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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18. 널협이골

산행일 : 2008년 7월 13일(일)

산행코스 : 용대리-널협이골-985.8봉-용대리

 

가지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의 기대를 이룰 수 없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자신의 것을 사랑해야 한다.


멋지고 그럴싸하게 보이는 남의 것에 대한 열망을 키우지 말고 거칠고 투박하지만 소중한 나의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주체적 삶의 실현이란 자기만의 내용물을 채워 가는 일이다.

-윤광준의<잘 찍은 사진 한 장>중에서-


새벽 3시 30분 배낭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다. 다른 사람들은 미쳤다고 하겠지만 설악으로 떠나는 난 지금 행복하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라는 말이 있다. 강원도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하던 군인들의 넋두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인제와 원통은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도로가 잘 나 있어 대전에서도 설악산 당일 산행이 가능하다.


홍천까지는 고속도로를 탄다. 경부-(남이)중부-(호법)영동-(만종)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달리다 원주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가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홍천톨게이트를 빠져나가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원통을 차례로 지난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양양 방향 44번 국도와 속초 고성 방향 46번 국도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위치한 내설악광장 휴게소에 도착한다. 대전에서 약 3시간 소요.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삼거리에서 왼쪽 속초 고성 방향 46번 국도를 따라 진행하여 설악생수와 십이선녀탕 입구를 지나면 산행 기점인 용대리 주차장에 닿는다.


전날 잦은바위골 산행을 하고 이곳에서 묵은 원타이정님 일행이 반갑게 맞아준다. 7시 50분.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마치고 설악산 국립공원 백담분소를 지나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다 모퉁이를 돌기 전 왼쪽 백담계곡 쪽으로 내려간다. 

 

산을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 설악산은 ‘산중미인’으로 통한다. 지리산이 그 깊고도 넓은 품으로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어머니의 산’이라면 설악산은 ‘산꾼’들을 매료시키는 강렬하고도 현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랐다가 백담사로 하산하는 산행은 백담사에서 산행을 끝내고 수심교 앞에서 셔틀버스를 탄다. 약 15분이면 용대리 주차장에 도착하기 때문에 멋진 백담계곡을 즐기며 걷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오늘은 백담계곡을 건너 널협이골로 숨어든다. 물이 불어 백담계곡을 건너는 것조차 쉽지 않다.


 

'너래비골'이라고도 부르는 널협이골은 저항령을 거쳐 양양으로 가는 가장 쉽고 편안한 길이었지만, 조망이 좋지 않은 관계로 지금은 찾는 이들이 없어 길 찾기가 매우 힘든 길이 되어버렸다.


오늘 산행은 널협이 주계곡을 따라 진행한다. 작은 와폭들을 몇 개 지나자 비교적 큰 폭포가 나타난다. 폭포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진행한다. 갈수록 길은 험해지고 어제 내린 비로 바위까지 미끄러워 여기저기서 넘어지고 물에 빠진다.


 

널협이골로 들어선 지 3시간 정도 지나 큰 폭포가 눈에 들어오고 선두는 이미 폭포 앞에서 휴식을 취한다.


마음이 바빠진다. 커다란 바위를 넘어서려는 순간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부른다. 바위에서 미끄러지면서 정강이와 손가락에 찰과상을 입고 가슴까지 바위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한다. 옆에서 동행하던 금강초롱의 도움으로 지혈을 하고 응급처치 한다.


폭포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10분 정도 더 계곡을 따라 진행하여 합수점에 도착하여 점심도시락을 펼친다. 20분 동안의 달콤한 점심식사를 끝내고 왼쪽 능선으로 붙는다.

 

점점 계곡에서 멀어지면서 울창한 숲으로 조망이 없는 산길을 진행한다. 벼락 맞아 엉망이 된 커다란 나무 아래 측량점이 보이고 이리저리 방향을 잡아 진행하지만 쉽게 길을 찾을 수 없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햇반님이 화를 낸다. 예정대로라면 산행이 끝날 시간인데 아직도 산중을 헤매고 있는 것이 이유다. 잠시 알바를 하고 의견을 모아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치고 내려서기를 1시간. 왼쪽으로 백담계곡을 끼고 편안한 산책로 같은 옛 등로가 나타난다.


등로를 따라 편안한 걸음을 옮긴다. 철망이 가로 막아 오른쪽 산사면을 치고 조심스럽게 넘어선다.  


17시 20분 용대리 셔틀버스 정류장 앞 음식점으로 내려서면서 9시간 30분 동안의 산행은 종료된다. 이 음식점의 막걸리 맛이 아주 좋다.


주차장 뒤쪽 계곡 물에 땀에 찌든 온몸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 다음 시원한 막걸리와 맥주로 갈증을 날려버리고 대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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