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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길따라

한남금북정맥5(추정재-이티재)

2008년 2월 3일(일) - 29명

추정재-선두산-선도산-수레너머재-상당산성-이티봉-이티재(23.5km,  9시간15분)

 

추정재에서 이티재까지 잇는 이번 구간은 도상거리가 23.5km이며, 예상소요시간 10시간으로 한남금북정맥 중 가장 긴 구간이다. 그래서 참여 인원이 적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가장 많은 29명이 참여했다.


7시 50분 추정재에 도착한다.  무심천 발원지 3곳 중 한 곳인 추정리 머구미고개는 도로 확장으로 발원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이곳은 금강과 한강의 분수령이다.

 

내일이 입춘이지만 버스에서 내리니 아침 공기가 매우 차갑게 느껴진다.


 

8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마을로 이어진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걸어간다, 전원주택단지 집들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으로 오른다. 긴 여정 때문인지 상당산성에서 산행을 끝낼 10여명의 A팀을 뒤로하고 종주 팀은 초반부터 속도를 낸다.


 

얼마 가지 못해 재킷을 벗어 배낭에 쑤셔 넣고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삼각점이 있는 487m봉에 도착한다. 정맥 길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인다. 호화로운 납골당이 보이고 내리막길은 계속된다.


 

길은 점점 좋아지더니 임도가 된다. 임도3거리는 산정말 고개이다.  산정말은 청주의 젖줄인 무심천의 발원지 중 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납골당을 조성하면서 장비가 오르내리느라 제법 넓게 산길이 나있다. 정맥 길은 정면 절개지를 올라 산길로 이어진다.


 

409m봉에서 2시 방향으로 꺾인다.  한동안 진행하면 포클레인으로 흙을 파서 길을 만든 것 같은 고개를 건너 산길로 진행한다.


 

넓은 길은 묘로 들어가고 정맥 길은 직진한다. 5분 정도 진행하면 선답자들의 표지 리본들이 많이 걸려 있는데 무심코 직진하여 능선 길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걸음을 멈추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숨을 고른다. 계백장군님 안경에 달린 땀으로 생긴 고드름이 마냥 신기하다. 세상에 이런일이...


 

백족산으로 이어지는 갈림 봉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면서 임도로 내려선다.  눈 앞에 선두산이 아주 높게 버티고 있다.  선두산 정상을 향한 긴 오름이 시작된다.


 

한동안 치고 오르면 길은 평탄해 지고 5분 정도 더 진행해야 선두산 정상(526.5m)에 닿는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있다. 완만하던 길은 가파르게 올라온 것만큼 내려선다.


 

가덕면 한계리와 낭성면 지산리(芝山里)를 잇는 안건이(安巾) 고개가 나타난다. 옛길의 흔적과 성황당 터의 돌무더기가 그대로여서 옛날에는 이곳이 주요 교통로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재를 건너 선도산을 향해 오른다. 길은 서서히 오르막길로 바뀐다.


 

청암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앞면은 선도산 뒷면에는 청주 제일봉)과 통신시설이 자리하고 있는 선도산 정상(547.2m)에 닿는다.  선도산은 청주에서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청주제일봉이다. 정상에 있는 아담한 표석이 이곳의 높이(547.2m)와 한남금북정맥으로 이어진 속리산 천황봉과 칠장산의 방향을 알려 준다.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오른쪽으로 열려있는 정맥 길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선다.


 

현암리 차령 경노당 앞에는 수령 2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수호신처럼 서있다. 그 앞을 지나 512번 도로로 내려선다. 도로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목련공원으로 갈라지는 현암 삼거리이다.

 

오솔길만 있던 시절 이곳을 지나던 스님 한분이 장차 이곳으로 우마차가 넘어 다닐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길이 넓어지고 우마차가 다니게 되어 마을 이름을 수레너미라 했다고 한다,  삼거리를 지나 도로를 따라 청주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정맥 길은 도로 오른쪽의 고압선 철탑이 서 있는 작은 봉으로 올라, 다시 왼쪽으로 돌아 내려서서 이 도로를 건너야 하지만, 우린 계속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잠시 알바-이 길이 아닌가벼^*^

 

우리나라의 산줄기는 물이 흘러가는 곳을 경계로 나눈다. 백두대간은 동과 서, 한남금북정맥은 한강과 금강으로 물이 흘러가는 능선이 경계다. 수레너미 마을에서 북동쪽으로 흘러가는 물은 한강, 남서쪽으로 흘러가는 물은 금강의 물줄기가 된다.

현암삼거리에서 산성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고개가 홍고개다. 볼록한 모양이 홍두께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홍고개에서 표지리본이 많은 펄럭이는 왼쪽 산길로 들어서, 2-3분 진행하면 임도와 만나고 앞에는  "은행장 성주 이씨" 묘가 보인다. 묘 앞에 서 있는  비석과 석물들이 눈길을 끈다. 묘 왼쪽으로 오른다.


                                                                             △쥐 그림 세호

 

묘비 뒷면에 도연명의 ‘죽은 이를 위하여 부르는 노래’가 쓰여 있는데 ‘천년 만년 지난 후에는 그 누가 명예와 치욕을 알리오. ' 라는 문구가 잠시 생각을 멎게한다.

 

능선에서 급하게 내려간다.  월오동 목련공원 공동묘지 위로 정맥 길이 지난다.

 

공동묘지를 지나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남실장님의 요리는 단연 인기다.   정이 오가는 따뜻한 마음씨 때문에 귀연의 점심시간은 언제나 풍요롭다.


△한림정님 왈 ^^ 목련공원 화장장 시험 가동에 통돼지 를 이용했다고 한다.

 

 

30분간의 달콤한 점심 식사를 마치고 길을 재촉한다. 근래 새로 조성된 듯한 커다란 묘지 위에 서자 멀리 상당산성이 눈에 들어온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아스팔트 도로와 만난다. 

 

토옥고개다. 예전에는 가까운 곳에 토담집이 몇 채 있는 토옥골이 있었단다. 지금은 복지시설인 현양원과 상당산성의 밖에 있는 산성마을로 가는 갈림길이다.  이 도로에는 통행하는 차가 거의 없다. 산성고개로 생각되지만 산성고개는 아직 멀다.


 

도로를 건너 통신시설이 있는 절개지를 치고 오른다.  힘들게 봉우리에 오르고 잠시 내려서는 듯 하다가 더 높은 봉을 지나면 청주 것대산(433m) 정상에 닿는다.


 

전방은 확 트인 활공장으로 마침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자유- 나는 창공을 날으는 한마리 새가 되고 싶다...

 

 

청주 시내가 뿌옇게 내다보이고, 길은 좌우로 나 있는데, 왼쪽은 낙가산 가는 길이고 정맥은 오른쪽이다. (시멘트 길을 따라가도 저수지를 지나 산성고개에 닿는다.) 이곳부터는 산행객들이 많다.

 

봉수대를 지나 능선을 따라가다 상봉재로 내려서고 다시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이정표가 서 있고 오른쪽으로 산성고개로 이어지는 길이 열려 있다. 묘가 있는 능선을 지난다. 오른쪽 아래로 얼어붙은 작은 저수지가 보인다. 계속 산길 능선을 따르면 산성고개 출렁다리와 만난다.

이곳은 문의 봉화산과 진천 소흘산을 연결하는 봉수터로 세종대왕이 안질을 치료하기 위해 초정에 머물던 시절에는 행궁에 소식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지만 복원공사가 미흡하다.


 

무단 횡단시 인명사고를 에방하기 위해 2007년 여름 완공된 산성고개 출렁다리 덕분에 위험하지 않고 편안하게 산성으로 향한다. 출렁다리 아래 도로에 “산성고개” 팻말이 보이고 차량 통행이 잦다.


 

출렁다리를 건너 조금 진행하자 통신 시설이 눈에 띠고 산성 서문 남문 이정표가 보인다. 상당산성이 길을 막는다. 조그만 남암문으로 들어간다.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 초기에 김유신의 셋째 아들이 서원술성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때 쌓여진 것으로 추측하며, 임진왜란때 수축되고 숙종때 석성으로 개축한 것이다. 상당(上當)은 백제 때 청주 일원을 일컫던 지명으로 상당산성은 백제의 상당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성곽은 적으로부터 도시나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시설로 내성(內城)과 외성(外城)이 있고, 축성재료에 따라 토성(土城)과 석성(石城) 등으로 나눠지며, 축조방법에 따라 양쪽 벽을 모두 석축으로 쌓는 협축법과 안쪽은 흙으로 채우고 외벽만 석축으로 쌓는 편축법이 있다. 우리나라 석성의 대부분은 산의 경사면에 성을 쌓은 후 그 성벽과 산지사이의 빈 공간에 자갈과 흙을 채우는 내탁공법으로 축성되었다.

 

현재 상당산성에는 동문(진동문), 서문(미호문), 남문(공남문)의 3개문과 동암문, 남암문의 2개 암문 그리고 동장대가 있다. 성내에는 전통 한옥 마을이 조성되어 있어 민속주인 대추술과 다양한 토속 음식을 판매하고 있으며, 청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정맥은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성곽을 따라 진행하다 미호문을 지나 북암문으로 나가야 하는데 후미 일행은 오른쪽으로 방행을 잡고 성곽을 따라 공남문을 향해 내려간다. 산성을 통과하는 지름길인데 모두들 확신이 없다.  


산성의 정문인 공남문(무지개문)에서 포대님을 만났다. 북암문을 찾지 못하고 진동문을 지나 이곳까지 진행해 왔다고 한다. 공남문 앞 주차장에 주차한 귀연 버스가 유혹한다.


 

저수지 둑을 지나 도로를 건너 성곽으로 오른다.


한옥마을 앞 저수지는 썰매장으로 변해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다.

 

예전에는 성 주위를 살피며 군사들을 지휘했던 보화정(동장대)에서 선두와 무전 연락을 주고받은 후 동문(진동문)으로 나가 성곽을 왼쪽에 끼고 진행한다. 비밀 통로로 사용되던 동암문이 보이고 곧바로 많은 정맥 표지리본이 반긴다.

 

상당산성에는 비밀통로였던 암문이 현재 두 개 남아 있다. 남암문은 상당산성의 주문인 공남문에서 가까워 사람들이 즐겨 찾는 통행로가 되었지만 동암문은 지금도 자세히 봐야 눈에 띌 만큼 성벽 아래에 숨어있어 통행하는 사람이 적다.


 

오른쪽의 숲길로 접어들면 한참 동안 산책하기에 알맞은 산길이 이어진다.  491봉을 내려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간다. “산성에서 이티재 까지 8km  5시간” 등산로 안내판이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재를 지난다. 오른쪽은  농장이다. “농장이니 들어오지 마시오”라 쓴 팻말이 있다.


 

겨울이 되면서 게으름을 피웠더니 뱃살이 늘고 오랜만에 장거리 산행에 무릎이 시큰거린다.  평탄한길과 내리막길에서는 괜찮다가 오르막길에서는 통증이 심하다. 휴식을 취하면서 간식으로 영양 보충도 하고 청산님이 빌려주신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파스도 뿌려보지만 통증은 여전하다.


포대님과 대간의님은 앞서 속도를 내더니 선두와 만났다고 한다. 지난 주 중국 여행의 피로가 남은 청산님과 든든한 정맥 산행대장 양반곰님과 셋이 진행한다. 굴곡이 심하지 않은 호젓한 산길이지만 지루하다.


멀리 이티봉으로 생각되는 뾰족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완만하게 내려서자 “숲속의 둥지” 안내팻말이 반긴다. 얕은 봉을 넘어 내려간다.


 

희미한 재가 있는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고, 다음 봉우리는 왼쪽으로 우회하여 진행한다.  눈 덮인 길은 완만하게 내려서다가 경사가 급해지더니 청원군 불일면 비상리와 미원면 대신리를 연결하는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건너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 있고, 그 뒤로는 굉장한 납골당이 자리하고 있다. 느티나무와 납골당 사이에는 납골당 관리용 컨테이너 건물과 쉼터도 있다.


 

홀로 행티재에서 진행하던 산꾼과 인사를 나누고 탈출을 결심하고 돌아서는데 청산님이 천천히 진행하자며 탈출을 만류한다. 납골당 왼쪽으로  오른다.

 

힘들게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한다. 시멘트로 지은 건물모양의 벙커를 지나, 약 200여m더 진행하자 드디어 이티봉 정상이다. 정상은 좁은  공간의 헬기장으로 10m 뒤 왼쪽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이티봉 삼각점 - 이곳에 이티봉은 정맥 선답자들이 편의상 붙인 봉우리 이름인 듯하다.

 

얕은 봉을 지나 20분 정도 내려서자  고갯마루에 도착한다. 궐말에서 저곡리 닥골을 거쳐 미원으로 가는 이티고개다.  한자로는 '二峠'라며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적은 이두에 의해 '고개 상(峠)자'가 '티'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티와 재가 둘 다 고개를 뜻하고 있어 '이티'로 불러야 한다. 아울러 ‘고개’는 산등성이나 봉우리 사이의 낮은 부분, ‘현(峴)’은 동네 수준의 작은 고개, ‘재’는 고개와 같은 뜻으로 높낮이 보다는 일반적인 접미사, 티로도 불리는 ‘치(峙)’는 가파를 고갯길을 뜻하고, ‘령(嶺)'은 대체로 높은 큰 산맥을 가로지르는 험한 고개의 의미로 쓰인다.

 

이티봉휴게소 앞 도로변에 해발 360m를 알리는 안내판과 이정표가 서 있다. 이정표의 'E T Jae'라는 글자가 재미있다.  이티재에 도착하여 9시간 15분 동안의 산행은 무사히 끝이 난다.


뒤풀이는 이티봉 주유소 아래에서 남실장님이 준비한 동태찌개와 청계님이 상당산성 성내마을에서 사 오신 대추술 그리고 가야곡 왕주가 무사히 산행을 마친 정맥팀에게 즐거움을 더한다.


감사기도부터 드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