 3단을 이루며 낙하하는 연폭이다. 현재는 토왕성의 王 자를 旺 자로 표기하고 있는데, 동국명산기와 대동지지 양양지에 의하면, 王 자로 쓰는 것이 옳다.


















 

 

       △ 여름 토왕폭포의 모습[인터넷에서 펌]  여름철 수량이 풍부해졌을 때 권금성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하늘에서 폭포가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폭포 상단부가 조망되고, 토왕골 비룡폭포 위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펼쳐 늘어뜨려 놓은 듯이 보인다.


 

3단이 합쳐서 300m가 넘는 이 폭포는 마치 하늘에서 직접 떨어지는 듯 하며, 맑은 날이면 동해안 청간정에서도 보일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갈수기인 지금은 아쉬움이 크다. 하늘만이 열려있다. 일행들은 비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하다.




토왕성 폭포는 설악에서도 으뜸가는 절경이지만, 천연보호구역으로 묶여 허가받은 암벽, 빙벽등반 전문가 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일 년에 단 한차례  설악눈꽃축제와 맞춰 빙벽대회를 여는 매년 2월 초에 일반들에게도 입산을 허용하여  토왕골의 비경을 느낄 수 있게 한다.

 

 

 

6시 35분 토왕폭 오른쪽 사면을 치고 오른다. 토왕폭 오른쪽 암벽으로 올라 화채능상의 칠성봉에 이르는 이 길은 험로이기 때문에 잘 이용되지도 또 잘 알려지지도 않은 옛길이다.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작년 여름보다 길이 뚜렷하다.


밧줄구간이다. 누군가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밧줄은 줄이 낡아 위험하기 때문에 앞서 다녀간 어느 산꾼이 끊어 놓은 것 같다. 새로 자일을 설치하느라 많이 지체된다.



 

 

 

아침 햇살을 받은 노적봉이 멋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왼쪽으로 토왕폭을 배경으로 예쁘게 물든 단풍나무가 설악의 가을을 노래한다. 뒤쪽으로 마치 거북이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면서 정상으로 오르는 모습의 바위가 신기하다.



 


 



 


다시 곧이어 경사가 심한 암벽구간이다. 이곳 역시 낡은 줄을 끊어 놓아 자일을 설치하고 진행한다. 동행한 부사관의 농담으로는 요즘 군대에서도 이런 유격훈련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토왕폭에서 폭포 상단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파르고 위험한 오르막의 연속이다. 폭포 상단에 올라서자 설악의 상징인 흔들바위의 하얀 속살이 아침 햇살에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설악동의 모습과 동해바다도 시야에 들어온다. 




도심에 있다면 수억 원의 가치가 있어 보이는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면 공룡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권금성의 모습과 집선봉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장난감처럼 재미있다, 능선을 타고 칠성봉(七星峰:1077m)으로 향한다. 릿지를 겸한 산행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원하고 보기 힘든 풍광이 펼쳐진다. 멀리 대청봉과 중청봉까지 시야에 들어오고 천화대와 범봉 그리고 1275봉 등 공룡의 모습이 팔을 뻗으면 손에 집힐 듯 가깝다. 세존봉과 눈을 크게 뜨면 금강굴도 확인할 수 있다. 칠성봉까지는 약 4-50분 정도 소요된다.
























가을 깊숙이 들어가 있는 화채봉으로 향한다.  화채능은 대청봉 정상에서 동북쪽으로 벋어 화채봉과 칠성봉, 집선봉과 권금성으로 이어진 약 8km의 능선이다. 화채봉(1320m)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지능은 송암산(767m)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에 피골과 토왕골이 흘러내리고 남쪽으로는 둔전골(복골)이 흘러내린다.

 

화채릉은 천불동 골짜기를 사이로 하여 공룡 능선과 마주하면서 설악 최고의 웅자를 자랑하는 공룡능선의 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화채릉은 자체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려니와 무엇보다도 천불동을 둘러싸고 치솟아 오른 암봉들과 장대한 근골을 드러낸 공룡능선의 암릉과 침봉들을 시원스럽게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길이 약간 거칠다. 화채봉(華彩峰)에 도착하는 대로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길은 서서히 내리막길이다. 2005년에 재설한 삼각점(속초 425)을 지나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잠시 걸음을 멈춘다.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버리고 계속 직진한다.




오른쪽 둔전골로 이어지는 하산길을 버리고 송암능선을 걷는다. 길은 설악의 날카로움은 없고 육산의 부드럽고 평탄한 길이 울창한 숲 속으로 이어지는 그윽한 숲길이다. 헬기장과 묘지를 차례로 지나며 고도를 낮춘다. 지루한 능선길이다. 이곳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길에 낙엽이 푹신하다.










칼잎용담, 구절초, 쑥부쟁이 등 들꽃만이 길손을 반긴다. 시원한 계곡물에 세수를 하고 탁족을 하며 발의 피로를 푼다. 그림같이 예쁜 집을 지나 양양군 강현면 상복리 천복 교회 앞에 서 약 10시간의 산행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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