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 2007년 8월 13일(월)
[산행코스] 호다케산장-오쿠호다카다케-기미히라-마헤오다카다케-다케사와 산장-기미고지(8시간소요)-하쿠바-산에이산장
새벽 4시 오쿠호다카다케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두르는 산행객들의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4시 30분 점등으로 모닝콜을 한다. 북알프스 정상에 등정하는 날이 밝았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벌써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붉은 기운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저 멀리 동쪽 여명으로 아사마야마(淺間山 2404m)와 다테시나야마(蓼科山 2530m) 등 나가노현의 2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실루엣으로 비친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하늘이 열리기를 말없이 기다리는 순간, 불덩어리가 솟아오른다. 순간이다. 모두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아침식사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순서대로 제공한다. 식사를 마치고 6시 정각 정상을 향해 산장을 출발한다. 돌들이 겹겹이 쌓인 퇴석지대와 가파른 암벽지대를 오른다.
산장을 출발한지 50분. 오쿠호다카다케(穂高岳)정상에 도착한다. 북알프스의 최고봉이며 일본에서 3번째로 높은 봉이다. 정상에는 불단이 안치된 제단이 있다.
오쿠호타카다케의 정상에 서면 북쪽의 구릉선 위로 야리가타케(槍ヶ岳)의 날카로운 봉우리가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니시호타카(西穂高)와 최근까지 활동하며 연기를 내뿜었다던 일본알프스 유일의 활화산 야케다케(燒岳 2455m)가 바라다 보인다.
▲ 정상에서 본 남쪽조망.
남쪽으로 이어지는 북알프스 주능선. 왼쪽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일본에서 화산으로는 2번째 높이의 온다케산(御獄山 3067m)이고 그 앞이 북알프스 최남단 노리쿠라다케(乘鞍岳 3026m).
이곳에서 길이 갈라진다. 오른쪽은 니시호다카다케로 이어지는 길이고 직진하면 마에호다카다케를 올랐다가 가미고지로 하산하게 된다.
▲니시호다카다케로 가는 길에 있는 암봉 '쟝다름'(gendarme 3163m). 올라가는 길은 뒤쪽으로 나있다고 한다. 쟝다름은 호위병 혹은 높은 탑처럼 생긴 산봉우리를 뜻하는 프랑스어.
마에호다카 안부에서 기미코히라 갈림길까지는 퇴석지대의 사면을 완만하게 횡단한다. 이 길은 개척한 이를 기념하여 ‘쥬타로 신도(重太郞新道)’로 불린다. 오쿠호다카다케에서 마에호다카다케로 이어지는 긴 능선은 ‘두리오네’라 불린다. 마에호다카다케 안부부터는 퇴석과 암석지대로 가파르고 위험한 내리막길이다.
산허리를 돌아 기미코히라(紀美子平 2920m)에 닿는다. 배낭을 벗어놓고 빈 몸으로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 3090m) 정상을 오른다. 오르는 데 약 20분소요. 정상은 매우 넓다. 조망은 일망무제! 여태껏 지나온 능선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본알프스 유일의 활화산 야케다케(燒岳 2455m)
정상에서면 그림 같은 조망이 펼쳐진다. 아득히 멀고 넓어서 끝이 없다.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 사방 어느곳도 막힘없는 시원한 조망이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야 할 지 모르게 한다.
11시 30분 다케사와(岳) 산장에 도착한다. 예전에 조용하고 아늑한 산장이 있었던 곳인데 눈사태로 없어지고 지금은 매점만 운영되고 있다. 시원한 물로 갈증부터 해결하고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 식사를 한 후 식수(1리터 100엔)를 보충한다. 가미고지를 향해 여유로운 걸음을 옮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빙퇴석 하천은 겨울에 수십 미터의 눈으로 덮이는 지역으로 때로는 7월 중순까지도 눈 때문에 등산을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편안한 내림을 쉬엄쉬엄 쉬어간다.
천연에어컨이라 할 수 있는 풍혈을 지나 앞장서던 분이 뱀을 보고 소스라치며 놀란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로 내려오다 보면 자연친화적이며 경제적인 목도가 깔린 산책길이 이어진다. 다케사와 산장에서 2시간이면 갓빠바시에 도착한다.
갓빠바시( 河童橋 )에 서면 호다카다케 연봉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잘가라 다시오라’ 인사한다. 가미고지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하여 휴식을 취하던 선두 일행이 시원한 아사히 캔맥주를 건네며 박수를 보낸다.
지금은 일본의 명절인 오봉(お盆)이라는 연휴 기간(양력 8월 13일-8월 16일)이어서 가미고지는 향락객들로 넘쳐난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긴 행렬은 2시간 가까이 기다린 후에 셔틀버스를 탈 수 있었다.
히라유에서 첫날 숙소에 맡겼던 짐을 찾고 히라유 온천에서 1시간 30분 동안 온천욕을 즐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탕에 때처럼 떠 보이는 것은 유노하나로 유황 성분이라고 한다. 탕 속에서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수건으로 중요부분을 가린다.
마쓰모토(松本)를 지나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長野) 하쿠바(白馬)로 이동한다. 약 2시간소요.
한국인이 경영하는 다테야마(立山)산장 이라는 한국전통요리 음식점에서 삼겹살을 안주삼아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무사히 끝낸 것을 자축하는 건배를 한다.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산에이(SANEI)산장에서 마지막 날 여장을 푼다. 주로 스키시즌인 겨울철에 운영하는 곳이라서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후텁지근하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자정이 다 되어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