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2006년 8월 4일 금요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이국적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마을이나 외딴 집들은 모양이 다 비슷하다. 벽은 붉은 벽돌이고 지붕은 전부가 주황색이다. 철로는 자주 좁은 계곡과 깊은 숲을 지나고 군데군데 인삼밭을 스쳐 지나간다. 이곳에서 나오는 삼을 장뇌삼, 장백산 산삼이라며 기차역 앞, 식당 앞, 매표소 앞 등에서 판매하는 잡상인들을 수 없이 만난다. 심지어 한 뿌리에 한국 돈 천원에도 판다.
5시 40분. 이도백하역 도착한다.
길림성 연변지역 안도현에 속하는 이도백하는 평균 해발이 700m로 강원도 평창과 비슷하며 미인송 군락지로 유명하다.
역을 빠져나오자 백두산 가이드(조선족 2세 주경호)가 마중을 나왔다. 조선족자치주여서 중국어와 한글이 병기된 간판이 많이 눈에 띤다. 길림성은 조선족 자치주지만 주장은 한족이라고 한다.
6시. 고려식당에서 한식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장백산 북파 산문(山門)으로 이동한다. ‘파’는 중국어로 계곡, 골짜기, 지점의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산문에서부터는 심양에서 타고 온 버스 대신 환보버스(환경보전버스)라 불리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산문입장료(10元 셔틀버스비 45元)를 내고 산문안으로 들어가 셔틀버스를 타고 산문 안에 있는 숙소로 이동한다.
7시 45분. 숙소인 장백산 온천별장은 북파 산문 안에 위치하며 한중 합작시설이다.
방을 배정 받고 여장을 푼 다음 간단하게 배낭을 꾸려 천지폭포(장백폭포)와 천지수면 관광을 위해 셔틀버스에 오른다. 숙소에서 10여분 거리.
북한이 합작한 장백산 관광호텔과 우리나라의 대우호텔을 차례로 지나면 온천지대다. 백두산내 온천은 해발 1,700m 이상 되는 곳에서 나타나는데 모두 30여 곳이 있다고 한다.
매표소 10여m 전방에 최고 수온 82도에 달하는 온천수를 이용하여 옥수수와 달걀을 삶아 판매한다. 일본의 온천에서 삶은 달걀의 판매액이 엄청난 것처럼 이곳 역시 마찬가지이다. 삶은 달걀 3개 천원.
장백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로 형성된 하천이 흐른다. 이 물은 송하강의 원류가 된다고 한다.
매표소(입장료 장백폭포 15元, 천지수면 40元)로 들어서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흑풍구에 시야가 쏠리고 멀리 장백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가 68m이며 여름철은 물론이고 겨울철에는 얼음과 눈 속에서 폭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 매우 장관이라 한다.
가까이 다가가자 웅장한 폭포수와 물보라가 장관이고 굉음으로 귀가 먹먹하다.
▲곰취군락지-노란색은 곰취꽃
백두산의 대표 폭포답게 이름도 천지폭포였다. 장백폭포는 중국 쪽 이름. 용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 같다 하여 비룡폭포라 불리기도 했다. 폭포 아래는 중국 장백산 보호구역의 최고 관광지다. 달문 골짜기를 따라 물길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천지수면까지는 40분 정도 더 가야한다. 낙석방지를 위해 만든 길이 1.4km의 인공 터널 속에는 905개의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30분 정도 걸어올라 터널을 빠져나오면 달문이다. 철벽봉과 용문봉 사이 천지 물이 유일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입구를 달문이라 한다. 달문은 천지의 유일한 유출구로 폭이 약 30m 가량 되는 협곡으로 만주인들은 `대궐문`이라고 부른다. 물줄기는 길이 1.1km의 송사하를 흘러와 비룡폭포로 떨어져 만주의 송화강 지류인 `이도백하`로 유입된다.
시설 보강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공사구간을 지나면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수목성장한계선(해발 1900m)을 넘은 고지대여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고 잔디와 이끼뿐이다. 그곳에 비로용담, 두메양귀비, 고산두견화 등 수많은 야생화가 천상화원을 이룬다.
매표소에서 약 1시간이면 천지수면에 도착한다. 백두산이 명승지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천지가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 천지는 1502년 1차 화산폭발에 이어 1709년 2차 화산폭발로 생긴 분화구이며 천지 수면은 5분의 3이 북한에, 5분의 2가 중국에 속한다. 천지의 수원은 빗물이 70% 천지 밑 호저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수 및 광천수가 30%이다. 칼륨, 마그네슘 등 광물질이 풍부하고 투명도가 14m나 되는 등 맑고 깨끗하여 식수로도 이상적이라 한다.
북한의 `지리상식백과`(1986년)에 의하면 천지는 넓이 9,165 평방킬로미터, 둘레 14,4 킬로미터, 최대수심 384 미터, 최대 너비 3.55 킬로미터, 평균너비 1.975 킬로미터, 물의 부피 19만5,500만 입방미터, 수면표고 2190.15미터 (1981년 7월 관측)로 되어있다.
세계 최고로 알려져 있는 `티티카카호`(최고수심 304미터)와 2위인 소련의 레닌그라드 근처에 있는 `라도가호`(225 미터) 보다도 더 깊어 세계 최심의 산상 호수로 밝혀졌다. -펌자료-
먼 옛날 압록 송화 도문의 세 선녀가 천지 경관에 반하여 하늘의 계율을 어기고 목욕하러 왔다가 도문 선녀의 옷이 물에 떠내려가는 바람에 승천하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이를 안 천왕이 진노하여 천지의 물을 세 갈래로 갈라놓아 오늘날의 압록강, 송화강, 도문강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천지를 감싼 봉우리들, 눈이 시리도록 파란 수면, 마주보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눈부신 햇살, 수많은 인파... 백두산 천지는 그렇게 내게 다가온다.
이곳저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천지 물에 세수도 하고 발도 담근다. 물이 매우 차서 30초 이상 견디기 어렵다. 평균 수온이 2.2도 라고 한다. 몇 해 전 중국 수영선수가 천지를 횡단하다가 횡사할 뻔했단다. 그럼에도 물고기가 산다. 북한이 1986년 풀어놓은 산천어다.
약 1시간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던 길로 발걸음을 되돌린다.
12시. 숙소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오후 관광에 나선다.
13시. 7일승 짚차(요금은 80元)를 이용하여 천문봉으로 오른다.
시멘트 포장된 가파른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20분간 힘겹게 오르면 기상대가 있는 천문봉에 닿는다. 천문봉에서 바라보는 천지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이다.
1958년 이 봉우리의 북쪽에 백두산천지 기상관측소를 세운 때부터 기상대를 상징하여 천문봉이라 이름하였다. 관람시간은 약 40분 정도.
천지를 둘러싼 백두산 열여섯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수시로 물빛이 변하는 천지가 병풍처럼 둘러선 연봉과 푸른 하늘, 그리고 흰 구름을 보듬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온갖 조화를 선보이고 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숙소 근처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긴다.
▲박새꽃
80도가 넘은 온천수를 식혀서 사용하는 온천욕은 시설은 보잘 것 없지만 여행의 피로를 푸는데는 충분하다.
온천욕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양고기꼬치구이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바가지 요금 시비로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달라는 요금을 다 주고 숙소로 돌아온다.
바가지요금, 무질서한 교통질서, 새치기, 특히 냄새 지독한 화장실의 모습은 후진국의 모습 그대로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한식으로 저녁식사 후 산책을 나선다.
20t시. 내일의 백두산 서파종주 트레킹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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