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 2007년 8월 11일(토)
[산행코스]
가미고지-갓빠바시-묘우진-묘우진이케-묘우진-도쿠가와산장-요코산장-혼다니바시-가라사와산장(7시간 소요)
7시 40분 가미고지(上高地)행 셔틀버스에 승차한다.
가미고지, 히라유, 마쯔모토(松本)로 갈라지는 나카유(中湯)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길이 4킬로미터가 넘는 긴 터널을 지난다. 다시 1킬로미터가 넘는 터널 속을 힘겹게 진행하고 대정연못(大正池)에서 한 번 정차한다. 이곳은 일본인들이 즐겨 찾은 유원지라고 한다.
▲가미고지행 셔틀버스 요금은 1인당 편도 1050엔, 왕복 1800엔이며 7일간 유효하다.
8시 10분 가미고지(上高地, 1,560m) 에 도착한다. 가미고지까지는 약 25분 정도 소요.
북알프스의 초입 가미고지는 '고지대'라는 뜻으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대표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며 아름드리 낙엽송, 빙하가 녹아 흐르는 아즈사가와를 품에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설악동과 비슷한 곳이다. 도쿄, 나고야로부터 장거리버스가 연결되고, 마쯔모토(松本), 히라유로부터 셔틀버스가 연결된다. 호텔과 산장, 야영장 등 숙박시설과 온천, 기념품점이 들어서 있다.
▲일본의 10대 고봉 모두 3100m가 넘는다.
가미고지는 모든 건물들이 나무키보다 작게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졌고, 야영장은 전나무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숲속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고나시타이라(小梨平)야영장에서는 가족 단위 야영객들이 산행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 정겹고 보기 좋다.
가미고지부터 요코오산장까지는 왼쪽으로 아주사가와 하천을 끼고 삼림욕을 하듯 트레킹 한다.
▲아주사가와 하천
300미터 떨어진 갓빠바시(河童橋 하동교)에서 바라보는 북알프스의 경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갓빠바시는 북알프스에서 흘러나오는 아즈사가와(川 )위에 놓인 출렁다리로 가미고지를 상징하는 명소라고 할 수 있다.
▲갓빠바시(河童橋 하동교) - 북알프스 기념품 중에는 머리가 도깨비같이 생긴 녹색의 갓빠 인형이 있다.
묘우진다케(明神岳 2931m)가 계속 다른 모습으로 위용을 드러내며 유혹하여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한다.
9시 묘우진(明神) 갈림길에 닿는다. 상고지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3km. 묘우진이케(明神池)을 다녀오기 위해 왼쪽으로 진행한다. 묘우진바시(明神橋)를 건넌다.
▲묘우진바시(明神橋)
입구 앞에는 쉼터와 신사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일본 알프스(NIPPON ALPS)의 모든 신들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한다.
입장료는 300엔 관람시간 10여분 포함하여 약 30분소요.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진행한다.
10시 35분 도쿠사와산장(德澤山莊) 도착한다. 가까이에 또 다른 산장이 있어 이곳은 조용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간다.
다시 1시간 을 진행하여 요코(橫尾 횡미)산장에 도착한다.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식수를 보충하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20분 간 휴식을 한다.
요코산장(표고 1610m)은 등산코스 분기점이다. 한 코스는 가라사와(凅 고택)산장(거리 6km)을 거쳐 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로 가는 코스로 일본인들이 많이 산행하는 코스이고, 다른 한 코스는 북알프스 야리종주 코스라 불리는 코스로 야리사와를 거쳐서 야리가다케(槍ヶ岳)로 가는 코스(거리 11km)다. 이 코스는 힘들고 위험해서 산행 경험이 많은 등산객들이 산행하는 코스다.
왼쪽 출렁다리인 요코오바시(橫尾大橋)를 건너 가라사와(凅)산장 가는 길로 30분 정도 진행하자 눈앞에 뵤부와 風岩 병풍암)가 웅장함을 자랑하며 모습을 나타낸다. 일본에서도 굴지의 스케일을 자랑하는 바위 오르막의 전당이다.
▲요코오바시(橫尾大橋)
자주초롱, 나도옥잠화 등 산중미인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나그네의 발걸음을 더 더디게 한다.
계곡 건너 병풍암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점점 가까워지고 멀리 오쿠호다카다케가 드디어 위용을 드러내면서 길은 조금씩 가팔라진다.
▲병품암-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규모의 큰 바위라고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혼다니바시(本谷橋 1780m)아래에서 점심식사 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한다. 눈이 녹아내리는 물은 얼마나 차가운지 30초를 담그고 있을 수 없다.
▲ 혼다니바시(本谷橋 1780m)
식수를 보충하고 약 40분간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길을 이어간다. 도시락 쓰레기는 가미고지로 하산할 때까지 배낭에 넣고 다녀야한다. 일본산에는 입장료가 없으며 무분별한 표지리본, 쓰레기통도 없다.
만나는 일본인들마다 남녀노소 모두 ‘곤니찌와’ 하며 인사를 건넨다. 좁은 길에서는 상대방이 지나갈 때까지 양보하며 한쪽에 비켜서서 기다리는 산행 예절이 부럽다. 반드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문화가 아닐까.
일본인들은 단체산행객이 거의 없고 대부분 가족단위, 친구끼리 소그룹 산행을 하는데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메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산행에 나선 초등학생들도 자기의 키만 한 배낭을 메고 있다. 학원이다 과외다 공부에 찌른 한국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힘든 산행을 하며 가족애를 나누고 호연지기와 인내심을 기른 이들과 글로벌시대에 경쟁을 할 것 생각하니 서글프다.
숲 지대로 들어간다. 웅장한 호타카다케(穗高岳) 연봉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진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호흡은 더욱 거칠어지지만 눈은 더욱 즐겁다.
길 양쪽으로 지리산에서 많이 본 지리털이풀이 정겹고 이름 모르는 들꽃들이 미소 짓는다.
숲에서 빠져 나오면 시야가 탁 트이며 전망이 좋아진다. 여기부터는 눈이 녹아 흐르는 계곡 바로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가라사와 산장의 깃발을 보면서 올라간다.
15시 셋케이(雪, 눈이 녹지 않은 계곡)로 들어선다. 해발 2천100m. 한 여름에 이렇게 눈이 있어 눈 위를 걷는 것은 삼복더위에 경험하는 잊지 못할 북알프스 산행의 색다른 묘미 중에 하나다.
10분 정도 셋케이를 가로지르자 작은 이정표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10분 정도 진행하여 가라사와 휘테에 도착한다.
▲ 가라사와 휘테(Hutte- 등산객을 위하여 마련된 산에 있는 오두막이나 산장. 비교적 숙박시설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것을 가리기는 독일어)
먼저 도착한 일행이 수고했다며 건네주신 생맥주(600엔)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랜다. 표고 2310m 가라사와 산장에서 호다카다케 연봉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생맥주의 맛은 기가 막히다.
마치 신이 만든 거대한 철옹성을 연상시키는 마에호다카다케(前穗高岳 3090m)-오쿠호다카다케(奧穗高岳 3190m)-가라사와다케(凅岳 3110m)-기타호다카다케(北穗高岳 3106m)의 웅장함에 숨이 멎는 듯하다. 야영장에 자리 잡은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까마득하게 정상을 향해 눈밭이 이어져있다. 한눈에 눈사태가 난 지역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한다. 요금은 1박3식(저녁, 다음날 아침, 점심 도시락)에 10000엔 정도. 숙소도 8인 1실의 다다미방에 이불과 담요까지 제공되며 비교적 물도 충분하다. 물은 손이 시리도록 차갑다. 건조실에서는 간단한 속옷을 빨래하여 말릴 수도 있고, 유료(100엔) 화장실은 깨끗하고 자발적 기부금을 받는 화장실은 약간 더럽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 산행은 자연과 사람을 만나게 한다.
▲저녁노을
오후 5시. 지하식당으로 내려가 예쁜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한다. 음식은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고 양도 넉넉하다.
식당 옆 기념품점에서 이곳 산장주인이 직접 그려 무료로 제공되는 산행지도는 아주 유용하다. 산장은 밤 9시면 소등한다.
7시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고소증세 때문인지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밤 11시경에 잠에서 깨어 뒤척이다 창문 커튼을 젖히니 별이 보인다. 일행들도 모두들 잠에서 깨어 있었다. 별을 구경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은하수와 별들이 화려하게 수놓고 보석들이 영롱한 빛을 발하며 금방이라도 쏟아져내릴 듯하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별들이 내뿜는 빛은 대지를 은은하게 적신다. 어릴 적 보았던 은하수를 이곳에서 다시 볼 줄이야...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식구들 생각이 스친다. 추위에 떠밀려 숙소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잠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