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년 10월 3일(수)
산행코스 : 천성산(내원사주차장-공룡능선-짚불재-천성산(천성산 2봉)-은수고개-원효산(천성산 1봉)-원효늪-봉수대-내원사-주차장 약 7시간소요.)
아침 8시. 경부고속도로 대전톨게이트 입구 원두막. 대전 등산객들이 마지막으로 탑승하는 곳이다. 밀려드는 산악회 버스와 북적이는 등산객들이 가을 단풍철임을 실감하게 한다.
11시. 통도사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좌회전 35번 국도를 타고 약 5km를 진행한 후 “제2의 금강산 내원사계곡”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보고 좌회전하여 1028번 지방도로 들어선다.
11시 25분. 문화재관람료(1인당 2천원)를 지불하고 천성산 내원사(千聖山內院寺) 일주문을 지나 곧바로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천 가지 연꽃이 핀 것 같이 아름다워 예부터 소금강이라 불리었던 천성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낙동 정맥의 중심부에 있는 영남알프스의 끝자락이다.
가지산도립공원 구역 내에 있는 해발 922m인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천명 대중을 이끌고 이곳에 이르러 89암자를 건립하고 화엄경을 설법하여 천명 대중을 모두 득도하게 한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을 천성산(千聖, 천 명의 성인)이라 전해진다. 원효봉, 화엄벌 등의 지명도 원효의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온다. 1천 3백여 년 전 하루는 원효가 산에 올라가 천안통으로 보니 당나라 산동성 법운사에 큰 재난이 닥쳐오고 있었다. 원효는 그 절의 대중들을 구하기 위해 문짝을 뜯어 그곳으로 던져 날렸다. 절 마당에 큰 널판이 떨어지자 대중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법당을 뛰쳐나왔다.
그 순간 뒷산이 무너져 법당을 덮쳤고, 대중들은 화를 모면했다. 이 사실을 안 1천명의 대중들이 해동신라로 건너와 원효의 제자가 되었다. 천성산(千聖山)이라는 이름도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擲板救衆)'이라는 이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성산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귀에 익숙한 이름이다. 정부의 경부고속철도가 천성산을 관통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목숨을 건 38일간의 단식투쟁을 한 천성산지킴이 지율 스님 때문이다.
일행의 반 정도는 심성교를 건너 내원사까지 이어지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하고 나머지는 주차장 울타리를 끼고 계곡을 따라 서북능선(일명 천성공룡능선)으로 향한다.
5분 정도 진행하면 성불암입구 갈림길에 닿는다. “천성산 2봉 6.8km 짚북재 5.1km 공룡능선 0.5km"이정표가 서 있다.
이곳에서 5분이면 오른쪽으로 공룡능선 들머리가 보인다. 전신주와 표지기가 여럿 붙어있다. 자칫 좋은 길을 따라 그냥 걸으면 이곳을 지나쳐 알바를 하게 되므로 주의를 요하는 곳이다. 앞서 가던 선두 일행들이 잠시 알바를 하고 되돌아온다.
11시 40분.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올라 암릉을 기어오르면서 공룡능선 산행은 시작된다. 공룡능선 최고봉인 681봉까지는 암릉길이다. 20여분 숨 가쁘게 치고 오르면 첫 번째 돌탑이 있는 봉우리 닿는다.
물 한 모금으로 숨을 고르고 조금 내려서면 밧줄이 있는 직벽을 만난다.
밧줄을 잡고 직벽을 올라 590봉에 올라서면 조망이 시원하다.
산길은 잠시 부드러워지다 오르막으로 변한다. 20여분 진행하면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야하는 암릉을 만난다.
암릉에 오르면서 되돌아보니 역광에 걸어온 봉우리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현위치 16-3” 119구조 표지목이 있는 봉우리에 서자 멀리 주봉의 모습도 보인다.
다시 10여분 진행하여 마지막 밧줄이 있는 암릉을 올라서면 조망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공룡은 침니처럼 뾰족하게 솟은 5∼6개의 연봉이 공룡의 등날을 닮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떡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조금 더 진행하자 “현위치 16-4” 119구조 표지목이 있는 곳에서 앞서간 일행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이곳이 공룡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681봉이다.
이곳부터 내리막을 내려섰다가 다시 내려선 만큼 오른다. 산세는 골산의 거친 분위기에서 점차 부드러운 육산으로 바뀐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서면 원효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1천명의 승려를 소집하여 불법을 설파했다는 짚북재에 이른다. 공간이 제법 넓어 많은 사람들이 휴식장소로 이용하는 곳이다.
왼쪽은 노점암, 오른쪽은 성불암(2km)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직진하면 천성산2봉(1.6km)으로 가는 길이다. 681봉에서 이곳까지 2.8km 거리로 약 30분 정도 소요.
이곳 이정표를 보고 이미 공룡능선을 지나왔음을 알게 된다. 설악의 공룡은 아니어도 뭔가 위험하여 스릴도 있고 힘겨움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늬만 공룡능선에 모두들 어이없어 한다.
짚북재에서 10분 정도 오르막을 오르면 부드러운 길이 이어진다. 20여분 진행하면 천성산2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선다. 정상에 앞서 왼쪽에 난 갈림길은 낙동 정맥으로 가는 길이며 오른쪽은 내원사로 바로 하산하는 길이다.
15시 정각 천성산2봉에 도착한다. “천성산”이라고 적힌 작고 앙증맞은 정상표지석이 반긴다.
개념도에는 이곳 811.5m봉을 천성산, 멀리 건너다보이는 화엄벌 인근의 922.2m봉우리를 원효산이라고 되어 있으나 최근 전문가들의 고증에 의해 922.2m봉을 천성산, 811.5m봉을 천성산 제2봉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이정표와 산 정상의 표지석은 예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혼동된다.
천성산 제2봉은 남으로 제1봉(옛 원효산)을 두고 북으로는 정족산을 두고 있다. 세 산이 능선으로 서로 이어져 있으며, 천성산은 양산시에 속해 있으나, 북쪽에 있는 정족산은 울산땅이다.
탁 트인 조망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내려다보면 천성의 깊은 속살까지 모두 드러나 보인다.
15분 정도 내려서면 임도가 보인다. 임도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15분 정도 내려서면 천성산 갈림길인 은수고개에 닿는다. 그대로 직진하면 미타암(2.8km)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천성산 주봉은 오른쪽으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햇빛에 은빛 반짝이는 억새가 나그네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10분 정도 억새밭 사이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오른다.
2봉에서 이곳까지는 3.4km 거리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정상 부근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다. 그것도 부족해서 군데군데 '지뢰' 표지가 걸려 있다.
“봉수대 3km 홍룡사 1.8km” 이정표에서 화엄늪 0.5km 표시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돌아내려서면 은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원효가 1천명의 대중을 모아놓고 금북[金鼓]를 치며 화엄경을 설했다는 전설의 화엄벌이다.
9만여 평의 넓은 초지의 절반은 국내에서 몇 군데 밖에 없는 희귀한 산지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화엄늪이라고 부르는 이 습지는 1999년 9월 울산의 식물학자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고 한다.
화엄늪지 왼쪽으로 원효암, 홍룡사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고 그대로 10분 정도 직진하면 786봉 돌탑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는데 철쭉이 피어 있다. 계절이 헷갈리는 모양이다. 임도와 만나면 임도를 가로질러 곧바로 숲속으로 들어선다.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일행과 만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용주사 이정표가 서 있는 지점에서 나무울타리를 넘어 10여분 이면 내원사로 내려서게 된다.
원효의 위력을 따라 멀리 중국에서 많은 대중들이 찾아왔다고 해서 창건 당시에는 올 '래(來)'와 멀 '원(遠)' 자를 써서 '來遠寺'라 하였으나, 지금은 '內院寺'로 쓰고 있단다.
내원사에는 비구니 스님 60여분이 참선으로 정진하고 있다고 한다. 잘못 들어선 나그네들을 매우 쩟쩟하게 대하는 비구니 스님들 때문에 약간 불쾌한 마음으로 큰 법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큰 법당에 걸린 '선나원(禪那院)' 편액과 선방에 걸린 '선해일륜(禪海一輪)'이라는 현판은 내원사가 선찰임을 말해주고 있다.
내원사 계곡물은 용연천이라 부르며 양산천과 합류되어 낙동강 본류로 들어간다. 여의교를 건너 계곡 오른쪽 도로를 따라 10여분 내려가면 상점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주차장까지는 2.6km다.
병풍골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기자기한 기암절벽이 내원사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계곡물에 탁족을 하며 발의 피로를 덜어내고 길을 재촉한다. 계곡에 작은 폭포가 잠시 걸음을 늦춘다.
중앙능선(1.3km 2봉 8.7km)들머리에 서 있는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일주문이 보이고 곧이어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은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