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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7-1. 천왕봉 일출

깊어 가는 가을. 추석 연휴 마지막날 지리산 천왕봉 일출과 칠선 계곡의 가을 추억을 한아름 담기 위한 번개 산행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8명. 먼저 지리산에 들어가 있는 시열님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행은 타잔님의 애마를 이용하여 중산리로 향한다.

 

매표소 앞 천왕봉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저녁 식사 후 닭도리탕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빈방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새벽 1시 30분. 허만수 추모비를 지나 랜턴 불빛으로 어두움을 밀어내며 천왕봉을 향해 오른다. 문장대에 이르자 오래 만에 보는 달빛을 감싸안은 달무리가 카메라 셔터를 유혹한다. 타잔님이 끓인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추위를 누르고 로터리산장 샘에서 식수를 보충한다.

 

일출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두류동매표소에서 천왕봉까지 보통 3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길을 5시간에 걸쳐 오르니 정말 여유로운 산행길이다.

 

보름달이 계속 따라오며 길동무가 되어 주고 멀리 불을 밝힌 마을의 불빛은 마치 하늘에 별이 떠있는 것 같다.

개선문을 지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다다다님이 준비한 귀한 약주로 추위를 떨쳐낸다.

 

붉은 기운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서둘러 천왕봉을 오른다. 하늘이 열리기를 말없이 기다리는 순간, 불덩어리가 솟아오른다. 지리산에서 해돋이는 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본 적 있는가.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분명 3대가 덕을 쌓았을 것이다.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천왕봉 정상에 서서 물결치는 산들을 보노라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전에는 천왕봉 정상에 표석을 박을 수 있을 만큼 흙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주위가 온통 메마른 바위뿐이다. 비로 씻겨 가는 흙보다 사람들의 발 밑에 묻혀 가는 흙이 더 많을 정도라고 한다.

 

지혜로울 지(智), 다를 이(異), 지리산.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리석은 내가 그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큰산처럼 맑고 깊은 영혼을 지니고 싶다.

 

  ▲ 지리산 문창대에서 본 팔월 한가위 보름달과 달무리






















 ▲ 일출 직후 지리산 천왕봉에서 본 중봉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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