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2006년 8월 7일 월요일)
5시 30분 기상. 여행의 설레임 때문인지 언제나 모닝콜보다 먼저 눈을 뜬다.
샤워 후 거리 구경을 다녀와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한다. 역시 죽과 과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버스에 오른다.
무순을 거쳐 심양으로 가는 여정이다. 피곤함이 엄습해오고 버스의 흔들림이 요람처럼 느껴지며 토막 잠이 들었다 깼다한다. 칸막이 없는 화장실은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화장실 사용이 고역이다. 삶은 옥수수도 사서 나눠먹고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거리와 산천의 풍광을 감상하는 사이 여행은 점점 종점으로 향한다.
10시 35분. 버스에 고장이 생겨 하차한다. 덕분에 수박파티(한 통 5元)를 하며 휴식을 취한다. 티코보다 더 작은 크기의 삼륜 택시, 한 평 남짓한 공간의 이동식 이발소, 거리의 자전거 수리점과 추억 속의 마차 등 거리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45분. 북릉(청소릉)공원에 도착한다.
북릉공원은 면적이 330만 평방미터로 청태종 황태극(1592-1643)과 황후의 능묘가 있다. 누루하치의 조부, 부모, 백부, 숙부 등 6명의 묘가 있는 복릉(福陵)은 동쪽에 있어 동릉으로 부르고 청태종 황태극의 묘가 있는 이곳은 북쪽에 위치하여 북릉(北陵)이라 부른다. 옛이름은 청소릉(淸昭陵)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영릉(永陵)은 누루하치의 묘가 있다고 한다. 규모는 이곳 북릉이 가장 크다.
입구에 들어서면 사자, 해태, 기린, 말, 낙타, 코끼리상이 보이고 넓은 호수에는 오리보트가 떠 있다. 대보차(걷는 대신 타는 일종의 셔틀버스, 요금은 한국돈 천원)에 오른다.
황태극 동상을 만난다. 청태조 누루하치의 아들로 실제 청나라를 세운 인물이다.
정비(亭碑-황태극의 공적을 기리는 글이 적인 비)를 지나, 성문(륭은문)을 통과하면 사당(륭은전)에 닿는다. 문 위쪽에는 만주족 글씨가 보인다. 만주족은 문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문자를 잃어버리고 한자를 사용한다고 한다.
륭은전은 청나라 4명의 황제(4대, 6대, 7대, 8대)가 제를 지내던 곳이다. 5대 옹정황제는 티벳지역에 관심이 많아 이곳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참고로 청나라 12명의 황제는 누루하치(1대)-황태극(2대)-순치황제(3대)-강희황제(4대)-옹정황제(5대)-건륭황제(6대)-강희황제(7대)-도광황제(8대)-함풍황제(9대)-동치황제(10대)-강서황제(11대)-부의(마지막 황제)
륭은전 뒤쪽 계단을 오르면 이중 벽 위를 걷게 된다. 도굴을 막기 위함인지 황태극의 무덤은 시멘트로 덮여 있으며 꼭대기에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다.
13시 20분. 서탑 거리 코리아타운에 있는 북한식당 평양관에서 마지막 점심식사를 하며 복무원동무 공연을 감상한다. 북한에서는 아가씨가 술집 여종업원을 뜻하기 때문에 식당 종업원을 아가씨라 부르지 않고 복무원동무라 부른다.
서탑가는 병자호란 이후에 많은 조선인이 노예로 팔려간 곳이라고 한다. 조선의 소현세자 등이 이곳에서 5년 간 볼모로 잡혀있기도 했다. 현풍할매곰탕집을 비롯하여 많은 한국식당 간판이 눈에 띤다.
평양관은 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다. 소문난 평양랭면은 텁텁한 것이 우리 입맛에는 별로 지만 다른 음식들은 맛이 있고 복무원은 매우 친절하다.
입 열면 대화가 가능한 한 겨레 한 핏줄이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등 돌려 살아온 긴 세월이 남겨놓은 유산이 그늘처럼 남아 있다. 다행히 이곳을 자주 들린 이대장님의 농으로 분위기는 금새 화기애애 하게 된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복무원 동무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반갑습니다, 고향의 봄 등 귀에 익은 노래가 연이어지자 손님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곳에서는 50元짜리 꽃다발(조화)를 사서 선물하는 것으로 팁을 대신한다.
앙코르를 신청하자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 매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만나요'를 읊는 북한 복무원 처녀의 구성진 가락이 아프다. 뽑아내는 곡조는 그들의 자태만큼 곱지만 심사는 편치 않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15시 30분. 심양공항에 도착한다.
"세상은 한 권의 책과 같은 것, 여행을 하더라도 그 한 페이지 밖에 읽지 못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명언이다.
여행이란 다른 문화와 풍습, 다른 역사,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경험하게 된다.
4박 5일간의 짧은 여행을 통해 또 하나의 추억이 저장된다. 백두산 천지의 감동과 더불어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역사의 왜곡 현장, 잃어버린 고구려 영토, 고달픈 동포의 삶 등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혼이 없는 민족이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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