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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일본 북알프스3

 

3일 :  2007년 8월 12일(일)

 

[산행코스] 가라사와산장-기타호다카다케-가라사와다케-호다카다케산장(8시간)

 

 

4시 30분 눈을 뜬다. 벌써 수돗가에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양치질을 하며 아침을 맞는다. 30분쯤 지나자 햇빛을 받아 자신을 황금색으로 물들인 호다카다케 연봉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6시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다음 정상인 오쿠호다카다케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7시 정각 기타호다카다케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아침 7시 산장 깃발이 올라간다

 

설계(雪溪)를 가로 질러 직접 호다케산장으로 오르는 길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설계 왼쪽을 치고 올라 기타요코?(北尾根)를 거쳐 마에호다카다케로 오르는 길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정표의 숫자는 거리 표시가 아니고 표고(해발고도) 표시

 

마에호다카다케와 기타호다카다케 사이의 골짜기는 가라사와카르라고 불리는 곳으로 빙하의 침식장용에 의해 밥그릇처럼 오목하게 패인 것이 특징이다. 카르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가라사와고야(2350m) 오른쪽으로 기타호다카다케 오르는 길이 나 있다.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길은 왼쪽으로 꺾인다. 길은 고도를 높이며 점점 거칠어지고 가팔라진다.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향해 오르는 느낌이다. 뒤돌아서서 양팔을 펼치니 호다카다케 연봉들이 품안에 다 들어온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다.

 

너덜길을 오르면서 뒤돌아보자 멀리 중앙알프스에 일본 최고봉인 후지산(富士山 3776m)과 제2위 고봉인 기타다케(北岳 3193m)까지 시야에 빨려 들어온다. 물결치는 산들을 보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바위에 페인트로 동그라미와 화살표를 표시해 놓아 안전한 길로 안내한다. 꼭 필요한 곳에만 쇠사슬과 철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고운 눈길을 보내며 소중한 경험의 노래를 가슴에 담는다.  정상 오른쪽  바로 아래 기타호다카고야(北穗高小屋-산장)가 눈에 들어오고 뜨거운 햇빛은 그대로 온몸에 작렬한다.   

 

 

오른쪽 백마악능선이 시선을 사로잡고 어젯밤 묵었던 가라사와 산장도 멀리 장난감처럼 아스라이 보인다.

 

기타호야영장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갈림길이다. 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약 10분 정도 오르자 기타호다카다케(北穗高岳 3106m)정상에 선다. 기타호다카다케는 눈물 없이 오를 수 없다는 뜻으로 ‘히다나미(히다산맥의 눈물)’라 불린다.


 

올라오면서 그토록 찾던 야리가다케(槍ヶ岳 3180m)의 뾰족한 창끝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다. 야리가다케는 일본 제5위의 고봉으로 창끝과 같은 날카로운 봉우리를 가지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일본의 마터호른이라고도 불린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웅장한 다테야마 연봉과 북알프스의 산군(山群)은 절로 감탄사를 토하게한다. 짧은 필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장관이다.


 

 

가시거리가 200km에 육박하여 나가노 일대 고봉들뿐만 아니라 멀리 후지산 그리고 남알프스와 중앙 알프스의 연봉들도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 표지목과 야리가다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바로 아래 기타호다카고야(北穗高小屋 3100m) 으로 내려가서 식탁에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기타호다카고야는 기타호 절벽위에 세워진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산장으로 테라스에서 보는 대키렛토(大切戶)와 야리의 전망은 압권이다.


 

식사가 끝나고 동행한 권원장님이 후식으로 커피(400엔)와 생맥주(800엔)까지 사 주어 3100미터 산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호사를 누리며 1시간 동안 여유로운 휴식을 취한다.  이곳은 식수 1리터를 보충하는데 200엔이다. 0.75리터 식수통을 주자 50엔을 거스름돈으로 내준다. 일본인들은 정직함이 몸에 배어 있는 듯하다.


▲차 한잔의 여유 - 인생은 돈 있는 자만 부자가 아니라 즐기는 자도 부자다. 물론 돈 많은 것도 부자이지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도 시간부자인 것이다.

 

지식은 도시에서 배울 수 있지만 그걸 담는 그릇은 자연에서 배운다.  사람들은 자연이라 부른다.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 스스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천연계(天然界)라 부른다. 창조주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다.


 

기타호다카다케에서 가라사와다케를 거쳐 호다카다케 산장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거리는 1.6km 이지만 급경사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암장과 암능으로  족히 3시간이나 걸리는 난코스다. 그러나 마운틴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북알프스 종주의 백미 구간이다.

 ▲가사가다케(笠ヶ岳  2898m ; 가장 높은 봉우리)

 

 

양옆은 낭떠러지고 경사가 가파르다. 칼날 능선의 릿지를 내려서서 돌고 다시 올라서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쇠사슬에 의지하여 때로는 철사다리를 네발로 기어오른다.


 

곳곳에서 하수오, 돌양지꽃, 메발톱꽃 등 작고 앙증맞은 산중 미인들이  무리지어 눈을 즐겁게 하며 나그네들의 지친 발걸음을 격려한다.


 

약 2시간 30분 동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늘을 향해 불쑥 솟구친 가라사와다케 정상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손흔들며 반긴다.

 

드디어 가라사와다케((凅澤岳 3110m)정상에 선다. 코앞에는 일본 3위의 고봉 오쿠호다카다케(3190m)와 니시호다카다케(西穗高岳 2900m)가 당당함을 뽐내며 위용을 자랑한다.

호다카연봉 중 제일 남쪽에 있는 막내 니시호다카다케(西穗高岳  2908m).


 

밑으로 호다카다케 산장(穗高岳山莊)이 보인다. 오쿠호다카다케와 가라사와다케 사이의 안부에 위치한 호다카다케 산장은 지리산의 장터목산장을 연상시킨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야영객과 휴식을 취하는 산장 투숙객들로 붐빈다.


 

10분 정도만 내려서면 되기 때문에 따가운 햇살에 온몸을 맡기고 북알프스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한껏 여유를 부린다.


15시 정각 호다카다케산장(2990m)에 도착하여 배정받은 숙소에 여정을 푼다. 이 산장은 지은 지 이미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다다미방에 이불과 담요를 제공하는데 다다미 한 장에 두 명이 배정된다.

 

세면장에서 얼굴과 발을 씻고 따끈한 한방차 한 잔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숙박 손님한테는 식수와 뜨거운 물이 무료로 제공된다. 맥주 한 캔에 600~800엔, 각종 기념품과 북알프스 지도, DVD 등을 판매한다. 건조실이 있어서 젖은 옷을 말릴 수가 있다. 기후현의 한 의대에서 운영하는 간단한 진료시설도 있다.


 

화장실 문에는 칸칸마다 에베레스트, K2 등 히말라야의 고봉들의 이름을 쓰인 명패가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산장 바로 아래에는 넓은 설원이 펼쳐지고 그 끝에 어젯밤 묵었던 가라사와 산장이 자리 잡고 있다.


 

1시간 정도 지나서 맨 후미에 진행하던 전회장님까지 무사히 산장에 도착하고 오후 5시 40분부터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6시 20분 일몰을 감상하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해넘이를 준비하며 요동치는 운해가 장관이다. 니시호다카다케를 휘감으며 피어오르는 구름이 온갖 형상을 만들며 쇼를 한다.

 

드디어 해넘이가 시작된다. 산장에서 보는 일몰의 정경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장관이다.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장엄한 대자연의 드라마에 30분간 황홀경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자 추위가 느껴진다.

 

  


밤 9시 소등이 이루어지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고소 때문인지 아니면 낮에 느낀 마운틴오르가즘 때문인지 쉽게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잠이 들었지만 더위에 잠이 깨어 복도로 나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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